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동학대 사례 3만7000여 건… 계속 증가
가정으로 돌아가는 ‘원가정 보호 원칙’ 개선돼야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박정우 기자]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 및 사망 사건이 잇따르며, 정부의 예방 및 사후 대책 조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재학대 피해까지 속출하며 학대피해아동 보호조치가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가운데, 아동 보호를 위한 ‘원가정 보호 원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보호자 교육’도 법제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를 통해 아동학대 문제상황 및 예방책에 대해 들어봤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아동학대 사례는 3만7605건. 불과 4년만에 1.7배나 증가했다. 이 중 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3만1486건으로 83.7% 수준이다. 그럼에도 피해 아동 대부분은 가해 부모와 분리 없이 ‘원가정 보호 원칙’ 조치에 따라 그대로 가정으로 돌아가는 상황.

‘원가정 보호 원칙’이란 정부와 지자체의 아동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자 2016년 신설된 아동복지법 조항으로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과 가정을 분리해 보호할 경우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본래 의도와는 달리 표면적인 시행으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양육자와 분리돼 친족, 시설 등에 보호되는 경우는 5437건(14.5%)으로 상대적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학대로 인한 아동의 사망 사건이 연일 들려오며 세간에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아동 보호와 관련해 제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완이 촉구되고, 학대 원인 해결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가운데 아동학대 방지와 권리 옹호에 앞장서고 있는 ‘(사)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동학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문제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주요 원인은 우선 가해자 자체의 왜곡된 인성이다. 세분화하면 굉장히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 의해서 굶어 죽은 아이들도 있는데, 공통적인 부분은 ‘가족 희생양’이라는 거다.

‘가족 희생양’이란 가족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는 짓이다. 그렇게 아이 외에 다른 가족들이 결집, 단합하고 모든 문제 원인을 아이에게 몰아간다. 아동학대가 꼭 가정 내 모든 아이를 학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멀쩡한 아이를 문제아로 만드는 건데, 아동학대를 이런 ‘가족 희생양’ 문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거나, 버릇을 고치려 한다거나 식으로 보일 수 있는데 이건 하나의 방법이고 사실은 ‘가족 희생양’이라는 병리적인 현상 안에서 학대로 표출되는 것이다.

-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제시되는 ‘보호자 교육’이 법제화돼 있지 않은데.

▲ 보호자 교육은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아이가 유치원생이면 보호자도 유치원생을 대하는 것에 걸맞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사춘기 때는 사춘기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랬을 때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는 학교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부모님 오시라 했지만, 이제는 보호자가 오라고 해야 한다. 그게 할머니일 수도 있고, 사촌일 수도 있고, 시설의 장일 수도 있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호자 교육이 의무적으로 있어야 한다. 

나아가 예비군 교육처럼 불이행 시 불이익이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율로 하면 참가자가 적을 것. 그런 의미에서 회사를 다녀도 참가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건강한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은가.

- ‘원가정 보호 원칙’으로 재학대가 발생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데.

▲ 그래서 모 정치인과 싸우기도 했다. 그쪽에서는 아이를 분리해놓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우리는 즉각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 부모 자식 관계를 떼놓으려고 하냐는데 사실 학대가 발생한 것부터 이미 부모 자식 관계를 파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를 떼놓는다고 가정이 파괴된다면, 그건 이미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다. 보호자가 분노조절장애가 있거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어 아이를 학대하는데 당연히 떼놔야 한다. 그리고 문제 요인을 없애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무조건 아이를 떼놓지 말라고 주장하는 건 아이가 어떻게 돼도 좋다는 말과 같다. 도대체 아이를 죽이려고 하는 거냐 살리려고 하는 거냐. 단지 가족의 외적인 형태만을 유지하는 것을 바라는 건가.

그룹홈에 가보면 가정에 대한 결핍이 있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똑같은 결핍이라고 치면, 매일 두들겨 맞는 것과 그런 부모가 없는 것 중 어떤 상황이 정서적으로 낫겠는가. 부모, 자식 간의 천륜을 끊자는 게 아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은 분리해서 각자 교육을 하고 원가정이 회복될 수 있을 때 돌려보내자는 거다. 

- 가정으로 돌아가 다시 학대를 당한 경우가 14% 정도로 조사됐는데.

▲ 2022년도에 14%로 조사됐다. 하지만 드러난 게 14%인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으로 예상한다. 학대를 당했고, 분리됐다가 아무 대책 없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이 아이들은 두 번 신고할 수가 없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았으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 이후에는 조용히 탈출을 하거나 어른이 되거나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한다. 다시 돌아가는 아이들의 공포가 어떻겠는가. 그래서 14%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입을 닫게 되는 경우가 더욱 많을 것이다.

재학대가 보고되는 경우는 보통 정말 심각해 외부에서도 보이는 경우다. 돌려보낸 아이들이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 우리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학대를 당하고 다시 그 가정으로 돌아간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진다면 과연 14%가 나올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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