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질 중간 관리자 처벌" 촉구...모 기업도 수수방관 책임 있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애경산업이 이번엔 '자회사 근로자 갑질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렸다. 자회사 직원에 대한 '저질 처우' 논란이 불거진 지 1년 여 만에 또다시 노사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애경그룹 계열사 AJP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한 중간 관리 직원의 행동이 지나친 갑질에 해당한다며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어 해당 직원의 갑질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는 모 기업의 책임도 함께 촉구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일요서울이 들어봤다.

-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 이어 근로자 갑질로 홍역
- 마트노동자들 본사 앞 시위 진행...노사 갈등 심화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일. 오전 11시 홍대입구역 앞 애경타워 앞에는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AJP근로자들과 애경타워 쇼핑을 하기 위해 줄을 선 일반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노란 조끼와 손에 든 '투쟁' 또는 '갑질 피해' 글귀만이 이들을 나누고 있었다.

피해 주장 노동자들은 모두 '직장 갑질은 수수방관 자회사 임금만 쥐어짜는 애경그룹 규탄한다', 'AJP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입장에서 제대로 해결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고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었다.

AJP는 애경산업이 판촉 서비스 인력 공급을 위해 만든 서비스업체다. 애경산업이 2018년 지분은 100% 투자해 설립했다. AJP는 이마트·롯데마트·메가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애경산업 제품을 진열·판매하는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힘들어도 참아야 했다. 왜

기자회견에 나선 A 씨는 자신을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애경 제품을 판매하는 사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랜 시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왔고, 가해자 B 씨로 인해 카톡 업무 방에서 제외됐고 B 씨는 매장에 방문해 자신을 몰래 숨어 지켜보고 감시하다 돌아갔다"라고 주장했다. B 씨는 직원들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라고 했다.

A 씨는 "휴무 다음 날 없어진 견본품을 찾고자 검품장을 방문한 것을 믿지 못해 마트의 또 다른 직원에게 저의 동선을 확인해달라 요청한 적도 있고 몸이 아파 휴무 변경을 할 때도 '거짓말하지 말라'라며 믿지 않고 괴롭혔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병원 진료 약 처방전을 제출하는 등 눈치를 봐야 했고 너무나도 화가 나고 수치스러웠다며 격양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업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까봐 참을 수 밖에 없었고 매출이 떨어지면 그 질타를 오롯이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기업문화 때문에 마음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결국 A 씨는 1년여간을 참다 B 씨를 회사에 신고했고 담당자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B 씨는 물론 회사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B 씨에 대한 징계가 내려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떠한 징계를 받았는지 사측이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회사는 피해자인 제가 우선이 아니고 가해자인 B가 우선인 듯하다"며 "회사의 윤리의식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건지 아니면 제 위치가 자회사 소속이라 이런 취급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주장 C 씨는 이마트에서 애경 제품을 진열 및 판매하는 사원이다. 그는 저 또한 B 씨 갑질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이야기를 꺼낸다고 했다.

C 씨는 "노조 탈퇴를 권유 받았고 (노조) 단체방에서 나가지 않자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업무지시 단체방에서 제외됐고 제 의사와 상관없이 근로계약서상 사전 혐의에 따라 매장 전환 배치를 지시할 수 있다고 명시가 되어 있음에도 저와 한 마디 협의 없이 문자로 직무 변경을 통보했으며 직무 변경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저의 회사 퇴사 여부를 같은 매장 직원에게 알아보라고 하여 수치심과 억울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근무하는 매장과 저의 스케줄은 무시하고 저의 휴일까지 정해 통보 하였고 치과가 예약되어 정해진 휴무일에 휴무가 불가하다 알리면 본인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B의 갑질을 주장했다.

C 씨는 "출퇴근을 찍는 프로그램에 정시, 정각에만 출퇴근을 찍어야만 한다며 일찍 출근하게 되면 득달같이 연락 하는 등 매번 사소한 일에도 꼬투리를 잡아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는 처지이기에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속앓이를 해야 했다"고 했다.

C 씨는 "노동자의 권위와 인권이 존중되며 공정하고 투명한 근무 환경을 위해 B의 갑질은 사라져야 한다"며 "분명 잘못을 한 가해자가 있고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그에 따른 사과와 징계는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자 처벌과 사측의 처벌이 공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배준경 마트노조 조직국장은 "갑질한 관계자와 노동자를 분리해달라. 갑질 문제 반드시 해결하기 위해 본사 앞에 모였다"며 "이번이 끝이 아닌 시작이다. 갑질 투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사측은) 징계 수위와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근무 환경 개선, 언제쯤…. 노사갈등 심화 

앞서도 애경산업은 판촉사원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2월 AJP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애경산업이 직고용을 떠들다 결국 자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을 파리목숨처럼 대한다고 주장하며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AJP지회가 노조 활동 보장, 고용안정 대책 등을 골자로 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16차례 걸쳐 AJP와 교섭을 진행해 왔다”면서 계약기간을 최소 1년 단위로 하자는 노조의 요구에 AJP는 도급계약 기간대로 계약해야 하고, 그 또한 회사의 사정에 따라 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AJP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자체 조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오해를 줄이기 외부 노무사에게 의뢰, 결과를 받은 상태다"라며 "조사가 충실하게 이뤄 졌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같은 사안도 있지만 각기 다른 사안도 있어 개인별로 조사가 이뤄졌으며 신고 항목에 대해 인정되는 사유와 불인정이 되는 사유에 대해서도 대면 설명을 한 상태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업무적인 관계도 다 분리 조치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안 전 대표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과 함께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해 98명에게 폐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게 하고 그중 1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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