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 공천전쟁의 막이 올렸다. 친명 vs 비명간 계파갈등은 물론 운동권 선후배 집단간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내년 422대 총선을 앞두고 우려했던 갈등의 뇌관이 터진 셈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 측근인 친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한 비명계 인사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출신의 친명계 현역 의원들의 비명계 현역 지역구 도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과거 운동권 주도세력이었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중심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과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 중심의 한총련(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세대의 갈등도 점입가경이다. 여기에 친명으로 분류되는 김민석.송영길 등 전학련(전국학생총연맹)그룹 공천갈등까지 겹쳐 내부총질과 난타전 수준을 넘어 사생결단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내 비명.친명 운동권간 파워게임을 집중 해부했다.

대화나누는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의원. 뉴시스
대화나누는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의원. 뉴시스

- 친명·비명 혈투에 전대협·한총련 공방까지공천몸살 앓는 민주당
- 내년 422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민주당 안팎 공천갈등 폭발
- 정의찬 사태 계기로 86세대 전대협 vs 97세대 한총련 전면전 양상

문제는 공천갈등의 후폭풍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드러난 수도권 민심과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지지율을 고려할 때 민주당 우위의 총선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 체제의 실패라는 호재에도 민주당 공천갈등이 확산될 경우 총선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공천에 반발한 무더기 탈당이 이어지면서 여권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사실상 추대하면서 혁신 경쟁에 나선 것도 부담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공천갈등이 해법없이 확산될 경우 여야의 총선전망은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비명무조건 부적격 친명vs 비명 공천갈등 스타트

민주당 공천갈등의 뇌관에는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있다. 22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수많은 예비후보자들의 공직후보자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판단하는 기구다. 이는 밀실공천에 따른 후폭풍을 방지하면서 예비후보자들의 주요 경력과 도덕성 여부를 사전에 걸러내는 중요 장치다. 문제는 비명계 인사들만 줄줄이 부적격판정을 받으면서 탈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묘한 것은 탈락한 비명계 인사들이 도전한 지역구는 하나같이 친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라는 점이다. 이밖에 당 총선기획단이 과거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 탈락해 이의 제기절차 없이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던 인사들을 공천배제 대상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파간 갈등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최성 전 고양시장과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최성 전 시장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 수행실장을 지낸 친명계 현역인 한준호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을 출마를 준비해왔다. 김윤식 전 시장은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경기 시흥 출마를 준비해왔다. 검증위가 발표한 부적격 사유에 대해 당사자인 최 전 시장과 김 전 시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반발했다.

최 전 시장은 현직 고양시장 재직 때 당정협력에 불응했다는 부적격 사유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전 시장이 대표적인 친낙(친이낙연)계 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괘씸죄에 걸렸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최 전 시장은 당시 성남시장으로 대선에 도전했던 이재명 대표를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최 전 시장은 음주 운전 등 범죄를 저지른 이들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한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김 전 시장의 경우 202021대 총선 당시 경기 시흥을에 조정식 사무총장에 단수공천을 주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검증위는 김 전 시장이 가처분 신청뿐만 아니라 중앙당을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점을 문제삼았다. 김 전 시장은 이에 단수 공천이 적법한지 사법부 판단을 구해 보자는 의도였다고 반발했다.

비명계는 강력 반발했다. 공직후보자 검증위의 잣대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주류 4인방 모임인 원칙과 상식친명에 의해 (검증 심사 및 적격성 여부가) 사유화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검증위원장 겸 수석사무부총장은 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비명계의 공세에 검증위 역시 명시적인 규정에 따라 적격·부적격을 판정한 것이라고 재반박하면서 공천잡음은 진흙탕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의찬 특보논란, 전대협vs한총련 운동권 공천전쟁

정의찬 대표 특보. 뉴시스
정의찬 대표 특보. 뉴시스

이뿐만이 아니다. 정의찬 당 대표 특보에 대한 검증위의 적격성 판단과 번복은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대선 당시 선대위 조직본부팀장을 지낸,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해 검증의 잣대가 너무 허술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후 판단을 번복하면서 뜻하지 않게 운동권 선후배간의 주도권 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여야 정치권의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한총련 세대인 97세대가 전대협 세대인 86세대를 향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공직후보자 검증위는 정 특보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정 특보로서는 본선 공천만 받으면 여의도 입성은 예약된 셈이다. 다만 정 특보가 과거 고문치사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점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강력범죄·성폭력·음주운전·가정폭력·아동학대·투기성 다주택자 등 검증위가 정한 공직후보자로서의 예외 없는 부적격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정 특보는 지난 1997년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종권 고문치사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남총련 간부들은 일반인인 이종권 씨를 프락치로 몰아서 폭행과 고문 끝에 숨지게 하고 이후 범죄사실 은폐에 나섰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불렸던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과 비슷하다. 당시 한총련 산하 남총련(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 신분이었던 정 특보는 2002년 김대중정부 시절 사면복권됐다.

