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배우가 망인이 된 후 다시 화제가 된 나의 아저씨’. 명작을 왜 이제서야 보고 있을까라는 후회감과 함께 그의 죽음이후 시청해 오버랩되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다. 2018년 방영된 이 드라마가 2023년 이선균의 운명을 예고한 듯한 박동훈의 대사들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렸다

이선균 배우는 살아생전 소주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술을 즐겼다. 후배들도 자기 일처럼 챙겨 단역을 챙겨주고 장례식장에서 무례한 기자에게 큰 소리를 칠정도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 1227일 망인이 된후 해를 넘기면서도 연예계 식지 않는 추모열기가 그의 살아생전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준다.

무엇보다 나의 아저씨에서 그려지는 박동훈역이 살아생전 이선균이 아닌가 할 정도로 드라마에서는 착하고 바보같고 묵직하고 의리있는 조용한 성격으로 그려진다. 보통 아저씨들의 일상과 아저씨 같지 않은 아저씨 박동훈이 그려내는 내용은 참으로 부조화속에 조화를 이루며 시청하는 내내 감동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죽도록 힘들지만 힘들다고 말 못하는 이지안을 비롯해 사무실 직원,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명대사들은 이슬방울처럼 빛이 났다. 필자는 그 중에서 이지안이 박동훈 부장에게 처음으로 낮게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따라서 파이팅을 낮게외칠 정도였다. 연말.신년 건배사로 지안(至安:평안함에 이르자)으로 삼은 배경도 이 장면이 한몫했다. 물론 낮은 파이팅과 함께.

샛길로 빠졌지만 나의 아저씨는 치유의 드라마는 분명하지만 사회적 문제도 건드렸다. 건물 안전진단의 문제, 감독과 여배우의 갑을관계 무엇보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폭력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어떻게 4050대 아저씨들이 무서운 사내 정치속에 버텨내고 잘려나가는지를 살벌하게 그려냈다. 드라마가 드라마 그 이상을 보여준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다 문득 20년간 정치부 기자를 해오면서 여의도에서 박동훈같은 나의 정치인이 누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게 됐다. 휴대폰을 DB를 보니 정치인, 보좌관, 공무원, 기자들에 가족.지인들을 포함해 현재 1500명 이상 입력돼 있었다. 최소한 전화라도 한번 해본 정치인들 목록을 보면서 나의 정치인이라고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는 의리있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위해 싸우면서도 자신의 아픈 상처는 철저히 숨기고 그걸 또 자랑하지 않는...쉽지 않아 바로 포기했다.

박해영 작가가 그려낸 박동훈은 우리 주변에 수없이 많지만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수많은 박동훈 아저씨들을 그려낸 것이 아닌 이상적인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아저씨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하는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박동훈이라는 아저씨 같은 정치인을 찾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현 정치판 그를 필요로할 정도로 치유의 대상이 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백주대낮에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야당 당대표를 죽이겠다고 할 정도로 여야와 지지자간 증오와 혐오가 대한민국 사회를 좀먹고 있다. 정치가 국민들을 평안하게 이르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싸우고 대립하고 무시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이 대로 나라가 망하면 정치가 주범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평안함에 이르도록 해달라고. 제발 정치가 주변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을 더 이상 오염시키지 못하게 해달라고 애걸하고 싶다.

특히 이번 총선에 나의 아저씨박동훈 부장이 출현하길 간절하게 기대해보고 싶다. 지구라는 별나라에 발 딛고 힘들게 버티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 4~50대 아저씨들 올해 모두 지안하시고 고 이선균님은 별나라 저 세상에서 지안하시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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