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레빗스키 와 대니얼 지브라트 교수는 2018년 공저 ‘민주주의 어떻게 죽어 가는가 (How Democracies Die)’를 출판했다. 이 책에서 두 교수는 2년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을 가리켜 민주주의 죽음의 징조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들은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목격하고는 ‘소수 폭정(Tyranny of the Minority)’ 제하의 책을 썼다. 여기서 두 교수들은 대선 패자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자행했고 공화당은 그런 그를 대선 후보로 재추대코자 한다며 비판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일반투표에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 보다 수백만 표 적게 받고서도 선거인단 투표로 당선된 소수 대통령이다. 두 교수들은 그를 ‘소수 폭정’으로 간다고 적시했다. 

한국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22년 대선에서 패배했으면서도 트럼프처럼 쿠데타 선동은 하지 않았지만 국가 기본인 법치를 흔들며 정치적 재기를 노린다는 데서 트럼프와 닮은 데가 적지 않다.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 등으로 검찰의 소환이 임박해지자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목적은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한 국민항쟁”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식에는 반드시 단식 중단조건이 제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단식 종식 조건제시 없이 “무능 폭력 정권에 대한 항쟁”으로 얼버무려 목적을 뚜렷이 밝히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단식하던 중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을 거부해 달라며 단식 목적이 ‘방탄 단식’에 있었음을 드러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수사받는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법치를 ‘단식 자해’로 정지시키려 한 것이다. 법치에 기반한 민주질서를 우롱하는 소동이다. 

실상 검찰이 밝힌 이 대표 구속 필요 사유에 따르면, 이재명의 10여 개 혐의는 최소 11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중범죄 혐의 탓에 “단식 자해”라도 해서 감옥행을 늦추려 한 걸로 의심된다. 뿐 아니라 그는 사법 판결을 지연키 위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극단적인 지지세력 “개딸”들을 동원, “정치 공작”이라고 반격했다. 만약 검찰의 수사가 “정치 공작”이라면 당당히 재판정에 출석, 판사의 무죄 판결을 받아내면 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단식 자해’와 ‘정치 공작’을 들먹이며 재판을 기피하려 했다. 분명히 법치를 농락하는 행위이다. 트럼프는 쿠데타 선동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내몰았고, 이재명은 법치 유린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흔든다.

트럼프는 포르노 배우와의 성추문 입막음 비용 지불, 백악관 비밀문서 불법 반출, 2020년 대선 패배 뒤집기 위한 내란 선동, 2020년 조지아 주 대선패배 조작 시도 등으로 기소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뻔뻔스럽게 2024년 대선 출마에 나섰다. 이재명도 대선에서 패했고 대장동 개발 비리,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제삼자 뇌물, 배임, 위증교사,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쌍방울의 대북 불법송금, 등을 포함 10여 개 혐의를 받으면서 국회 출마했고 당 대표까지 꿰찼다. 트럼프처럼 뻔뻔스럽다. 트럼프와 이재명은 각기 거대 정당을 관리하는 최고 지도자 이면서도 둘 다 여러 범법 혐의 탓에 재판장으로 불려 다닌다는 데서도 똑같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차기 대선 후보로서 공화당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도 야당 대표로서 민주당의 지지와 엄호를 받고 있다. 하버드의 레빗스키 와 재블라트 교수의 지적대로 ‘민주주의 죽음의 징조’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중범죄 혐의를 받는 두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두 나라의 사법처리 향방이 주목된다. ‘민주주의 죽음의 징조’가 아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