국민의힘은 고문치사 집단 살인범이 공천에 적격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여론악화에 민주당은 적격 판정 하루 만에 부적격으로 번복했다. 정 특보는 검증위의 부적격 판정에 당시 폭행 현장에 있지도, 폭행을 지시하지도 않았다. 당시 학생운동권은 총학생회장이나 남총련 의장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문화였다사면·복권을 받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방향은 엉뚱하게 운동권 선후배들의 갈등으로 비춰졌다.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정 특보의 부적격 판정과 관련,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증위가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면서 86세대 출신 운동권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정면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의찬 사태를 계기로 운동권 후배인 한총련 세대가 전대협 선배세대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강위원 이재명 당 대표 특보 역시 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정의찬 특보와 함께 혁신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혁신회의는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하다가 방화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된 정청래 의원 운동권 시절 혁명 자금을 모금하겠다며 재벌 회장 집에 침입, 강도 상해죄를 저지른 이학영 의원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한 이광재 전 강원지사 고가의 양복을 받은 것을 인정한 기동민 의원 지방의원 공천 장사를 한 의혹이 있는 송갑석 의원 등을 실명 거론했다가 파문 확산에 실명을 뺀 수정본을 배포하기도 했다.

관심사는 한총련 의장 출신 인사의 여의도 진입 여부다. 전대협은 14기 의장이 일찌감치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인영 전 통일부장관, 오영식 전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실장, 송갑석 민주당 의원 등 모두 민주당 전현직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우상호 전 원내대표 역시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이다. 반면 전대협 후신인 한총련 출신 운동권 인사들의 여의도 입성은 아직이다. 97년 이석·이종권 치사 사건과 98년 대법원의 이적단체 규정으로 대중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운동권간 공천갈등과는 거리가 있지만 영등포을 지역구인 김민석 의원은 전학련 출신으로 친이낙연 신경민 전 의원과 공천갈등을 겪고 있다. 김 의원은 명낙대전에서 이 전 대표를 사쿠라라고 비판하면서 이낙연 저격수를 자청했다. 아울러 같은 전학련 출신으로 돈봉투 살포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서 물욕이 적은사람, 내가 보증한다고 적극 옹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전학련 출신으로 허인회, 김영춘 전 의원이 있다.

대화나누는 86세대 이인영과 송갑석 의원. 뉴시스
대화나누는 86세대 이인영과 송갑석 의원. 뉴시스

복잡다기한 공천갈등 심화본격적인 총선국면 악재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잡음이 예상 밖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야심차게 출범한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의 반발에 공천학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의 이의신청에 당 안팎도 어수선하다. 공천잡음이 공천갈등이 아닌 공천전쟁으로 비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최대 지뢰밭은 이경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의 거취다. ‘보복운전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경 전 부대변인은 검증위의 총선후보 부적격 판정에 이의신청에 나섰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이 전 부대변인은 저는 보복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해 친명계의 지원사격으로 바탕으로 정치적 부활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 일각에서는 친명 강경파인 민형배 의원이 지원사격에 나선 정의찬 특보까지 구제될 경우 친명 vs 비명간 공천 전면전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본격적인 공천국면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친명계인 김우영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이 비명계 재선인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공천의 첫관문이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가 공천시스템을 사유화해서 정치적 라이벌을 부당하게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험지 출마보다는 당 소속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관문만 통과한다면 당선이 유력한 양지 지역구다. 한마디로 친명계의 비명계 지역구 쟁탈전이다. 당내 통합을 강조해온 지도부조차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김의겸 의원은 현역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군산, 친명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의 양이원영 의원은 현역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김한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상당수 후보자들은 이 대표와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친명 자객으로 본인을 포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강성팬덤의 열광적인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인 상황이다.

아울러 공천이 곧 당선일 수 있는 전략공천 대상도 화약고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전체 선거구의 20% 범위에서 전략공천 지역을 추천할 수 있다. 현역 불출마, 사고 당협 등의 여파로 공석인 선거구는 대략 30곳 안팎으로 여겨진다. 친명계가 독식할 경우 당내 분란은 불가피하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총선 본선 공천에 앞서 예비단계에서부터 잡음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것은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라면서 “100% 완벽한 공천은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다만 객관적인 잣대가 아닌 계파의 친소관계에 따라 공천이 결정된다면 후폭풍은 예측불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민주당은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속에서 공천내홍으로 점수를 까먹을 경우 야권에 유리했던 총선 지형과 구도 역시 메가톤급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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