[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은 해외 순방으로 채워졌다. 12개월은 13번의 해외 순방으로 장식됐다. 즉 한 달에 한 번 이상 해외로 떠났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으로 지칭하며 해외에서 정상외교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 확대를 이끌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만 퍼부은 빈손 외교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30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해외 순방길에 귀국하고 있는 윤 대통령 내외. 뉴시스
해외 순방길에 귀국하고 있는 윤 대통령 내외. 뉴시스

‘1호 영업사원자처하며 세계 각국 누빈 , 투자부산엑스포 유치 총력전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외 순방, ‘빈손 외교’ ‘굴종 외교논란 반복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입구 앞 대형 스크린에 걸린 순방은 곧 민생이라는 문구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그동안 해외 순방을 주력해왔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1호 영업사원임을 강조해왔다. 대한민국의 1호 영업사원으로 해외에 나가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각종 투자 유치를 끌어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윤 대통령은 1UAE(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을 시작으로 3월 한일정상회담을 위한 일본 방문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4월에는 5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에도 6월 베트남 국빈 방문, 7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우크라이나 방문 등이 이어졌다.

8월에는 미국 워싱턴 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참석차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9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유엔(UN)총회 참석 등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10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통해서도 영업사원으로 활약했다. 1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영국 국빈 방문, 프랑스 방문 등을 통해 계속해서 순방 외교를 펼쳤다.

윤 대통령은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끝으로 올해 해외 순방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만 13번 해외 출장을 나갔고 예비비 포함해 500억원이 넘는 순방 관련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해외 순방을 통해 이뤄진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과를 부각해왔다. 또 윤 대통령이 해외에서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며 총력전을 펼쳤다는 점도 부각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엑스포 개최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119표를 휩쓸었다. 반면 부산은 29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야당의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향한 공격이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네덜란드 방문, ‘반도체 세일즈외교’, 꼽사리 외교

한국-네덜란드 정상회담. 뉴시스
한국-네덜란드 정상회담. 뉴시스

당장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의 목표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인 네덜란드와 반도체 세일즈 외교에 나선다“ASML 본사 방문 일정은 우리와 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 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자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 동맹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양국은 반도체 생산 핵심 품목의 공급망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방문 기간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의 안내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내 클린룸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현지시간) ASML 본사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오늘 이뤄지는 ASML과 삼성·SK하이닉스 간 투자 협력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ASML과 삼성은 향후 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R&D 센터를 한국에 건설하고, SK하이닉스는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 자원 친환경 공정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얌체 같은 꼽사리 외교로 국민을 기만하지 마시라고 평가절하했다. 최민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은 기업과 지자체가 만들어 낸 성과에 무임승차하고 공을 가로채려 한 숟가락 얹기 순방에 불과했다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이 세계 반도체 장비 분야 시총 1위 기업 ASML의 한국 R&D 센터 건설을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그러나 ASML의 한국 R&D 센터 건설은 윤 대통령이 만든 성과가 아니다“ASML은 이미 2021년 화성시경기도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업무협약을 했고,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가지고 해당 R&D 센터 건설에 착수했다. 당시 ASML CEO가 직접 한국 투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삼성, 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노력과 경기도와 화성시의 지원으로 이뤄낸 성과를 글로벌 반도체 동맹 완성이라며 대통령 순방 성과물로 포장하고 가로채다니 기가 막히다고 맹공했다.

아펙 한미일 정상회담. 뉴시스
아펙 한미일 정상회담. 뉴시스

한미일 정상회의-한일정상회담, 모두 평가는 '극과 극'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해외 순방 가운데 가장 큰 이벤트는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였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이 도출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우리 세 정상은 새 시대를 향한 3국 협력의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정상회의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시 민주당에서는 대한민국의 외교가 언제부터 이렇게 들러리 외교가 됐나라며 윤 대통령은 대 중국 압박의 최전선에 서라는 숙제만 받고 국익에는 입도 뻥끗 못하고 돌아왔다”(박성준 대변인)는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3월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여당에서는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김기현 대표)이라는 평가가 나온 반면 야당에서는 굴종 외교의 정점”(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영국방문 15000억 투자 유치, ‘퍼주기 영업사원?’

지난달 있었던 영국 국빈 방문 결과도 도마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은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했다. 정부에서는 이를 통해 양국 간 관계가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방문을 통해 18000억원 규모의 경제 성과가 창출됐다는 점도 부각했다. 해상풍력 분야에서 1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양국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2700억원 규모의 수주계약도 체결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은 영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총 3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이 퍼주기 영업사원이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업사원 1호라는 윤 대통령이 해외에만 나가면 불안하다. 퍼주기 영업사원이기 때문이라며 “34조를 퍼주고 15000억을 유치한 셈이라고 쏘아붙였다.

합의문에 서명하는 윤 대통령과 수낵 영국 총리. 뉴시스
합의문에 서명하는 윤 대통령과 수낵 영국 총리. 뉴시스

카타르 ‘LNG 운반선 5조원 수주’, 새로운 내용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에는 46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잇달아 국빈 방문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의 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HD현대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 액수로는 5조원에 달하는 대형 수주 계약을 따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야당에서는 이미 성사된 내용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카타르 가서 5조원 LNG선 수주해서 왔어요라고 경제수석이 카타르에서 브리핑을 했다. 그때는 1026일이었다그런데 930일에 울산 현대가 우리가 카타르와 5조 계약했고 진행합니다라고 보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벌써 몇 년 전에 카타르와 계약을 맺고 온 내용이라며 그것을 가지고 갔다 와서 5조원 따왔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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