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옷을 입느냐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중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한국방문의해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북촌 설화수의집에서 열린 '2023~2024년 한국방문의 해' 계기 관광 전략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한국방문의해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북촌 설화수의집에서 열린 '2023~2024년 한국방문의 해' 계기 관광 전략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재벌들의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을 공식석상에서 선보여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유명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두을장학재단 2024 장학 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저렴한 올드머니룩([용어해설] 명품 로고가 크게 부각되는 의상보다는 우아하고 수수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옷과 가방 등을 매치하는 패션)으로 화제가 됐다. 이 사장처럼 재벌들이 입었다 하면 연예인 못지않게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사례에 대해 일요서울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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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이목을 끄는 재벌의 트렌디한 패션... 이어지는 ‘완판행진’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투영된 현상"

인기 연예인이 착용한 패션 아이템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이 직업 특성상 몸에 걸치는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나 손에 든 가방은 그 브랜드 매출과 직결된다. 이에 따라 홍보를 목적으로 연예인측에 먼저 협찬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구조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들인 기업 오너일가가 패션 중심에 서 있다. 과거와 달리 SNS(사회관계망스)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 총수의 3·4세들 또한 SNS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며 세상과 소통하기에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패션에 눈길이 가는 상황이다.

재벌들의 패션이 국민 소비 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끼는가에 대해 패션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투영된 현상" 이라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상품성은 일정 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소비하면서 다른 재미를 찾길 원한다. 그 하나로 상품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에 담긴 스토리... 구매 결정 영향 끼쳐

지난 4일 이부진 사장은 두을장학재단 2024 장학 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새로 선발된 장학생들을 만났다. 이날 이부진 사장은 ‘회색 조의 옷깃 없는 재킷’과 ‘H라인 스커트’를 착용했고, 여기에 같은 원단으로 만든 벨트를 착용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해 화제가 됐다.

이 의상이 고가의 명품이 아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딘트'의 넨토 슬림 재킷 스커트 투피스(벨트 세트)라는 것이었다. 해당 제품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격은 11만 9700원이다. 소비자들은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들과 달리 생각보다 저렴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찾아 나섰다. 각종 매체를 통해 이부진 사장이 입었던 옷의 브랜드와 제품명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품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해졌다. 

이원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딸 원주 씨와 함께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녀 진희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원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딸 원주 씨와 함께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녀 진희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과거에도 삼성오너일가에서 패션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2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딸인 이원주 씨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녀 정진희 씨 결혼식에 아버지 이 부회장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원주씨의 결혼식 참석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끈 대목이 그의 원피스다.

그는 ‘하객 룩’으로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의 원피스를 선택했다. 결혼식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원주 씨가 입은 드레스 정보에 대한 문의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원주 씨가 입은 드레스는 ‘베르사체 2022 봄 여름(SS) 컬렉션’으로 가격이 294만 원 정도다. 가격이 3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수 판매 채널에서 이 제품은 이미 품절 상태가 됐다. 이 원피스는 사려는 사람들이 폭증해 결국 품절되는 사태를 일으켰다.   

-저가의 상품도 고가의 명품처럼

지난해 DL그룹 총수 일가 4세 이주영 씨의 패션 또한 주목받았다. 이주영 씨는 신비주의에 쌓인 기존 재벌가 자제들과 달리 SNS에서 럭셔리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자신의 일상을 숨김없이 공개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 이상의 파급력을 보유한 11만5000명의 팔로워를 가진 파워 인플루언서로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주영 씨는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등 패션 관련 경험을 쌓으며 패션 인플루언서의 삶을 걷기 시작했다. 디올 뷰티, 예거 르쿨트르,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며 스스로 수익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SNS]
[출처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SNS]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자주 공유하며 소통하는 재벌 중 한 명이다. 더불어 그는 패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과거 재벌가 남성들의 펑퍼짐한 슈트가 아닌 몸에 딱 맞는 비스포크 슈트부터 다리 선이 딱 맞게 떨어지는 테이퍼드 데님 팬츠까지, 정 부회장 스타일은 우리가 생각해 온 재벌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고 평가된다.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에서부터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옷을 입으면서 자신만의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준 스타일은 단순히 멋지다를 넘어서서 그를 평가하는 하나의 긍정적인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68년생이라고 믿기지 않은 패션 감각이 있으며, SNS를 통해 자주 소통하는 모습에 호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정 부회장의 SNS에 올라오는 사진에 나온 옷 정보들을 공유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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