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vs 野 연동형 비례대표제 '현행 유지'
야권 군소정당 중심 비례연합정당 추진 가속화..."꼼수 위한 꼼수"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일인 11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2층 보타닉홀에 차려진 가양제1동8투표소에서 강서구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일인 11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2층 보타닉홀에 차려진 가양제1동8투표소에서 강서구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4.10 국회의원선거가 3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 정치권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복귀를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꼼수 위성정당 양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당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4월 총선에 임박해서야 양당의 꼼수 위성정당이 대거 등장하는 촌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선이 85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선거제 논의가 아직도 공전 중"이라며 "민주당이 민의를 투표에 어떻게 충실히 반영할지 고민하기보다 당내 이해관계에 매몰돼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민주당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않으니 민주당 내에선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야권을 아우르는 (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을 결성하자'는 군소야당 제안에 동조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비례연합정당은 결국 선거가 끝나면 갈라질 운명"이라면서 '의석 늘리기 야합 꼼수'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앞서 그 전날(15일)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이 뭉친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비례 연합정당' 결성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이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21대 총선 전후로 '꼼수 위성정당'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민주당으로서도 선뜻 비례 연합정당 제안을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비례 연합정당의 경우 연합정당의 주체 및 비례순번 지정 등에서 기존 위성정당과 다르다는 입장이나, 큰 틀에서는 위성정당이나 다름 없어 국민의힘에서는 "페이퍼컴퍼니", "야바위판" 등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에도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결국 민주당으로 흡수되지 않았나"라며 "지금 말 나오는 진보 연합정당이라는 게 결국은 과거 꼼수 위성정당 전철을 밟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군소 진보정당과 야합으로 몸집을 불리겠다는 계산인데, 병립형에 끝내 동의하지 않겠다면 (민주당이) 민심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86일 남았는데 아직도 비례대표 문제 '룰 미팅'이 안 되고 있다"며 "우리 당의 비례대표제도 입장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힘을 싣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야권 비례연합정당 추진에 대해 "거대한 플랫폼 정당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 한 달 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주체가 민주당이 아닌 비례연합정당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사례와 동일한 만큼, '꼼수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꼼수 위성정당 논란을 의식한 듯 선뜻 비례연합정당 제안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는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할 에정"이라며 "아직 결정돼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야권에서는 군소정당을 중심으로 비례연합정당 추진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4일 정의당과 녹생당이 '선거연합정당'을 결성하는 등 민주당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연합체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가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결성을 제안하며 22대 총선 전 비례연합정당 담론이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야권 정당은 총선 전 윤석열 정권 타도에 초점을 둔 야권 연합진영을 구축하자는 명목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1대 총선에서 꼼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난 연합정당 구상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정치혁신'이라는 시대정신이 최대 화두로 자리매김한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제2의 위성정당 플랫폼이 현실화할 경우 민심 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로남불' 사태로 공분을 샀던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야권 연합체 합류 가능성도 야권 연합정당 구상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1차 세미나에서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민주당이 가장 큰 세력인 만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다 더 큰 포용력을 발휘해 이 연대를 꾸려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여야 선거제 논의는 이달 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선거제 확정 시한이 없는 데다, 여야 온도차가 극명한 탓이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선 2019년 12월 27일 선거제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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