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10 총선을 앞두고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니라 했고, 대한민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얼음과 숯은 서로 용납할 수 없음)’의 남북 관계에도 불구하고 남한 내 종북·친북세력들은 “북한의 인권문제와 미사일 발사, 북핵을 비난하면 반민족·전쟁광·극우”라고 비난해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월 19일 김정은이 도발한 최근 남북 긴장고조에 대해 “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국민의 걱정이 커진다”며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좌파의 ‘전가지보(傳家之寶)’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김정일과 김일성에게 ‘우리’를 쓸 수 있는지. 그들의 노력이 무엇인지.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 해도 ‘양비론’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안보관을 흔들면 안 된다. 한반도의 유일한 평화의 길은 대한민국이 압도적인 전쟁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며, 국론분열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대표는 당나라 군대에 성문을 열어준 내부 반역 세력의 ‘적전분열(敵前分裂)’로 멸망한 고구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당태종(唐太宗)이 즉위한 후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팽창정책’을 쓰자, 영류왕(榮留王)과 귀족들은 ‘서수남진(西守南進)’ 정책으로 당나라에 대해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로 일관했다. 반면 고구려가 천하의 중심이라는 세계관을 가진 고구려무장 세력들은 ‘남수서진(南守西進)’ 정책으로 영류왕의 정책에 반발했다.

연개소문(淵蓋蘇文, ?~665?)은 대당 강경파의 선봉으로 당나라의 침입을 물리친 혁명가이다. 일명 개금(蓋金)이라고 한다. 성품이 호방하고 의표가 웅위하였고, 동부(東部)의 대가(大加, 부족장)였던 아버지가 죽은 뒤 그 직을 계승하였다.

642년 9월. 연개소문의 세력이 커지자 이를 두려워한 여러 대신과 영류왕이 그의 제거를 모의했다. 이를 눈치챈 연개소문은 정변을 일으켜 영류왕 이하 반대파 중신들 100여 명을 시해하고 보장왕(寶藏王, 영류왕의 조카)을 추대한 후 대막리지(大莫離支)가 되어 무단정치를 하였다.

645년 6월. ‘천하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당태종은 장량(張亮)·이세적(李世勣)을 앞세워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에 침입하여 ‘안시성(安市城)’을 포위하였으나, 성주 양만춘(楊萬春)이 이를 물리쳤다. 당태종은 647년 재침을 강행하였으나, 연개소문은 연이은 당나라의 침략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연개소문이 생존했을 때까지 당나라는 더는 고구려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멸망 직전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700년 역사의 고구려가 망한 원인은 ‘내부 분열’과 ‘반역자의 적과의 내통’ 때문이었다.

665년. 연개소문은 “너희 형제는 고기와 물같이 화합해 작위를 다투는 일을 하지 말라.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웃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큰아들 남생(男生)이 동생 남건(男建)·남산(男產)과의 골육상쟁(骨肉相爭) 끝에 당나라에 투항하였고, 동생인 연정토(淵淨土)가 신라에 투항하자,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고구려는 668년에 멸망하고 말았다.

연개소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크게 상반된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임금을 죽인 역적이며, 고구려의 멸망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기록했지만,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위대한 혁명가로, 박은식은 <천개소문전>에서 독립 자주정신과 담략을 지닌 우리 역사상 일인자로 평가했다.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후계자를 제대로 기르지 못해 나라를 망친 인물이라는 과(過)가 있지만, 당태종의 천하욕(天下慾)에 맞서 민족의 자주적 기상을 떨친 공(功)이 더 큰 연개소문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雄飛天下志經營(웅비천하지경영) 웅비하는 천하 영웅 국가경영에 뜻을 두었고

一變成功一廓淸(일변성공일곽청) 한 번의 정변 성공으로 일시에 혼란 종식했네

安市守城欣奏樂(안시수성흔주악) 안시성전투에서 성을 지켜 음악 연주를 기뻐했고

高唐對敵遂追兵(고당대적수추병) 고당전쟁에서 당나라와 싸워 마침내 적을 쫓았네

艱難外患風波始(간난외환풍파시) 고생스런 외적 침입 걱정은 풍파의 서막이었고

悽慘相爭亡國行(처참상쟁망국행) 처참한 형제간 골육상쟁은 망국의 길이었네

七百廟堂雖已沒(칠백묘당수이몰) 700년 고구려 비록 망해 사라졌지만

千秋武烈有餘情(천추무열유여정) 오랜 세월 군사 공적 사람 마음 격동시키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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