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격진(激震)의 연속이다. 일본의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주변에서 일어난 지진은 진도 7.6의 매우 강한 지진이었다. 노토반도는 일본에서 한글로 쓰여진 해양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해양쓰레기는 아니고, 북한의 함경도 해안가에서 해류를 타고 노토반도에 표착한 북한의 해양쓰레기이다.

옛날 고구려의 유민들이 일본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곳이 바로 노토반도인 이유는 이와 같은 해류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가장 컸던 이시카와현은 사적으로는 딸이 태어난 곳이며, 아들이 하늘의 별을 보며 사색에 잠겼던 곳이기도 하다. 하루속히 지진 피해에 대한 복구가 이루어져 지역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연재해로서의 격진(激震)이 일본에서 일어났다면, 정치적 격진(激震)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일어났다. 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의 민심을 살피고, 당내 노선투쟁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새해 첫 일정을 부산에서 시작했다.

이틀째 일정이었던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의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문답을 주고받던 중,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코스프레를 한 괴한의 흉기에 목을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제압당했고, 이재명 대표도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후, 헬기로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성공적으로 수술이 이루어져 현재는 일반병실에서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괴한의 습격에 제1야당 대표를 잃지 않은 것은 이재명 대표 개인에게도 다행인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천만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테러로 유력 정치인이 생물학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을 잃게 된다면, 2, 3의 테러가 연이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요체를 경시하고, 손쉽게 폭력으로 권력을 지배하려고 하는 폭력의 시대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되니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 행위에 대해 카더라 통신이 쓰레기 뉴스를 양산해 내고 있다. 아직 테러범의 범행동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그 범죄 행위가 정치적 증오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 대한 범죄 행위라면 묻지마 범죄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정치인에 대한 범죄 행위는 정치적 증오에 기반한 정치생명을 노린 테러 행위인 것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보는 시각을 의도적으로 달리하는 양당정치의 폐해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를 두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하고, 아픔을 공유하는 척하고 있지만, 범인의 의도된 한마디 한마디, 수사기관의 발표,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유언비어를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까 하는 방법에만 골몰하여 결국 진실은 묻혀지고, 양당 간의 세련되지 못한 정치투쟁만이 총선 국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테러범에 대한 사회적 응징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불호와는 관계없다. 정치를 비정상적으로 이끌려고 하는 움직임이라면 그것이 정치인이든 일반인이든 상관없이 멈춰 세워야 한다. 연초에 벌어진 정치적 격진의 결과가 극단의 정치를 조장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정치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후퇴할 것이다.

자연재해인 격진을 극복하고 복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치적 격진을 극복하고 복구하는 작업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가 극단의 정치의 시작이 아닌 끝을 맺는 경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