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전주을' 최소 3파전 예상, 낙하산 공천은 '위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뉴시스]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전북 전주을이 술렁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의 '황태자'로 불린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전략공천설이 나오면서다. 이에 민주당 소속 입지자들은 선제적으로 전주을의 전략공천설을 부정하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나아가 입지자들은 전주을은 최소 3파전이 예정된 격전지인 만큼 낙하산 공천은 위험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주을은 민주당의 오랜 사고지역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당선자인 민주당의 이상직 전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4개월 만에 개인 비위 문제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자당의 귀책 사유가 있는 지난해 4.5 전주을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당시 전주을 보궐선거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한 바 있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이후에도 전주을의 지역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에 무주공산이 된 전주을은 현역 비례대표인 양경숙 민주당 의원과 고종윤·박진만·성치두·이덕춘·최형재 예비후보 등 6명의 입지자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이들은 문재인 정부 검찰의 황태자로 불린 이 전 지검장의 전주을 출마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 8일 공직자 출마 시한을 사흘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이 전 지검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정치 입문 가능성을 암시했다. 

특히 이 전 지검장은 사직서 제출 다음 날인 지난 9일 전북 전주교육대학교에서 자신의 저서 '꽃은 무죄다'의 북콘서트를 개최해 전주을 출마설에 불을 댕겼다. 이에 북콘서트 다음날인 지난 10일 전주을의 입지자들은 선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을은 전략공천도 없고 낙하산도 없다"고 대응했다. 

그 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5일 전주을을 비롯한 전략선거구 17곳을 발표하자 중앙당 전략공천설이 재점화됐다. 민주당은 현역의원의 불출마 및 탈당 지역구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한다. 전략선거구는 향후 경선·단수공천·전략공천자 모집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제도다. 이에 전주을의 입지자들은 전주을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것은 민주당의 당헌·당규상 일반적인 절차일 뿐 전략공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이덕춘 전주을 예비후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3년간 전주을의 지역위원장을 선정할 시간은 충분했다"며 "지금 중앙당의 낙하산을 꽂는 것은 엄연히 지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반드시 경선을 통해 지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미 출마 예정자만 6명인 전주을은 진보당의 강 의원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도 출마하지 않나. 낙하산을 전략공천하는 것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이 전 지검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척점에 선 인물은 맞다. 하지만 지역에서 경선하면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전주을은 22대 총선의 격전지가 될 확률이 높은 지역이다. 정 의원은 이미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의 후보로서 전주을에서 당선된 바 있다. 아울러 순천에서 활동 중인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해 4월경 '고공행진' 팀블로그에서 "진보당은 이미 호남에서 제2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호남에서) 지방의원들, 노동조합 조직을 필두로 한 진보당의 조직력도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의 고종윤 전주을 예비후보는 전략공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고 예비후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혁공천을 위해서는 이 전 지검장이 아니라 저를 전략공천해야 한다. 저는 호남에서 유일한 45세 미만의 청년 후보다. 앞서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청년·여성 우대 방침을 확정하고 이를 공관위에 전달했다"며 "청년 후보의 전략공천이 맞고 경선을 하더라도 저와 다른 후보의 2인 경선이 맞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전략공천설로 인한 공천잡음은 전주을의 야권 분열을 야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천 과정에서 기존 입지자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거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추진하는 신당 '새로운미래'(가칭)에 합류할 경우 전주을의 총선 판세는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리미리 이 전 총리의 세력에 합류한 것이 아닌 이상 공천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이미 호남에서 이 전 총리의 신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야권 분열을 초래한 것은 물론 이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합을 추진하지 않나"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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