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졌잘싸' 예상되는 이재명 지키는 방탄총선 전략...정치개혁 기대 어려워
- 의원뿐 아니라 정당도 기득권·특권 내려놓아야...민주당 완전 클래스 다른 초격차 정치

기업들이 새해 들어 앞다퉈 내놓은 ‘2024년 신 경영전략에 거의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초격차'. 초격차란 글자 그대로 경쟁자, 즉 후발기업들과 엄청난 격차를 벌려 경쟁하는 것이다.

초격차 경영전략은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권오현 회장이 2017년 적자를 내던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든 경영혁신 전략의 핵심이다.

권 회장은 "많은 분들이 초격차라고 하면 그냥 갭(gap·차이)을 크게 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클래스를 다르게 하는 것이라며 격차는 자꾸 남이 나를 쫓아오게 되지만, 클래스의 차이는 더 이상 남과 비교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서 클래스란 전자계산기와 컴퓨터, 산수와 수학, 마차와 자동차, 조기축구와 K리그, 장덕수와 장동혁 등 그 수준이 비교 불가, 완전 차이를 의미할 것이다.

당시 권 회장이 '초격차 경영'에 나선 이유는 수많은 반도체기업의 치킨 게임, 4년 주기의 호·불황, 2008년 금융위기 등 업계의 근본적 문제를 극복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는 방법을 고심하던 끝에 나온 것이다. 권 회장은 절대 경쟁력, 기술력이 필요했고 이는 개선이 아니라 혁신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 경쟁자가 절대 쫒아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을 결심한 것이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전망, 예측이 어렵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부를 오래 담당한 기자들과 여의도 스피커들은 밥자리 술자리에서 승패 전망을 놓고 내기를 하고 핏대를 세워 격론을 벌인다. 그런데 요즘은 조용하다. 예기치 않는 경청 분위기다.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모두 +,- 승리와 패배 요인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양당 모두 승리보다는 패배 요인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 계속되자 유권자이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각 당의 절박함은 예측을 더 어렵게 한다. 양당에게 이번 총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가 아니라 '이겨야 산다'는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됐다. 민주당이 이긴다면 김건희 여사는 특별검사실 포토라인과 국회청문회를,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을 걱정해야 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긴다면 이재명 대표는 정계은퇴와 구속을 피할 수 없다. 보스 중심 정치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양측 모두 생존을 건 백척간두의 전쟁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다수당을 탈환해야 하는 공성, 도전자이고 164석의 민주당은 제1당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보통 공성측 전투력이 수성측보다 3배 높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도전하는 국민의힘이 훨씬 더 강력한 무기와 병력을 투입해야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상황을 보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소극적 수성전략이다. 현재 절대 우세한 화력과 병력으로 도전자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전략을 알면서도 '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다. 또 선거패배 후 눈물 흘리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칠 것인지, 민주당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동훈이라는 새로운 돌격대장을 내세워 전세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아직 한동훈 지지율만큼 당과 총선 지지율이 따라오지 못하지만 100석도 어렵다던 한 달 여 전보다는 상당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여권 내에서도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또 조심스럽지만 큰 우세를 점치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달라졌다.

'정치 초딩' '윤석열 아바타'라고 놀림 받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존 보수 정치인과 완전 다른 파격성과 국민감성과 함께하는 '한동훈 정치스타일'로 인기몰이중이다. 한 위원장은 '586운동권 대 전문가' '방탄 대 특권폐지' '친명 대 한동훈'으로 차별화하고 '과거와 미래' '이념 대 경제' '개딸과 국민' 프레임 설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총선 전망은 예측불허다. 많은 변수도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의 마음이 아직 국민의힘에 호의적이지 않다. 중도층 여론을 못 잡는 원인은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이다. 김건희 여사는 디올 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대통령실은 아직도 미숙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삼태기로도 못 막는다.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에게 초격차 전략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확실한 국민 중심의 정치혁신, 그 중에서도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초격차 전략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불체포 특권 포기, 형 확정 후 재판 기간 세비 전액 반납, 귀책사유 재.보궐 선거 후보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출판 기념회 정치자금 수수금지 등 개혁시리즈를 내놨다. 또 공천에서 4대 비리(입시·채용·병역·국적 비리)와 신4대 비리(성폭력 2차 가해·직장 내 괴롭힘·학교폭력·마약범죄)로 형사처벌 후 사면 복권돼도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천만 다행이다. 문제는 어느새 국민의힘 내 자족 자만하는 분위기가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당 고위관계자와의 대화중에 정당 운영·선거보조금 혁신에 대해 "그럼 선거운동은 누가하고 당 운영은 어떻게 하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실을 모른다는 핀잔이다.

'정치의 초격차'는 국민의 불신 해소 정도가 아니라 신뢰를 얻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공천물갈이나 말싸움, 선심성 공약 정도는 격차도 아니다. 국민의 요구 그 이상의 기득권과 특권 폐지로 나아갈 때 비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이재명 지키기에 여념없는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클래스가 다른 초격차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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