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재산 지키기에 급급’ 지적... 결국 오너일가 자구 의지 밝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뉴시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태영건설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한 후 약속 불이행·부실한 자구안·불성실한 태도 등 소위 ‘채무자 갑질’로 채권단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경고에 꼬리를 내리고 기존 4가지 자구안에 대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 금융당국 강력한 경고, 꼬리 내린 ‘채무자 갑질’ 태영건설
- ‘그대로 부족하면’, ‘필요한 만큼’이 가진 속내는?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8일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자구안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1549억 원(티와이 홀딩스 지분 1133억 원·윤석민 회장 지분 416억 원)을 태영건설에 모두 집어넣는 것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티와이홀딩스는 나머지 자구안인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 비트 매각, 그리고 평택 싸이로 담보제공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나머지 자구 계획도 이른 시일 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의 전제 조건인 ▲태영인더스티리 매각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납부 ▲에코비트 매각·매각 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 싸이로 담보제공을 하는 4가지 기존 자구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이어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890억 원, 태영건설에 납입 ▲TY홀딩스·SBS 지분 활용해 태영건설 유동성 지원 ▲오너 일가 사재 출연하라는 추가 요구안을 제시했다. 기존 자구안 이행에 더불어 추가 요구안까지 이행할 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는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단의 추가 요구안을 이행하기 위해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의 딸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가 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 대여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금을 대여하는 대신 티와이홀딩스가 가진 SBS 지분 일부를 담보로 잡기도 했다.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 대여해주는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채권단은 윤 대표 역시 오너 일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탐탁지 않은 시선이 주를 이룬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태영 오너 일가에 사재 출연 등 책임 있는 자세를 지속적해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출연' 대신 '대여'하는 길을 선택했다. 윤 대표는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을 매각하고 513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윤 대표는 자신의 몫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을 살리는 데 쓰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윤재연 대표로부터 330억 원을 차입한다고 8일 공시했다. 차입 기간은 오는 7월 8일까지 6개월이다. 윤 대표는 이 기간에 연 이자 4.6%를 받는다.

티와이홀딩스는 윤 대표에게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SBS 주식 117만2000주를 제공하기도 했다. 담보 한도는 403억 원이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윤 대표에게 자금을 빌린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 [뉴시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 [뉴시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TY홀딩스는 현재 태영 오너 일가가 33.67%(지난 1월8일 기준)를 보유 중으로 알려졌다. 그중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인 25.44%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의 TY홀딩스 지분 25.44%, 윤 회장의 부인 지분 2.3%, 윤 창업 회장 지분 0.5%, 서암윤세영재단 지분 5.43% 등 오너 일가 지분 가운데 얼마나 담보로 제공하느냐가 워크아웃의 남은 과제로 여겨진다. 이번 워크아웃을 위해 윤 창업 회장과 윤 회장은 ‘필요한 만큼’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태영 그룹 오너 일가 지분 담보 제공에는 ‘그래도 부족하면’, ‘필요할 경우’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있다. 이에 대해 최금락 태영건설 부회장은 “기존에 제시한 4가지 자구안이 철저히 이행만 돼도,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되는 오는 4월까지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여러 사정에 의해 그렇지 못할 경우는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제조건이 붙은 태영 그룹 오너 일가 지분 담보 제공 각오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행보다. 과연 무늬만 자구안을 이행하겠다는 건지 여전히 물음표다. 추가 자구안에 대해 태영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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