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의 심장 울리는 소리와 온몸 들썩여지는 퍼포먼스에 매료”

이수진 드러머
이수진 드러머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드러머(Drummer)’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이수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학교 때 ‘머틀리 크루’ 록밴드 음악을 접하면서 드럼(Drum)을 시작하게 된 이수진은 현재 ‘메스그램’ 드러머로서 활동하고 있다. 메스그램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록(rock)밴드다.

또한, 이수진은 ‘드럼존’이라는 특이한 아카데미에서 드럼을 가르치는 중이며 약 5만 명 정도의 구독자와 누적 조회 수가 약 1000만 정도 되는 드럼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이수진 드러머
이수진 드러머

- 드럼의 어떤 면이 좋아서 연주하게 된 것인가요.

▲저는 드럼의 심장을 울리는 소리가 너무 좋았고요. 또한, 드럼을 치려면 온몸을 다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런 퍼포먼스적인 부분에 매료돼 시작하게 됐습니다.

- 드럼을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음악을 하면서 단순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감정을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제가 가진 세계관, 인간관, 철학, 종교관 등이 내 연주와 음악에 묻어 나와서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관념들을 통해 내가 느낀 좋은 점을 알려주고 싶은 거죠.

우리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누구나 외롭고 슬픈 감정들을 느끼며 살잖아요. 그럴 때 음악을 통해서나마 잠시 잊을 수 있고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즉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 같은 지점을 수시로 제공해 주려고 합니다.

- 성공적인 드럼 연주로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기반 아래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음악을 굉장히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베이스가 돼야 해요. 별거 아닌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흔히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 중에는 그냥 한번 해볼까 해서 시작하는 분들도 꽤 많으세요. 근데 사실 음악을 정말로 좋아해야지 조금 좋아하는 마음으로 쉽게 접근하면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근본적인 성취감이나 관객한테 전달되는 게 많이 약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몇 년 이상은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롤모델을 정해서 연습하는 거예요. 마음에 드는 드러머를 선생님 삼아서 연습하는 거죠. 본인이 좋아하는 특정 뮤지션의 플레이를 배우고 싶으면 카피해서 그 플레이를 몇 년 동안 집중해서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수진 드러머
이수진 드러머

- 현시대의 음악 세계에서 드럼의 역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과거랑 달리 요즘은 케이팝과 아이돌 음악이 대세잖아요. 이 음악들은 춤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어요. 그렇듯 현대 음악에서는 포크 음악이나 통기타 음악 등을 제외한 모든 음악 요소에서 드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악기 중 플룻 같은 경우에는 어떤 은은한 감동을 준다고 하면, 드럼은 사람들에게 흥분이나 춤을 유발하잖아요. 드럼은 내 의사를 통나무를 두드려서 전달하는데 그게 반복적인 패턴으로 들리게 되면 흥얼거리게 되고 몸이 들썩여지는 리듬으로써 작용합니다. 소위 춤추기 싫은 사람에게까지 춤추게끔 유도하고 도움 역할을 하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어요.

- 지금까지 다양한 연주 활동을 이어오셨는데, 공연할 때 청중들이 자신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해 열광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수들이 저마다 음색이 다르고 목소리도 다르고 창법도 다르듯이 드럼도 대충 듣기에는 다 똑같이 들려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퍼포먼스나 비트 등이 다 다르거든요. 사람 얼굴처럼요. 그 가운데 저는 굉장히 열정적으로 드럼을 연주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표현을 과하게 하는 것에 오히려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 같습니다.

- 드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고, 앞으로는 청중들에게 어떤 드러머로 인식되고 싶으신가요.

▲드럼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을 신나게 한다는 데 있죠. 사람들은 자신이 굉장히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직접 해야지만 신나는 경우가 있는데, 드럼 같은 경우에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신나게 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한 게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유튜브 방송할 때는 농담을 많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음악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저렇게 무대에서는 까불고 열광하지만, 음악 사고가 상당히 진지하고 음악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드러머구나’라고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이수진 드러머
이수진 드러머

- 드러머로 성장하시면서 음악적으로 가장 아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뭐 항상 아픈데요. 사실 요즘은 드럼 음악학원도 많이 생기고 연습실도 많이 생겼지만 제가 연습할 당시만 해도 돈을 지불하고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드럼을 연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많았어요. 요즘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드러머들은 저희 때만 해도 90%는 개인 드럼이 없었거든요. 기타 플레이어들은 기타가 집에 하나씩 있고 다른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도 다 집에 자기 악기가 하나씩 있잖아요. 근데 외국은 드럼을 치는 사람이라면 90% 이상이 자기 악기가 있지만 대한민국은 워낙 소음에 민감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기 드럼을 보유한 사람이 드러머 10명 중에 1~2명도 안 되는 실정이었어요. 그래서 드럼을 연습하고 싶어도 소음 때문에 환경적으로 연습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고 고통스러웠어요.

- 그러한 아픔을 겪으며 변화된 삶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제 해결 능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여건이 여의치 않은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해결해서 이루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여겨지고, 사람들한테 가장 필요한 요소라는 신념이 생긴 거죠.

- 당시 연습 여건과 상황이 안 됐었는데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속담 같이 말하자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저는 드럼이 없어서 그냥 허공에다 대고 드럼 연습을 했어요. 보통 생각할 때 ‘드럼이 없는데 드럼 연습을 어떻게 해, 난 못해’ 이렇게 되겠지만, 저는 드럼이 있다고 상상하고 허공에 대고 드럼 연습을 한 거죠. 물론 요즘에는 현대화돼서 스포츠 선수들이나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잖아요. ‘여기가 뭐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라’ ‘이미 성공했다고 가정하고 관객들 앞에서 공연한다고 상상하면서 연습하라’라는 게 이제는 공공연한 교육이 됐다고 한다면, 저는 당시 그런 교육조차도, 그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모르고 한 거죠.

​이수진 드러머(가족과 함께)
​이수진 드러머(가족과 함께)

- 혹시 연주하실 때 동료들과 생각이나 관념이 틀려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제가 늘 멤버들에게도 얘기하는 부분인데 가족의 삶이랑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뭐냐면 가족이라 해도 모두 생각이 다르죠?! 부부도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좁혀나가고 극복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자식 때문이라고 많이 얘기하잖아요. 그렇듯이 음악인들은 드러머나 다른 악기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좋은 결과물, 즉 앨범 또는 곡 등 훌륭한 창작물을 내거든요. 그러면 그 기여도를 서로 충분히 인정해주면서 극복해 나가야 하는 거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깨지는 팀은 부부 생활에서 어려운 점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드러머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요즘에는 정말 재능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만큼 굉장히 쉽게 음악을 접하고 또 쉽게 음악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근데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고 정말로 음악도 사랑해서 훌륭한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음에도 쉽게 접한 것 때문에 역경이 왔을 때 쉽게 놓아버릴 수 있는 점이 안타까워요. 어렵게 접하게 되면 그렇게 쉽게 놓지 못하거든요.

이처럼 음악을 시작할 때 양날의 칼처럼 항상 좋은 점과 위험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나는 그냥 취미로만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쉽게 접하는 것도 좋은 부분일 수 있어요. 시작할 시점에 너무 과도하거나 가벼운 목표는 피하면서 나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어떤 드러머가 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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