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핫라인 복원·출생 기본소득 도입으로 대한민국 위기 극복  
與 "날 선 비판만 가득한 신년 기자회견, 자성의 목소리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채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대한민국이 4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위기극복의 DNA가 있는 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가 불러온 국정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민생·전쟁·저출생·민주주의의 4대 위기에 처했다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세계의 주목을 받던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 중이고, 때아닌 전쟁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인구 감소로 국가 존속을 걱정해야 하고, 아시아 제일로 평가받던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생위기와 관련 "불황이 지속되면서 배달음식에 껴온 음료까지 내다 파는 중고거래가 성행한다. 마른수건 짜듯 생활비를 아껴도, 이자에 월세 감당이 벅찬 게 현실"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초부자감세를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낙수효과'를 내세웠지만 현실은 어떤가. 성장은커녕, 막대한 세수결손만 초래하고, 재정 부족에 따른 서민지원 예산 삭감, R&D 예산 대규모 삭감을 불러왔다"며 "부동산 PF 문제, 폭발 직전에 이른 금융위험도 대책을 찾지 못한 채, 레고랜드 사태처럼 뒷북을 치거나 미루기만 하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 역할인데, 해법은 없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리만 들린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전쟁위기와 관련 "남북관계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국민이 전쟁을 걱정하는 이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시 밝힌 '담대한 구상'은 결국 온 국민의 머리 위에 놓인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수백만이 죽고 전 국토가 초토화된 6.25 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충돌이 누적된 결과였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며 "만에 하나, 북풍사건 총풍사건처럼 정략적 이익을 위해 국민생명을 담보로 전쟁게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저출생 위기와 관련 "윤석열 정권은 노동시간 연장을 시도하고,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을 부르는 위험한 노동환경에 눈 감고 있다"며 "무한경쟁만 남은 정글사회에서, 출생에 따른 부담이 오롯이 개인에게 지워져 부모의 삶을 짓누르는 사회에서, 아이 낳을 엄두가 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전쟁'을 벌인 결과, 우리 사회는 더 극심하게 양극단으로 분열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이권 카르텔'로 매도되고,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치인 암살테러가 가장 안전하다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정치와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 공존과 존중은 실종됐다. 상생의 정치는 사라지고 상대를 제거하고 죽이려는 적대와 전쟁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는 위기극복 DNA가 있다. IMF 금융위기와 박근혜 탄핵 공백을 극복하고, 코로나 위기를 모범적으로 이겨낸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윤석열 정부가 불러온 국정위기를 극복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4대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중심의 정책 방향 변경 ▲첨단산업·기초과학 집중 투자로 'AI·혁신산업 중심의 선도국' 도약 ▲벤처 투자 모태펀드 확대 및 금융기관의 벤처 투자 방식 다양화로 스타트업 기원 지원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전쟁위기 극복을 위해 남북 핫라인 복원을 제안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은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한 '분할목돈지원 방식'의 출생기본소득 ▲여·야·정과 산·학·연을 아우르는 범국민 저출생 대화기구 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심판론에 대해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독재"라며 "남의 눈에 티보다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보도록 노력할 필요 있다는 생각을 언제나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선거제 개편 논의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신 사안이고 어쩌면 이해관계도 좀 있을 수 있는 일이여서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이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대화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중도 표심 확보 방식에 대해 "중도 표심 얻는 일들은 정말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사적 이익이나 니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국민들 바라는 결과물 제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저는 이번 선거가 민주당에게 매우 어려운 선거라 생각한다. 목표는 1당이 되는 것이고 최대로 목표치를 올린다면 151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천이든 선거든 거기에 맞춰서 낮은 자세로, 절박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밝혔다. 

與 "또 포퓰리즘, 그래서 선거제 입장은 정했나"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혹평을 내렸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1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는 '협치' '합의' '논의' 같은 여야가 함께할 단어조차 없었다"며 "윤석열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과 비난이 가득했지만, 국회를 폭주의 장으로 만들고, 우리 사회를 극단의 정치로 몰며 분열을 일으킨 데 대한 민주당 자성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어제도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보고도 여전히 '북풍', '총풍'을 말하고 있다. 안보를 두고 있지도 않은 정략적 이익을 말하는 이 대표의 왜곡된 인식이 참담하다"며 "북한의 도발 위협을 전쟁위기라 말하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선 전쟁방지-평화의 핫라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기극복 DNA를 가졌다는 민주당이 해결사를 자처하며 내놓은 저출생 정책은 '출생기본소득'"이라며 "지난해 신년에도 주장한 이재명식 전형적인 포퓰리즘 ‘기본소득’이 또다시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그래서,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정해졌나. 당내 공천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 목소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알맹이 없는 말 잔치보다 우리는 이 대표 앞에 놓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