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공격적, 적대적 열성 지지층에 기대 온 양당정치의 병폐
총선 제3당 부상 계기 될 수도

새해 벽두부터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극단적 테러는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낳은 비극이다. ‘의도적인 칼로 목을 겨냥한 살인미수사건을 두고 전후좌우 갑론을박할 것 없이 이 대표가 생명에 지장 없이 천만다행으로 회복단계에 접어든 것은 민주당측 발표가 아니더라도 천운이라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총선을 불과 100일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정치권은 국민의 힘과 거대 야당 민주당 간의 심각한 적대적 대결정치가 날로 심화 돼 왔다. 집권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 속에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결국 이준석 개혁신당열차는 출발하고 말았다. 민주당 역시 공고한 이재명대표 중심의 당권과 공천권 장악 시도들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결국 민주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같은 당내에서도 각 정파와 지향점, 이해 관계를 달리하는 정치 세력 간의 다툼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나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선거를 앞둔 대립과 분열, 이합집산은 늘 적대적 진영정치에서 출발해왔다.

최근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협치는 사라지고 극단적 대립과 투쟁만을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정치 수단으로 삼은 극단적 양당정치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1야당 대표는 대선 이후 끝없는 사법 리스크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은 대통령의 부인에 대한 특검법을 강행했다.

테러로 죽음의 위기를 맞이했던 이재명 대표에 대해 그나마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없이 모두 정치적 테러를 규탄하고 위로하며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민적 이슈앞에선 타협과 술잔을 기울이며 같이 고민했던 인간미라도 있었던 과거 정치판이 그리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그동안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놓고 바라보는 원인과 배경이 그 이전과는 좀 다른면이 부각되고 있어 주목이 되고 향후 총선지형과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특히, 외신들은 일제히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원인과 배경으로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한국 정치는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으며,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이 대표의 지지자들 사이의 적대감은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한국의 정치는 특히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분열됐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비판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지만, 정치·외교 인사들에 대한 폭력적 공격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태여 외신 보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검찰 출신대통령의 정권과 수사와 재판대상인 제1야당 대표의 공존과 협치는 애초부터 성립 불가의 명제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결과론적 현실을 볼때도 그렇지만 말이다.

한국 정치의 이러한 양극화 심화로 인한 극단적 추종자와 극렬 지지자들의 맹목적, 공격적, 적대적 행위들은 이미 우리 국민을 지치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 없다는 무당층 비율이 적게는 15%, 많게는 30%까지 나오는 현실이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양극단의 첨병에 있는 양당정치 체제의 정치인들이 변하지 않고선 불가한 과제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중도층 뿐만아니라 온건 합리적 국민의 정치적 선택지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변화의 조짐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 힘에서 이탈한 이준석 ,이낙연 전 대표를 위시하여 향후 공천과정에서 불거질 탈락자까지 이러한 양극화 정치의 혐오성를 부각시키고 새로운 길을 선명히 내세운다면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극단적 진영정치의 폐해가 제3당 추진 정치세력에게 크나큰 대의명분(?)을 제공하게 된 셈이다.

적대적 지지자들의 덕으로 버텨온 양극단의 정당들이 제발 정신차리고 상생과 협치라는 정치의 최대 덕목과 원칙으로 돌아올 것인지, 국민에 의해 무시하지 못할 원내 의석을 차지한 제3당이 탄생할지 더욱 궁금해져 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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