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전환 수용불가’ 이재명, 공동선대위로 우회 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전‧현직 당대표 간 신경전에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공동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요구하면서다. 이른바 ‘명낙회동’ 성사를 위한 양측 물밑 협상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대표로선 오는 4월 총선까지 어떻게든 내부 문제를 봉합하며 대여 진용을 갖춰야 하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의 쇄신 요구와 내부 통합 이슈 등이 적체된 탓에 진퇴양난이다. 또 사법리스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견제세력의 요구대로 당권을 내려놓을 경우 환부가 노출되는 만큼, 비대위 전환 만큼은 우회하고 싶다. 이에 민주당 안팎에선 최근 이 대표가 그 절충안으로 이낙연‧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천권을 움켜쥐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중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당 내부에선 비명계 핵심 멤버들로 구성된 ‘원칙과상식’을 중심으로 ‘공정 공천’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고, 밖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 등 반명(反明) 연대를 매개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입장정리를 마치지 못했다. 이 전 대표 측과 회동 가능성을 타진하고는 있으나 좀처럼 회동 취지 등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최근 총선 공천 예비후보자 적격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내 비명계나 이 전 대표 측과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 상태다.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통보를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도 공천 불복을 공식화하며 지난달 28일 이낙연 신당에 참여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이 대표는 현 시점에 이들과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당 내홍은 수습이 불가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어 고심이 깊다.

당장 이 전 대표는 당초 엄포를 놨던 ‘연말 데드라인’과 관련해 신당 창당 등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으나, 김부겸‧정세균 총리와 3자간 회동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신당 창당은 이 전 대표 스스로도 리스크가 적잖은 선택지라 우선은 3총리 연대 도모로 이 대표를 압박하는 수순에 힘을 실으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총선 전 당 통합 이슈에 중대 기로

야권에 따르면 현재 이 대표는 내홍 해소 방안에 골몰 중이다. 이 전 대표와 비명계가 주장하는 당 통합론에 호응하기엔 당권을 포기해야 하고,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엔 진영 분열에 4월 선거를 제대로 치러내기 쉽지 않다. 

비명계에선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루면 필패라는 인식이 공고해지고 있다. 이에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가 전면 퇴진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당 통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쇄신론을 띄우고 있다. 

이재명호 민주당에 대한 회의론은 비명계를 포함한 야권 원로 인사들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는 동교동계 등 구 민주진영 인사들이 송년회로 모인 자리에서 22대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민주당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자리에는 권노갑 당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설훈·박용진 의원, 이훈평 전 의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총선 본게임에 접어든 시점에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결국 친명 일변도인 현 지도체제로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결단을 미뤄둔 채 당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며 최적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을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과의 회동은 ‘총리 트로이카 연대’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당 내홍의 중심에 있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도 적극 추진 중이지만 이 전 대표 측의 저항이 심한 상황이다.

결국 이 대표가 당권 포기, 비명 공천 등 무게감 있는 카드를 제시해야 당면한 내홍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반대급부가 너무 크다. 친명 지도부 역시 “비대위 전환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전직 3총리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이른바 ‘통합선대위’를 매개로 이 전 대표 측과 물밑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당대표를 포기해야 하는 비대위 전환 요구를 우회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황급히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또 이 대표가 지난달 20일 김부겸 전 총리에게 민주당에서 ‘중임’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러한 요청의 기본 취지는 공동선대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잇따랐다.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는 지금 시점에 당권 포기하고 2선으로 물러나기엔 개인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포기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진다”며 “지금 당대표 타이틀을 내려놓으면 당장 사법리스크부터 감당하기 쉽지 않다. 공동선대위를 꾸려 이낙연 정 총리와 총선 지휘권을 나눠가지는 형태로 공동선대위를 꾸리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야권 원로이자 합리적 이미지를 보유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다면 당 통합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으로 추락한 민주당의 도덕성 이슈를 동시에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엄존한다.

다만 이 전 대표와 비명계는 공동선대위 시나리오에 대해 부정적이다.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당 안팎에서 이낙연-김부겸-정세균 공동선대위원장 가능성이 거론되자 최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마왕급 꼼수”라며 “공천 다 해 놓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일을 해라, 일단 예우가 아니다. 전직 총리 세 분을 어떻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모시라고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저는 참으로 발상 자체가 예우 차원에서 정말 황당하다고 느껴진다”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 측도 당 차원의 응답이 없을 경우 신당 창당에 착수할 기세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재단 서울 강북지회 출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신당 창당) 실무 준비가 되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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