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유동성 악화설, 시작에 불과하다"... 중견기업 도미노 부도 우려

태영 건설 [뉴시스]
태영 건설 [뉴시스]

[일요서울ㅣ이지훈 기자] 올 한해 건설ㆍ부동산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혹독한 한파를 느끼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이어지면서 도미노 부실 우려도 커졌다. 중견건설사까지 부도설에 휩싸였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불황 국면을 맞이해 시장은 녹록지 못한 상황이다. 

- ‘유동성 위기’·‘워크아웃 설’까지...'태영건설' 다음 건설사는 어디
- 부동산 시장 불황 국면, 시장 녹록지 못해...정부 해법 찾기 고심


건설ㆍ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이 최근 만기 도래한 태영건설(재계 40위 태영그룹 계열이자 2023년 건설 시공 능력순위 16위)의 건설사업장 대출 400억 원의 상환을 유예해 주기로 하면서 부도설은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유동성 위기 소문과 워크아웃 설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태영건설의 연체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랐다. 증권가는 해당 현상에 대해 '부동산 PF 우발채무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신용대출 연장 합의...총선 앞둔 행보 논란도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일 '태영건설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 4조4100억 원 중 민자 태영건설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PF 보증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절반인 47%가량이 미착공 상태여서 차입금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건설 경기 악화, 공사비용 증가, 고금리 장기화의 삼중고에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데다, 사업 시작 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이자만 내는 미착공 사업장이 늘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또한 "미착공 현장의 45%가 6대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에 있어,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하면 태영이 당장 이행해야 할 보증액이 7200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경태 연구원은 "태영건설 문제는 단기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올 3·4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이자비용으로 모두 충당하고 있어 벌어서 갚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루머에도 PF 유동화증권 스프레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태영건설의 PF 관련 차입금 연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는 22일에 전주 군부대 부지 개발 사업인 ‘에코시티’ 관련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29일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성북 맨션 재건축 사업 관련 차입금 만기가 대기하고 있다. 내년 1분기에도 경기도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 경남 김해시 삼계동 도시개발 사업, 경기도 의정부시 오피스텔 개발 사업 등에 대한 차입금 만기가 있다.

태영건설은 “올해 2~3분기 실적이 잘 나오고 윤세영 창업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태영인더스트리 매매 계약이 체결돼 매각 대금으로 추가 유동성도 확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금융회사로 구성된 태영건설 대주단도 지난 20일 만기 도래한 신용대출과 관련해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상환을 요구하던 금융회사들이 다수가 연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 부실 건설사 대비 포트폴리오 조정 나서

한편 국내 시공능력순위 20위권 내 대형·중견건설사의 부도설 여파는 건설사들이 도미노 부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PF 대출 시장에서 신용이 낮은 시행사를 대신해 대기업 시공사가 보증을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2021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미분양이 늘자, 시공사가 시행사의 빚을 떠안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행사가 부도가 날 경우 PF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가 채무를 떠안게 되는 현실이라는 지적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5일 블라인드 갈무리에는 ’1군 건설사가 부도 발표, 오후 2시 엠바고‘라는 글이 올라와 삽시간 내에 펴졌다. 해당 업체로 태영건설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아닌 해광건설 부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단락 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광건설은 최근 광주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해광건설은 지난 13일 만기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해광건설 관계자는 “어음 만기가 돌아오기 전 법정관리를 먼저 신청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소재 건설사인 해광건설은 ’해광샹그릴라' 등 자체 아파트 브랜드를 운영해 왔으며, 2023년 종합건설사업자 평가 기준 시공 능력 평가액은 263억6100만 원, 전국 908위 기업이다.

본지와 중견 건설사의 부도 우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증권가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시장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도 충분히 쌓고 우량한 딜 위주로 포트폴리오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현 상황에 대한 충격을 대비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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