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벌레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돈만 너무 밝히는 사람을 돈벌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은 안 하고 밥만 축내는 사람을 가리켜 밥버러지라고도 하는데, 버러지는 다름 아닌 벌레의 다른 말이다.

비슷한 말로 식충이라는 말이 있는데, 식충이는 스스로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 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사는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이다. 2019년 천만 관중을 동원하며 명작으로 거듭난 영화 기생충은 그러한 식충이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서양에서도 벌레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일찍이 체코 출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그의 중편소설 변신에서 사람들이 벌레를 대하는 본심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소설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서양 사람들이 벌레를 보는 시각, 이미지 등을 보면 우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벌레를 경멸하고, 벌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천, 수만 년 동안 사람들에서 사람들에게 전달된 인식의 총합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극히 드물게 벌레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친숙한 벌레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일 뿐이다. 사람들도 그러한 예외를 인정하여 생김새가 흉측하고 냄새가 나거나 사람을 해치는 벌레를 해충이라 하여 구별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材線蟲)도 그러한 해충의 일종인데, 1988년 부산 금정산 일원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현재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소나무에 기생하여 소나무를 갉아 먹어서 한 번 발생하면 수개월 내에 소나무를 전부 말려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여의도에 재선충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에 심어 놓은 강원도 고성군 출신의 멋진 금강송이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알아보았지만, 다행히 그 재선충은 소나무 재선충이 아니라 내년 4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하겠다고 벌레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 여의도 재선충은 재선충(材線蟲)이 아니라 재선충(再選蟲)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여의도 재선충이라고 하는가? 재선충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국민의힘 출신의 재선충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재선충이다.

국민의힘 재선충들은 자신들보다도 정치경험이 일천한 윤석열 대통령을 마치 5공화국 시절의 전두환을 대하듯 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할 뿐 아니라, 그의 뜻을 미리 헤아려 아부를 하던지, 그의 뜻을 왜곡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사람들이다. 그와 밤새도록 술 먹은 사람들, 밤새 전화한 사람들이 그 부류이다.

멀쩡한 당대표를 쫒아 내는데 앞장서고, 정당에 대한 이해도도 전혀 없는 현역 법무부 장관을 당의 명운을 결정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데 추호의 거리낌도 없이 총대를 메는 자들이 재선충이다. 그들에게는 국가와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재선충들은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주군인 이재명 대표가 살아있는 한 자신들의 정치생명은 영원하다고 믿는다. 방탄을 서슴지 않고, 이재명 대표의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군일지라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이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들의 수호천사다. 그래서 재선충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이들에게는 정의, 공정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내로남불을 좌우명으로 하며, 오로지 선은 이재명 대표와 나만이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도 국가와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 재선충 주의보는 현재 답보상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행보, 이재명 대표의 사퇴 등의 이슈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만간 이들의 행동에 따라 재선충 주의보는 경보로 격상될지도 모르겠다. 해충에게 갉아 먹히지 않으려면 우리 국민들이 정신차리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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