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시간' 2024년, 세계의 방향 결정한다 
바이든·트럼프·푸틴·모디 '거인'의 거취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지난 13일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메이친이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슈퍼 선거의 해' 2024년이 밝았다.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 76개국의 크고 작은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40억 명의 인구가 투표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1월 대만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러시아·인도 등 굵직한 국가들의 선거가 이어진다. 특히 선거의 해에 대미를 장식할 11월 미국 대선을 두고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중이다. 

동북아 판세 결정한 대만···중동·유럽의 선택도 '촉각'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는 '민주주의의 시험대'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간 양안 관계는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태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대만침공설이 꾸준히 제기된 정도다. 이렇다 보니 대만 총통 선거는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의 접전이 예상됐다. 특히 이번 선거는 미·중 패권 경쟁의 대리전이자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위 진영 간 대립이라는 의미가 컸다. 

대만 국민들의 선택은 민중당이었다. 라이 후보는 40.05%의 득표율을 기록해 33.49%의 득표율을 기록한 허우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이에 세계는 민주주의 진영의 첫 승리라는 평가와 함께 양안 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과반 득표에 실패한 라이 후보는 중도 성향인 민중당의 커윈저 후보가 26.4%의 득표율을 기록해 표 분산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커 후보는 실용적 양안 관계를 강조하면서 민생 문제에 초점을 맞춰 젊은층의 지지를 받은 만큼, 대만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확실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오는 3월 1일 총선을 치른다. 최근 중동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서 미국이 미국 국적 상선을 공격한 예맨의 친이란 반군세력인 후티에 공격을 가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나아가 이란은 최근 자국 내 폭탄 테러 사건으로 인해 이라크·시리아·파키스탄 등 주변국에 보복성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이란에 보복 공습을 나서며 확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란이 총선을 앞두고 여성 인권 문제 및 폭탄 테러로 인한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공세에 나섰다는 평가했다. 이렇다 보니 이란의 3월 총선은 국내외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3월 15일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한다. 아울러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재선에 나선다. 다만 오는 3월 31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은 계엄령 중인 만큼 연기될 가능성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정적들을 상당수 제거한 만큼 5선 달성은 물론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 집권 체제를 굳힐 것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위기를 맞이했다. 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로감은 물론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온 서방 국가들 역시도 추가적인 지원에 반색을 표하면서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적인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지난해 12월경 "젤렌스키 대통령이 점점 더 고립되면서 독재자가 돼 가고 있다"며 "결국 실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오는 4월 10일에는 우리나라의 22대 총선이 치러지고, 오는 4월 혹은 5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인도국민당)의 3연임이 달린 인도 총선이 열린다.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을 이끄는 모디 총리는 경제 실적을 바탕으로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모디노믹스' 정책을 통해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다만 모디 총리는 집권기간 동안 정적 제거와 언론 탄압으로 인해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중이다. 

오는 6월에는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6월 선거는 지난 2020년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처음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의 돌풍이 이어지는 만큼 6월 선거에 유럽의 방향이 달렸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Fdl)이 승리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집권했다. 1922년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총리가 이탈리아의 지도자에 오른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년간 당원 수가 37%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극우 정당과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지난해 12월경 이탈리아 피렌체에 집결해 6월 선거의 선전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반유럽통합·반이민·반이슬람을 추구하는 만큼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는 지중해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역습에 국제 사회 '긴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선거의 해에 대미를 장식할 미국 대선은 오는 11월 5일 열린다. 국제 사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예상되는 11월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20일 퇴임 직전 내란(1.6 의회 난입 사태)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당하며 불명예 퇴진했다. 그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상원에서 탄핵안은 부결됐다. 

특히 1.6 사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발전했다. 콜로라도주와 메인주의 주 대법원은 1.6 사태에 가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주 대법원의 근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명시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연방대법원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가운데 3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할 것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사태 이외에도 4건의 사건에서 91개의 혐의로 기소된 만큼 변수가 많다. 

근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반격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의 약점으로 지목된 사법리스크는 오히려 지지층 결집의 신호탄이 되면서다. 공화당 지지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탄압에 희생양이란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화당 대선 후보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의 득표율로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2%)를 29.8%의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렸다. 이는 아이오와 경선의 역대 최대 격차 승리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오와 경선의 결과를 두고 역대 최저 득표 승리라고 평가 절하했다.

미국 대선은 오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치른 뒤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16개 주에서 경선을 진행한다. 이날 결과가 사실상 양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셈이다. 

한편 국제 사회는 '트럼프의 역습'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기후 문제 등 현안을 두고 바이든 정부의 기조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 보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퇴보이자 많은 고통과 분노를 반영하는 포퓰리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미국과 트럼프가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경 한 인터뷰에서 러·우 전쟁을 두고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낼 것이다. 24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협상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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