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A 씨는 최근 연인이었던 B 씨와 결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B 씨의 전화가 왔다. B 씨는 다짜고짜 A 씨에게 바람을 피웠다느니 자신을 배신했다느니 하는 말을 쏟아냈다. 당황한 A 씨가 전화를 끊자, B 씨는 수십 차례에 걸쳐 부재중 전화를 남기고, 수백 통의 문자를 보냈다. 이런 B 씨의 태도에 두려움을 느낀 A 씨는 B 씨의 연락처를 차단했으나, 이내 B 씨는 A 씨의 계좌로 보내는 사람 이름에 “배신자”, “죽일거야”, “바람핀놈” 등을 기재하여 1원씩 수백 건의 이체 기록을 남겼다. 갑자기 B 씨가 자신을 찾아와 해코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A 씨는 집 밖으로 나가기도 무서워졌다. 이때 A 씨는 B 씨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라 한다)은 2021. 10. 21. 처음 시행된 법률로, 이름 그대로 스토킹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다. 이때 ‘스토킹’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스토킹행위를 간략히 말하자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거나, 기다리거나, 지켜보거나, 문자ㆍ우편 등을 보내거나, 전화 기능에 의해 글 등을 나타나게 하거나, 물건을 두는 등의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자세한 스토킹행위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참조). 단순히 몰래 따라다니며 지켜보는 것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토킹행위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토킹행위가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해야 한다(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2호 참조).

이때 모호한 부분이 있다. 과연 어떠한 행위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지, 몇 번이나 반복해야 지속성 또는 반복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다. 단지 연락이 끊긴 친구가 걱정되어 수십 통의 문자와 전화를 남긴 행위는 어떠한가. 만취하여 인사불성이 된 동기가 혼자 가겠다고 나섰는데, 집에 잘 들어가는지 확인하고자 몰래 뒤따라가는 행위는 어떠한가.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고 아직 2년가량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구체적 행위에 관한 판단이 정립되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을 경험해본 실무가도 부족하고, 판례도 많지 않다. 대법원의 양형기준표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처벌 수위도 사건마다 차이가 크다. 스토킹범죄는 다른 직접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대처와 엄한 처벌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단순히 걱정이나 해명 등 목적으로 연락을 많이 한 것과 같이 행위 태양이 경한 행동까지 모두 처벌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다시 돌아와, A 씨는 B 씨에 대하여 스토킹처벌법위반죄로 고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신변보호조치와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를 요청하여 B 씨가 A 씨에게 접근하는 것을 금지할 수도 있다. B 씨의 행동은 다른 큰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A 씨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 반대로, B 씨는 단순히 A 씨가 바람피웠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연락으로써 해소하고자 가볍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결국, A 씨든 B 씨든 조심해야 하고, 스토킹처벌법을 다뤄본 수사기관든 변호사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조민성 변호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소송 및 행정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 인천지방검찰청 세월호 국가소송 전담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배상심의회 인천지구심 간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공익법무관 ▲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난민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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