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느 때보다 여의도가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은 제1당이 될 키를 쥐고 있는 지역구 공천 경쟁이 한창이다. 3지대 신당 돌풍을 일으키겠다며 양대 정당의 그늘을 벗어난 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창당과 합당의 합종연횡을 획책하고 있다. 정의당 등 기존의 군소 정당들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정작 410일에 실시될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 조정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어떤 식으로 선출할 것인지에 대한 양대 정당의 합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양대 정당이 적대적 공생을 위해 어떤 군색(窘塞)한 조합을 만들어 낼지 실로 기대된다.

지난해 11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선거라는 것은 여러분도 너무 잘 아시지만 승부 아닙니까? 이상적인 주장,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라며, 비례대표 선거제도의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열어두었는데, 사실 이는 이재명 대표 자신이 눈앞의 선거 승리에만 눈먼 작은 정치인이라고 커밍아웃을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미국의 목사이자 종교학자인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James Freeman Clarke)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작은 정치인(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큰 정치인(statesman)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정치인의 재목에 대해 갈파했다. 물론 100여 년 후 태평양 건너에 존재하게 될 이재명 대표의 출현을 염두에 두고 했던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선견은 만국의 정치 상황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이재명 대표는 작은 정치인으로 스스로를 재단했다.

문제는 그의 생각처럼 작은 정치인으로 커밍아웃한 결과가 4.10 총선의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작금의 정치 상황은 작은 정치인의 반대급부로 얻으려 했던 총선 승리도 날아갈 가능성이 많게 되어 버렸다.

현재의 선거 구도는 ‘1여 다야구도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고, 원조 반윤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파생 정당인 개혁미래당, 반윤으로 생존 모색 중인 개혁신당, 그리고 정의당과 그 밖의 군소정당 모두 야당을 표방하고 있다. 과거 보수 여당이 분열했을 때의 친박연대와 같은 특수 목적의 여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 여당인 국민의힘을 제외하고는 한정된 야당의 파이를 여러 정당이 경쟁하여 나눠 먹는 선거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목적은 달라도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투표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진 야당 지지자들은 각자 자신이 선호하는 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야당지지 유권자의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기 위한 전략적 투표의 요행을 바라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의 쓴맛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비호감을 상대의 비호감으로 덮어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를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적용하려는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구태여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을 연장시켜 주면서까지 총선 승리를 마다할 필요는 없기에 이재명 대표는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총선에서 이겨야 하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이재명 대표에게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비례대표제를 손보려 하지 않고, 스스로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대표를 사퇴하며 비대위를 출범시켜 이번 총선에 임한다면, 적어도 원내 제1당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되면 스스로 방탄의 옷을 걸치기 위한 번거로움도 피하면서 자신의 정치생명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한 번에 날리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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