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면 영업정지인데, 그냥 갈게요”

미성년자들이 남기고 간 쪽지. [뉴시스]
미성년자들이 남기고 간 쪽지.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미성년자 술집 먹튀 사건이 계속 잇따르며, 피해 업주들의 하소연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위조 신분증 제작이 SNS상에서 성행하며, 일각에서는 미성년자들의 범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성년자 술집 먹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남성 2명, 여성 4명이 먹튀하고 현장에 남긴 쪽지’라는 글과 함께 내용이 담긴 사진을 첨부했다.

이들이 먹은 것으로 보이는 영수증에는 안주류와 주류를 모두 합쳐 16만2700원의 금액이 찍혀 있었다. 영수증 뒷면에는 ‘미성년자다’, ‘실물 신분증 확인 안 하셨다’, ‘신고하면 영업정지인데 그냥 가겠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업주가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일을 벌인 것으로 추측된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할 경우 영업허가 취소나 6개월 이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이 게시글은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법이 미성년자에게 너무 관대하다”, “업주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신분증 위조는 명백한 공문서 위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수백만 원 ‘신분증 확인기’ 살 수도 없고...

이런 ‘미성년자 먹튀’ 사건이 잇따르는 내막에는 불법 위조 신분증 판매가 숨어있다. 지난 19일 취재진이 SNS에 ‘위조 신분증’을 검색해 보니 수십 개의 위조 신분증 제작 판매글이 게시돼 있었다.

이들은 수수료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뒤당일 배송 혹은 직거래로 위조 신분증 제작과 전달까지 하루 만에 처리하고 있다.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을 비롯해 각종 자격증과 시험합격증도 포함돼 있었다.

여의도고등학교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천 모(33) 씨는 “연말이 되면 미성년자들이 더욱 많이 찾아온다”라며 “100여만 원 하는 신분증 확인 기기를 들여놓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 위조 신분증을 식별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계속 자영업자 피해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성년자의 단순한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닌, 중대한 범죄로서 다뤄져야 한다’라며 ‘아울러 위조 신분증 제작 업체들도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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