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에 뛰어난 자신감이 제품개발의 원동력”
2007년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서 대통령상 수상
국내·외 “현대적 조형으로 전통공예품 상품화 이뤘다” 평가

신경식 금속공예 명장
신경식 금속공예 명장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금속공예가’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신경식 금속공예 명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경식 금속공예 명장은 1970년대 기능인을 우대하던 산업화 시대에 가내수공업으로 전수돼오던 금은세공기능사 보조업무를 1976년에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세공기능을 습득한 그는 세공술을 배워가며 금속공예학과 디자인교육과 문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능과 더불어 이론의 필요성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유물과 전통공예품을 제작하는 기술자가 되기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지금은 세계로 도약하는 금속공예 명장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 한국의 대표적인 금속공예 명장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세요.

▲1988년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5가에 작업공간을 마련하면서 나 자신만의 작품제작에 몰두했었어요. 그러다가 1990년에 산업디자인학과에 편입학한 것을 계기로 금속공예의 역사와 금속공예품의 문헌을 통해 유물을 접하게 됐지요. 그때 유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달아 선조들의 비녀, 노리개, 꽃이 등 규방 장신구 제작을 계승해 우리나라 유물 중 전해져온 은제 차 도구(茶匙, 茶杓)를 재현했는데요. 이 작품들이 다량 상품화를 이루면서 국제, 국내 전시회 및 판매로 이어져 ‘현대적 조형으로 전통공예품의 상품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신경식 금속공예 명장
신경식 금속공예 명장

- 2007년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금속공예 명장으로서 주로 어떤 작품을 창작하시나요.

▲기능의 뛰어난 자신감은 제품개발의 원동력이 됐어요. 매년 개발한 신상품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 출품했죠. 1990년 6월4일을 시초로 30여 회 출품해 입선, 특선, 장려상, 기관장상 등을 거쳐 2007년에는 제37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서 대통령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대한민국 관광상품 공모전에서는 1999년 7월1일 출품을 시작으로 입·특선, 기관장상 등 21회에 걸쳐 입상했는데요. 수상의 계기는 옛 유물에서 시작한 금속공예품을 현대 조형에 맞는 제품으로 이루어 널리 상용화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지금은 특히 은으로 제작한 다관, 거름망, 차시 등의 茶도구와 아직은 생소한 香도구를 제작해 전국 차도매시장과 중국 茶시장에 선을 보이며 우리나라 제품의 가치와 품격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일반 금속공예 아티스트와 차별화한 명장님의 독특한 작품 기법은 무엇인가요.

▲굳이 차별점을 꼽으라면 귀금속의 원형을 드러내면서 상품으로 개발하는 난발(보석을 감싸는) 기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금속공예의 기본적 기법으로 원석을 물려주는 난발 기법과 원석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나 자신만의 난발 기법은 독창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거든요. 금속공예에서 아직 선보여지지 않았던 보석 난발을 만들면서 공예품 대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대통령상 수상자가 됐는데요. 이는 나 자신만의 기법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 금속공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단한 금속을 불에 녹여 망치로 두드리고 갈아내는 것은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에 이르는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를 이루고 또다시 갈고 문지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쓰임새 있는 도구로 갖추어지면 땀을 닦아내며 느껴지는 기분이야말로 나를 빠져들게 하는 공예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두드리고 갈아내 도구로 만들었을 때 그 자체에서 발하는 금속의 황홀한 빛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거예요.

- 작품을 창작할 때 주로 어떤 면에 착안해서 아이디어를 창출하시나요.

▲유물이나 문헌으로 전해져온 금속공예품과 보물들의 특성 및 조형으로부터 지식을 많이 얻고 있어요. 그 유물이나 보물들의 특성과 조형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공예품에다 사용되는 도구의 쓰임새를 가미해 현세대에서 쓰일 수 있는 도구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창작하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다식(차와 함께 먹는 작은 떡)을 드실 때 쓰이는 도구입니다. 유물에 쓰이던 도구를 차인(茶를 생산하는 사람)과 함께 3년 동안 크기, 굵기, 형태 등을 도구의 쓰임새에 맞도록 제작하면서 모든 도구는 사용되는 쓰임새에 따라 소중함이 더해진다는 것을 느꼈고, 그 이후 그것이 작품제작의 신념이 되었어요.

- 미술계에서 금속공예가 앞으로 더욱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금속공예뿐 아니라 공예 자체가 현세대 문화에서는 묻혀진 것 같아요. 지금 세대에 적합한 sns 등 온라인망과 소통의 공간을 확대해 보여주는 시간을 늘리고 공예의 참여공간을 넓히는, 공예인들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해요. 또한, 금속공예품이 생활용품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발하고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전통공예의 보존과 가치적 아름다움을 홍보하는 데 맞춰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형성된 가치관은 무엇이고,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공예품기술자로서 목표가 쓰임새에 충실한 신제품을 개발해 소비자 만족의 극대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제 작품들이 후대 역사유물이 되어 물려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제품이 되도록 혼을 쏟아 제작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조형과 실용성을 갖춘 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 명장님의 작품 감상 시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감상해야 할까요.

▲만들어진 기물을 통해 자연의 풍경과 작품의 이미지를 함께하다 보면 계절도 느끼게 되고 정원의 안식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금속공예 명장을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MZ세대 이후, 지금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지닌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세대는 자신들의 의지로 미래를 선택할 것으로 보거든요. 그렇다면 초지일관 흔들림 없이 믿고 따라간다면 태산을 품게 되리라 믿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