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아이 낳아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출산은 투자 대비 효율이 최악이다. 우선 둥지()를 마련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하다. 경력도 단절된다. 너무 장기간 돌봄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나중엔 본인들의 노후 준비도 못 한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선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은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다. 그동안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처방으로 돈만 날리고 저출산이라는 급행열차를 멈춰 세우지도 못했다.

결국 저출산의 원인은 딱 두 가지다. 부모가 자신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안쓰러움,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자신들의 노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모습에서 자식 세대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나아가 불안정한 일자리, 소득도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부모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돈벌이를 해서 집을 마련하고 생계를 꾸려가야 한다는 불안에도 시달린다. 이런 현실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자식을 길러봐야 부모 은혜를 안다(養子方知父母恩)”고 했지만, 자식을 낳지 않고서도 이미 부모의 은혜보다 부모의 고통을 먼저 아는 자식 세대가 됐다. 부모 세대들은 입버릇처럼 무자식 상팔자라며 한탄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을 위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버렸다. 평생 자식 보살피며 늙어 가기보다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오롯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겠다는 청년들의 마음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방법은 출산이 수익성 높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둥지(주택) 마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육아휴직 확대, 방과 후 교실 연장 운영 및 직장인 부모 가정에 초등학생 점심 도시락 배송, 쓸모없는 사교육 폐지 및 사교육비 절감, 직장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 의무화 대폭 강화 등),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공무원 시험 및 공공기관 채용시 가산점 부여, 조세부담 경감, 승진시 우대 등), 무자녀 가구에 대한 패널티 적용(출산가구 지원 분담금 부과, 임용시험과 승진시 무자녀 가구원 패널티 부여 등), 세대공존형 모델 확충(양질의 청년일자리 확충,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소득격차 대폭 축소, 정년 70세로 연장, 노인이 양육과정에 참여하는 소득모델 구현, 전국 노후자립형 농촌마을 대폭 조성, 2자녀 가구 상속세 폐지 등)이 필요하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최고의 라이벌 오()와 월()간 쟁패 과정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로 유명한 월나라 제35대 군주 구천(句踐)인구 늘리기정책이 있다. 무려 2,500여 년 전의 정책이지만, 그가 펼친 인구정책은 선명하고 간결하며 실질적이다. 물론 그 목적이 백성의 행복이 아니라, 원수를 갚기 위한 전쟁의 승리에 있었지만 말이다.

종류는 여덟 가지다. 1. 젊은 남자와 나이 든 여자의 결혼을 금한다. 2.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결혼을 금한다. 3. 여자가 17세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으면 그 부모가 죄를 받는다. 4. 남자가 20세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으면 그 부모가 죄를 받는다. 5. 장차 출산하려는 이가 관에 고하면 관의 의사가 가서 분만을 지킨다. 6. 아들을 낳으면 술 두 병에 돼지 한 마리, 딸을 낳으면 술 두 병에 개 한 마리를 준다. 7. 세쌍둥이를 낳으면 관에서 보모를 붙여주고, 쌍둥이를 낳으면 관에서 양식을 대준다. 8. 장자가 죽으면 3년 동안 부세를 면하고. 나머지 아들이 죽으면 3개월간 부세를 면제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채찍과 당근을 같이 준 것이다. 그는 결국 인구를 늘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뒤, 원수의 나라인 오나라 부차(夫差)를 자결하게 만든다. 와신상담하며 벼르던 복수를 이룬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젊은이가 죽으면 국가가 같이 슬퍼하는 나라의 백성이니,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지 않았겠는가 싶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은 두려운 숫자다. 보육에 치중된 지난 세월의 출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짓고 새로운 정책들을 마련하기 이전에,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을 처음부터 다시 분석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출산이 그야말로 수익성 높은 투자가 되도록 제도적, 정책적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구천이 오늘의 한국에서 살아간다면 과연 어떤 정책을 마련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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