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정치가 고통, 분노, 분열에 앞장서 온 것 자성해야
2024년 글로벌 대 격변기, 한반도 균형 잡힌 현실주의 외교력발휘하길

늘 이맘때면 모든 이들에게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의 해로 기억된다. 세계적 팬데믹 코로나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이어진 불황. 그리고 예고도 없이 닥쳐온 이국땅에서의 두 개의 전쟁. 포성과 아비규환의 몸짓과 죽음을 전하는 검은 뉴스들이 여전히 멈춤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먼 이국땅에서의 전쟁이지만 우리가 겪는 분노와 고통의 무게는 결코 가볍거나 멀지 않다.

과거 극한의 냉전 시대에도 각양각색의 전쟁 양상이 발생했지만, 그래도 물밑에선 적대국 간에도 최악의 경우만은 피하기 위한 대화와 중재, 그리고 때론 바티칸 교황의 간절한 평화 메시지가 먹힐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이 두 개의 전쟁의 끝을 맺기위한 장담을 못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적 지도력, 흔히 강대국들의 리더십도 양극단으로만 치닫고 있기에 타협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3년은 이렇게 참혹한 전쟁과 세계적 불황 속에서 막을 내리고 있다. 대한민국도 결코 예외없는 고통과 분열과 절망의 크기가 더 늘어난 해였다. 고통, 분열, 절망의 크기를 키우는 데는 정치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늘 새해엔 국민 앞에 통합포용민생을 기도문처럼 외우듯 큰소리치지만 올해도 예외 없이 그 약속들은 그저 약속일뿐이었음을 확인시켜준 것 외엔 보여 준 게 없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용의 기운만큼이나 거센 회오리처럼 전 세계가 요동칠 거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고 희망의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2024년은 우선 글로벌 선거의 해라 해도 무리가 아닌 듯 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 세계 50개 국가에서 전국단위 선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고 한다.

냉전시대 미.중 갈등의 상징이 되어버린 대만에서 113일 총통선거를 시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푸틴의 ‘5선 집권용선거, 인도를 비롯한 유럽대륙까지 선거의 해가 된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시 전 세계를 새로운 변화로 요동치게 할 미국의 대선 역시 연초부터 시작된다.

양당 후보군에 이변이 없다면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 바이든의 리턴매치가 되고 트럼프가 된다면 탄탄한 한..일 동맹을 기반으로 냉전시대를 방어해왔던 우리의 변화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은 한국의 보수당과 미국 민주당의 찰떡궁합 시대이다. 현 윤석열정부는 현상 유지를 원할 것이다.

2024년이 글로벌 선거의 해만큼 각국의 선거가 많지만, 미국 대선은 역시 글로벌 정치의 새판짜기와 변혁, 변화를 가져올 최대 변수이자 대한민국의 향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새해엔 북한의 무력도발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두 개의 전쟁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신냉전체제가 더 심화되면서 첨예한 진영대결로 갈라질 수도 있다. 세계적 경제불황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각국이 실리 추구, 국익 우선주의를 더 앞세우면서 경제전쟁도 가열 상승세를 탈 것이다.

이처럼 요동치는 글로벌 대격변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국민의 힘은 총선 결과에 따라 안정적 국정운영의 길이 될지, 아니면 조기 권력 누수와 권력 균열로 인한 레임덕의 길로 갈 것인지 원치 않는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제 2024글로벌 대격변기의 해가 시작된다. 얼마 전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의 현실주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미국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2024년 글로벌 격변기, ‘글로벌 정치 새 판짜기의 해에 세계는 보다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대한민국도 지금까지의 편향적 노선을 재조정하고 실리주의와 현실주의적 외교 노선에 더 근접하도록 하여 균형 잡힌 한반도 힘의 역학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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