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겹치고 행동주의 펀드들 분주...기업에 적지 않은 압박될 듯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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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는 3월 각 기업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벌써부터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소액주주연대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주총이 선거와 맞물려 어느 해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오너가 사내이사 선임, 소액주주 연대 움직임도 관전포인트
- 총선 앞두고 의결권 적극 행사...펀드 등 소유분산기업 정조준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3월 말에 주총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도 3월 25일에서 29일이 주총 '슈퍼위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행동주의 펀드, 주총 시즌 앞두고 활동 본격화

올해 주총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거나 재점화 우려가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지배구조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는 만큼 주총장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한미약품, 영풍그룹, 한국앤컴퍼니 등을 주목한다. 우선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저지하면서 내달 주총을 앞두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와 OCI 홀딩스(OCI 지주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갖고 반대로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의 10.4%를 갖는 것이 골자다. 이번 통합이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지배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임종윤·종훈 사장이 반기를 들었다. 이에 다음 달 주총에서 통합을 둘러싼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집안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집안의 지분 경쟁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양측은 지난해부터 올해 주총 표 대결을 준비해 왔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의 설립 이후 3대째 공동 경영을 하면서 영풍과 전자 계열은 장씨 일가가,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 등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왔다. 최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15.35% 수준이지만 최근 현대차와 한화, LG 등 대기업을 끌어들여 33.25%까지 우호 세력을 확보했다. 이에 다음 달 예정된 정기 주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도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실패하며 차남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형제의 난’이 일단락됐지만 추가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MBK파트너스가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행동주의 펀드에 타깃이 된 상장사들도 늘고 있다.

현재 주주 제안·활동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는 차파트너스, 얼라인파트너스,VIP자산운용, KCGI자산운용, 플래시라이트캐피널파트너스(FCP) 등이다.
차파트너스는 최근 홍영식 남양유업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 청구를 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측에 총 5명의 이사회 후보를 검토해달라며 명단을 전달했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부터 주주 서한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에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약 2%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무엇보다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가 견제와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기존 감사위원(분리 선출)직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측 감사위원 후보를 제안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FCP는 KT&G를 겨냥 중이다. 최근 이상현 FCP 대표는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8명의 이사에게 서한을 보내고 “KT&G가 미국 주 정부에 예치한 1조 5,400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전액 반환받을 수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예치금은 미국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업체의 잘못으로 흡연자의 건강에 피해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주정부에 맡겨두는 돈이다. 담배업체는 미국 주정부의 담배 기본 정산협약에 따라 일정 부분의 예치금을 낸다. 법규 위반 등 문제가 없다면 25년 뒤에 예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KT&G는 2000년에 초반에 진출해 내년부터 예치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7년과 2011년 출시한 담배 카니발과 타임이 예치금 상환에 걸림돌이 됐다. 이 담배에 포함된 유해 물질 성분인 다이아세틸(Diacetyl), 레불린산(Levulinic acid) 등 유해 물질 성분을 FDA제출 서류에서 누락해서다. 예치금 반환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것이 FCP의 지적 사항이다.

KT&G는 지난달 17일 입장문에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예치금을 반환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지만, 그 전인 지난 3분기 분기보고서에는 “조사의 최종 결과 및 그 영향은 이번 분기 말 현재 예측할 수 없다”고 기재했다. ‘반환받을 수 있다’는 입장문과 ‘조사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공시 내용이 상반돼 주주들이 혼란을 느낀다는 게 FCP 주장이다.

투자자들 또한 이번 예치금 반환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고 있는 만큼 주총에 앞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발간한 ‘2024년 정기 주주총회 주요 이슈’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는 물론 소액 주주까지 투자 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나 주주 제안을 하고 있다”며 “기업은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및 시스템을 마련해 지배구조보고서, 사업보고서, 자사 웹사이트 등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부 소액주주 총선후보 통한 여론전, 부담 커져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둔 만큼 이번 주총이 더욱더 부담스럽다. 특히 소액주주나 개미투자자들이 4월 총선에 맞춰 여론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총 시즌이 선거와 맞물려 있고 불미스러운 여론전에 휩싸여 선거 이슈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까 우려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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