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노동개혁 통해 성장, 일자리 창출 뒷받침할 것”
노란봉투법 폐기… 민주당 “참 비정한 대통령, 야박한 여당”

정의당 의원들. [뉴시스]
정의당 의원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청룡의 해’로 불리는 올해 주요 노동 현안으로 ‘근로시간’, ‘노란봉투법’,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 보호법안’ 등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노사 법치주의’와 ‘노동시장 유연성’ 등을 언급한 가운데 지난해 경직됐던 노·정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계에서도 노사정의 사회적 협의가 원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노사정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주요 노동 현안인 ‘근로시간’,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5인 미만 사업장·특수고용직 등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 보호법안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노동개혁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겠다”라며 ‘노사 법치주의’와 ‘노동시장 유연성’ 등을 강조했다. 이에 지난해 경직됐던 노·정 관계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尹 정부, 근로시간 개편과 ‘주 최대 69시간’ 논란

정부가 발표한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올해 상반기 중 ‘근로시간 제도개편 보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입법을 예고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이었는데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으나, 획일적·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라며 “노동자의 삶의 질 제고와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노동계는 개편안이 과로를 조장한다며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지적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또한 “장시간 압축노동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과로사를 조장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노사 및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결과를 반영해 주 52시간제 틀은 유지하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개편 방향을 설정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 “지난해 3월 발표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국민 설문조사를 명분 삼아 결국 기존 정책을 재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며 협의에 이를지는 미지수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노사정 사회적 대회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근로시간 등 산적한 노동 현안에 대한 조속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라고 밝혔지만, 한노총은 “근로시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없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부결된 노란봉투법, 민주당 “재추진할 것”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 및 시위를 한 노동자에게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사측은 손해배상액을 노동자에게 통보한다. 이에 노동계는 “손해배상에 대한 부담으로 기본적 권한인 파업이 저해된다”라며 노란봉투법을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지난해 12월8일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 끝에 부결됐다. 결국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과 같이 폐기됐다.

헌법상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를 다시 통과하기 위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재석 의원 291명에 찬성 175명, 반대 115명, 기권 1명으로 부결 처리됐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또 폐기 수순을 밟은 노란봉투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참 비정한 대통령, 참 야박한 여당”이라며 “여당은 입법부의 자존심 대신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했다. 다시 (발의를) 준비하고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핵심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 목소리도 높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해고제한·부당해고 구제신청, 해고 서면통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연장 노동시간 제한 등 노동자 보호를 위해 규정된 기준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 외에도 근로기준법상 인정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처한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보호는 노동계가 꾸준히 제기해왔던 쟁점 중 하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4일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노동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희망 고문’을 이어가는 사이, 오늘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보호받을 수 있을지’를 묻는 안타까운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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