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해부터 공개 행보를 늘리며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2개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박 전 대통령이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탄핵 이후 친박 인사들이 총집합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특히 정치 일선 후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내가 못한 일을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총선에 출마한 친박 출마자들에 간접 지원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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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선에 나서지 않겠다며 정치적 존재감 과시
- 윤석열-한동훈 박근혜 72세 생일맞이 번갈아 축하 전화

총선을 앞두고 최근 출간된 박근혜 회고록북콘서트가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초대 인원을 최소화하며 소위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정치권 인사들 대부분을 초청하지 않았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롯해 좌장으로 불리던 서청원 전 의원, 홍문종 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김재원 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 소위 친박계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다만 수감 시절 유일하게 면회를 허용했던 측근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유 변호사는 대구 달서갑에 출마하겠다며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 외에도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수산부 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자신이 집필한 회고록에 대한 소개와 개인적 불행이면서도 보수정치의 몰락을 가져온 대통령 탄핵 등 정치역정과 관련된 소회를 밝혔다.

정치는 안하겠지만보답 차원서 할 일 할 것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사소한 실수는 있었을지라도 의도적으로 제게 부끄러운 일이라든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은 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떳떳하고 당당했다고 말했다. 북콘서트 진행자가 감옥에서 인고의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한 희망은 뭐였나. 많은 억울함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감내했나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힘들지 않았고 억울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어려운 시간을 지켜내는 데 국민의 위로와 더불어 큰 기둥 같은 힘이 됐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제가 너무 가까이 있던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을 드렸던 게 참 저를 힘들게 했다어쨌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담담히 견뎌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분께 받은 큰 사랑을 어떻게든지 갚으려 했는데 탄핵으로 중단되고 보답을 제대로 못해서 안타깝고 죄송할 뿐이라며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약 90분간 평소 일상생활부터 대통령 재임 기간 업적,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회고록 집필 계기에 대해선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아쉬웠던 일에 대해서는 아쉬운 대로, 이거는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 것도 그대로 써서 밝힘으로써 미래세대에도 교훈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집필을 결심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그동안 건강 문제, 회고록 집필 때문에 밖으로의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국민 여러분을 자주 만나려고 한다시장을 다니거나 주변에 관광지 이런 데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많이 뵐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회고록에서 정치 일선은 물러났지만, 국민을 위해 앞으로 힘닿는 대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저는 정치 일선을 떠났고 또 정치를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재임 중에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아쉬움은 있고 누군가가 이제 그것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는 하지 않겠지만, 제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친박, TK 대거 출마 일부 여론조사선 후광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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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박 전 대통령은 친박의 출마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 “과거에 정치를 했던 분이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일이 못된다”,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친박의 총선 출마와 자신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 북콘서트에서 조금이라도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해 드리겠다고 발언하면서 다양한 해석을 나오고 있다. 향후 정치적 목소리를 내거나 간접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은 여전하다. 보수층과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바라는 지지층이 적잖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직접 응원 메시지를 전했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축하난을 보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 등이 박 전 대통령과 영남권 민심을 챙긴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이번 행사가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과 대구 달서갑에 출마하는 유영하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따르는 인사들을 간접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 인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9일 경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최 전 부총리는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명예회복을 한다는 차원에서 5선 도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생환 여부가 친박 부활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은 군위·의성·청송·영덕 지역에 출마한다. 선거구 조정 가능성이 있어, 경쟁자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진박 감별사로 불렸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박 전 대통령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 등이 일찌감치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의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최근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모친상에서 유 변호사가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특히 두 사람만 5분 가량 긴밀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행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박 인사들이 출마한 곳도 수도권보다는 대구·경북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에 친박 후보들이 박근혜라는 이름을 활용할 것이고,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박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유영하 변호사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 현역의원인 홍석준 의원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칠 정도다.

국힘 속앓이 중, “수도권 선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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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수년간 탄핵 극복에 힘써왔던 국민의힘으로서는 친박계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수도권에 출마한 국민의힘 한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선 모르겠지만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특히 사법리스크의 민주당을 심판한다는 취지가 강한데 연일 친박계 인사들이 오르내리며 부정적 이슈가 쏟아지면 결국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잡아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친박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로 인해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또 다시 드리워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마저 자신의 회고록 관련 북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사실상 정치적 행보에 나서면서 수도권에서 표잃는 소리가 들린다는 일부 현역 의원들의 볼멘소리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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