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여권이 검찰 공화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지냈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검찰 출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인재영입위원장 이철규, 원내대표에 경찰 출신인 윤재옥 원내대표가 선출됐다는 점까지 더해지며 검경 공화국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총선을 앞두고 검찰·경찰 출신들이 앞다퉈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과거에도 검찰 및 경찰 출신들이 많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 경찰 출신들이 지금 국회의원이 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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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한동훈 검, 인재영입 이철규.윤재옥 출신
- 원희룡,박민식.석동현.박성근 모두 검사 출신고위 여권 인사
- 권은희·김석기·김용판·서범수·윤재옥·이만희·이철규 경찰 출신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야권에서는 여권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 공화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윤재옥 원내대표와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경찰 출신이라는 점까지 거론하며 여권을 두고 검경 공화국이라며 전선을 확대하기도 한다. 개혁 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나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경찰 출신인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이끄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것이다.

윤석열-한동훈 검찰시대검찰 출신 인사 출마 적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내에서는 검찰·경찰 출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검사 출신들부터 살펴보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총장,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검사 출신으로 총선에 출마했다. 현역 의원 가운데에서는 권영세, 권성동, 김도읍, 정점식, 박형수, 유상범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전직 검사들이 대거 출마해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참여 초반부터 함께 했던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주 전 비서관은 대선 초반 네거티브 대응부터 인수위 인사 검증 임무를 해왔다. 주 전 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 중매로 결혼까지 한 인사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선거대책위 법률팀을 총괄했다. 이 전 비서관은 서울 강남권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로 알려진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부산 중·영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의 연수원 1년 후배인 심재돈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장은 인천 동·미추홀갑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심 전 부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론스타 사건 등을 수사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국민의힘으로 출마하는 검찰 출신 대다수는 윤 대통령과의 근무 인연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구 중·남구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첨단수사과장과 중앙수사부 1과장, 대구고검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를 역임할 당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바 있다. 노 전 지검장은 윤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윤 대통령과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한 전력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며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한 키맨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왕·과천에 출마표를 던진 최기식 전 서울고검부장은 2009년 대검 검찰연구관 재직 당시 윤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포항남·울릉 지역에 출마하는 최용규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충북 서원에 출마한 김진모 전 대통령실 민정2비서관은 윤 대통령 및 한 비대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는 박용호 전 마산지청장, 대전 대덕구에 출마하는 박경호 전 대전지검 특수부장 등도 윤 대통령과의 교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검찰 출신인 김경진·김재원·이한성 전 의원, 정상환 전 부천지검장 등도 출마했다.

원희룡.박민식 전 장관. 뉴시스
원희룡.박민식 전 장관. 뉴시스

검찰 출신이 국민의힘으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윤심(尹心)’을 업고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직을 사임한 뒤 곧바로 여당 사령탑에 등극하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한 것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검사 출신 후보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적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 정도면 고려시대 무신정권이 떠오른다고 직격했다. 지난달 28~29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검찰공화국에 공감한다는 답변이 58%, ‘공감하지 않는다’(37%)를 앞섰다.

이철규, 윤재옥 경찰경찰 출신 15명 국힘 출마

검찰 못지 않게 경찰 전·현직 간부 출신들도 국민의힘 후보로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21대국회에서 경찰 출신 의원은 9명으로, 22대 국회에서 이를 넘어선 역대 최다 경찰 출신 의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 국회서 경찰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는 165172181194208219명이었다. 이중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중 경찰 출신 인사는 7명이다. 권은희·김석기·김용판·서범수·윤재옥·이만희·이철규 의원 등이다.

이중 국민의힘 내에서 주요 요직을 맡고 있는 경찰 출신 의원이 눈에 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공관위원에도 이름을 올린 이 위원장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인수위 시절에는 대통령 당선인의 총괄보좌역으로 발탁돼 새 정부 출범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 한동훈 비대위원 체제에서도 주요 요직을 맡을 정도로 당내에서 입지가 확고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이 위원장은 윤핵관 내에서도 실세라는 말이 꾸준히 나온다.

또 한 위원장과 투톱인 윤재옥 원내대표도 경찰 출신이다. 윤 원내대표는 경찰대 1기 수석 입학·졸업을 하고 동기 중 최초승진을 한 엘리트 경찰출신이다. 경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정보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때문에 검찰 출신 못지 않게 경찰 출신들도 이번 총선이 적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여건 탓일까. 경찰 출신 15명이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실제 이상률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이 공직자 사퇴 시한을 하루 앞두고 사직한 뒤 경남 김해을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전 차장은 김해 출신으로 지난 202112월부터 20226월까지 경남경찰청장을 역임했다. 한상철 전 양산경찰서장도 양산 갑 지역에 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공동인재영입위원장 이철규 공동인재영입위원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인재영입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1.15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공동인재영입위원장 이철규 공동인재영입위원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인재영입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1.15 뉴시스

정용근.윤소식.고기철.김종양.박성호 경찰 출마 러쉬

오래 전부터 총선 준비를 해 온 전직 경찰 간부들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명예퇴직한 정용근 전 충북경찰청장과 윤소식 전 대전경찰청장은 충북 충주와 대선 유성갑 지역에 출마한다. 202212월 퇴직한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도 서귀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한국인 최초로 인터폴 수장을 지내다가 2021년 물러난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경찰대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몸담았던 지낸 박성호 전 경남 부지사도 김해시갑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2016년 퇴직한 정용선 전 충남청장은 2020년에 이어 충남 당진 지역구에 재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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