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계획은 ‘아직’인데 ‘벌써’ 해외 기자재 구입비 송금?

노원구 아동·청소년 복합체험시설 점프 구의회 지적 이유는 해외 송금된 선급금 지급 때문. [이창환 기자]
노원구 아동·청소년 복합체험시설 점프 구의회 지적 이유는 해외 송금된 선급금 지급 때문.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시 노원구가 추진하고 있는 500억 원 규모의 청소년 이색 레포츠 복합체험시설 ‘점프’ 사업을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업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해외 업체 등에 수십 억 원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1월 노원구의회 행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사실상 해당 사업에 대한 건축허가 절차도 진행하기 전에 물품 비용이 ‘선급금’ 형태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울시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노원구. 더불어 수백억 규모 사업의 핵심 업체 선정도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서 투명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선급금 지급은 서울시 “콘텐츠 구성 반영하라”는 요구 때문
35억 요청 선급금 가운데 25억 원 넘는 비용 지불, 대상은?

노원구가 2020년부터 계획 및 진행해 온 아동·청소년 복합체험시설 ‘점프’ 사업이 시작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사업 계획 및 비용 지출의 투명성 등이 노원구의회 행정감사에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우선, 구체적 건축계획도 없이 이미 해외 자재 구입비로 선급금이 지출됐다. 둘째, 선급금 지출이 이뤄졌는데도 협약서나 계약서 및 영수증이 묘연한 상태다.

2020년부터 ‘점프’ 사업을 담당해온 여성가족과의 담당자들도 모두 최근 교체되거나, 해당 사업을 함께 담당한 공무원이 주 2일 출근하는 시간제근무자로 수시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담당자가 사실상 없다. 이런 가운데 무려 500억 원의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비용 계획 및 핵심 업체 선정 과정 등의 투명성에 의문을 남겼다. 

해외로 송금된 지출, 상세한 내역도 없어

특히 노원구는 당장 오는 8월 착공을 예정하고 있지만 건축과에 따르면 아직 통상적인 건축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황. 건축허가가 내려지기 위한 과정은 꽤 복잡하다. 우선 담당 부서가 용역을 통해 전체적인 설계를 진행하고, 그 설계에 따른 건축계획을 진행하면서 관련 건축물에 대해 건축과와 협의 및 미비 사항 보완 후 심의를 거쳐 허가가 내려진다.

하지만 현재 점프 사업과 관련해서는 건축과가 어떤 것도 승인하거나 허가를 내린 것이 없다. 사실상 건축 계획도 나오지 않은 단계. 반대로 풀면 점프 사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과에서 건축 관련 어떤 내용도 건축과로 허가나 협조를 요청한 바 없다는 의미다. 아직은 내부적인 설계 단계 또는 그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여성가족과는 지난해 2월 아동·청소년 초대형 이색레포츠 복합체험시설 구입 및 설치 사업 계약을 위한 예산 경비를 무려 106억5000만 원이나 책정했다. 그리고는 같은 해 6월 ‘복합체험시설 구입 및 설치비’로 관련 업체와 37억 원의 계약을 진행해 선급금으로 25억9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무려 10여억 원이 해외로 송금됐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1월 노원구의회 행정감사에서 확인됐고, 해당 부서 및 관계 부서 관계자 등이 질타를 받았다. 당시 구의회에서는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은 사업에 대한 선급금 지급과 해외 송금 등을 질책하며 해당 내용을 포함한 상세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여성가족과는 ‘선급금 사용내역서’를 제출하면서도 ‘물품대금’, ‘설계’ 등을 내역으로 기재하고 어떤 물품인지 등의 구체적 내용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더욱이 지급된 선급금 25억9000만 원 가운데 15억9000만 원이 넘는 금액은 여전히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구의회가 행정감사를 통해 제출 명령을 내렸으나, 지난 5일 기준, 해를 넘기면서도 상세 내역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점프 사업 설계 공모 중 지급된 선급금

이런 가운데 점프 사업 관련 노원구청의 설계용역 공모 추진방안 자료가 확인됐다. 해당 자료는 ‘점프’ 사업을 위한 ‘설계도 공모’로, 총 1만4063.6㎡(약 4250평) 부지에 대한 신축 공사 건축계획에 반영될 설계안을 얻기 위함이었다. 특히 지난해 8월11일 시행공고 이후 10월18일에 심사, 10월20일에 발표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설계 공모가 8월부터 진행 됐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자재 구입비 등을 위한 선급금 지급 계획은 이미 6월부터 진행돼 8월부터 해외 송금이 시작됐다. 설계 공모가 진행되는 과정 내내, 건축 계획도 없이 관련 업체에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즉 해당 사업을 위한 설계나 건축 관련 어떤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단계에서 이미 기자재 구입비를 지출했다. 

또 올해 8월부터 공사 계약 및 착공에 들어갈 계획인데 체험시설 업체 선정과정을 두고도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수백억 규모의 이색레포츠 사업의 핵심 업체 선정인데도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노원구가 진행하는 이색레포츠 복합체험시설은 실내 스포츠지만, 야외레포츠 운영 전문업체가 선정됐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계획된 2020년 노원구청은 체험시설 설치비로 50억 원을 책정했었으나 지난해 2월 ‘긴급’으로 올린 사업 계약 내용을 통해 106억 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 104억3700만 원으로 최종 계약이 진행됐다. 당초보다 2~3년의 시간이 흘러 공사비 증가 등을 고려하더라도 2배가 넘는 비용 확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또 사업 계약 형태 역시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에도 의문을 남겼다. 

선급금 지급 “서울시 때문”… ‘콘텐츠 구성 반영’ 요청 

이와 관련 노원구청은 정당한 심사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지난 5일 “아동‧청소년 이색레포츠 복합체험시설 건립에 필요한 컨텐츠 설치 업체 선정은 계약심사, 입찰 공고 등 지방자치단체 계약 관련 제반 규정을 준수했다”라면서 “사업 특성상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절차에 따라 제안서 평가 위원회를 개최해 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답했다. 

더불어 “내부사업 경험 유무가 업체 선정에 필수 조건은 아니었으며 노원구에서 요구하는 사업수행조건 전반에 대해 평가해 선정했다”라며 “해당 업체는 ‘실내 스카이트레일(공중로프체험)’ 및 ‘인공암벽’ 등의 설치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구체적 건축계획 전 선급금 지급 이유로 “서울시 공공건축심의에서 ‘콘텐츠 구성을 건축설계에 반영하라’는 요청으로 건축설계 공모 전에 콘텐츠 확정 및 설계가 선행돼야 했다”라면서 “콘텐츠 다수가 해외(미국 등)에서 주문, 제작되는 제품으로 발주에서 설계, 생산, 운송, 설치 기간을 고려해 장기계약으로 진행하고 발주·설계를 위해 선급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청 답변대로 투명하고 구체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이 됐다면, 지난해 11월 구의회 행정감사에서 요구된 자료 제출이 1개월이 넘도록 미뤄진 것은 설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해당 부서는 지난 3일 “업체 측 제출이 늦어져 추합하는 과정”이라고 의회 정책지원실에 답했으나, 업체 사정을 고려해도 비용 지불 당시 노원구가 계약서나 영수증 등을 받지 않은 사실은 더욱 석연치가 않다. 또 서울시 ‘콘텐츠 반영’ 요청으로 건축 계획도 없이 선급금을 지급한 것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에 상호협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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