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2일 대 낮에 부산에서 67세의 김 모씨 칼에 목의 경정맥 부위를 1.4cm 찔렸다. 서울대 병원에서 두 시간 수술이 진행됐고 대략 1~2주 정도면 퇴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대표 테러와 부상이 하루속히 쾌유되기를 빌면서 차제에 정치테러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철저히 그리고 차분히 되돌아볼 때임을 절감한다. 

우선 이 대표가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된 문제부터 제기되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를 놔두고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로 가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들 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 병원을 놔두고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지적 했다. 

실상 정부는 지난 10월에도 서울로 집중되는 환자를 막고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며 서울의 ‘빅 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2022년 한 해 ‘빅 5 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상경한 환자 수만 해도 71만여 명에 2조 1800여 억 원에 달한다. 민주당도 지방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 고 작년 10월 밝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말로는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면서도 행동으로는 지방의료를 누구 보다 앞장서서 끌어내린 셈이다.

또 한 가지 문제점으론 언론들의 보도와 논평이다. 신문과 방송들은 “혐오의 정치” “정치 실종”이 부른 테러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오늘날 “혐오의 정치”가 심한 건 사실이디. 하지만 우리나라엔 옛 날에도 “혐오의 정치”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하나같아 혐오와 증오 정치가 부른 테러라고 단정해버렸다. 그렇지 않다. 주로 가해자의 개인적 폭력성과 과대망상증 그리고 “운둔 형” 또는 “외로운 늑대”형에 속한다. 그들은 특정 정치조직의 하수인이 아니라 단독범들이다. 테러범 김 씨도 새누리당에서 작년 민주당에 입당한 사람이다. 미국의 에브라함 링컨이나 존 F. 케네디 등 살해범들도 모두 “외로운 늑대”형이었다. 

2006년 5월20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문구용 커터칼 상해 테러도 단독범이었 다. 범인 지중호는 이미 간통과 공갈협박 등의 범법자였다. 또한 2022년 3월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유투버 표 모씨에 의해 망치로 테러를 당했는데, 그때도 가해자는 정치적으로 반대진영에 속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1945년 8.15 해방 후 3-4년간 무정부 상태에서 정치지도자에 대한 암살이 잇따랐던 건 사실이다. 송진우•장덕수•여운형•김구 등이 희생되었다. 김구를 제외한 3명은 모두 정부 수립 전 무정부 공간에서 희생되었다. 무정부 상태의 암살과 오늘의 법치 대한민국과는 다르다는데서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우연히도 이재명 대표는 피격 하루 전인 1월1일 민주당 신년사에서 “맹자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잘못된 통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없다”라고 밝혔다. 불행하게도 다음날 이 대표는 “칼로 죽임”을 당할 뻔했다. 그렇지만 그의 혐오 발언이 자신에 대한 상해를 부추겼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직 테러범 개인의 폭력성이 빚어낸 범죄였을 따름이었다. 마치 박근혜나 송영길에 대한 상해 테러가 극한적인 정치대결 구도에서 다른 편에 섰던 극단 지지자에 의해서가 아니었던 것과 같다. 그래서 이재명 상해 테러도 한국사회 전체의 특성과 테러범 개인을 철저히 분석, 그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치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해 주면 병을 고치지 못한다는 데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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