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김정은이 앞으로 몇 달 내 한국에 대해 모종의 치명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월25일 밝혔다. 하지만 북의 “치명적 군사행동” 협박은 남한에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자행했던 버릇이라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박근혜 새 정부가 들어서자 2개월 만인 2013년 2월19일 유엔 군축회의 대표 입을 통해 남북간의 전쟁은 “폭발 전야의 분분초를 다투고 있다”고 협박했다. 그로부터 10일 후인 4월11일 겁에 질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며 북에 유화적 태도로 나섰다. 김정은의 군사행동 협박에 겁먹고 달래기로 나선 것이다. 또 김정은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 그 해 8월26일 “인민군에서는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다음 달 “핵무기로 남한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전단을 서울에 살포했다. 문 대통령은 북의 핵전쟁 공격을 막겠다며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했고 “김정은 대변인”으로 전락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김정은의 도발 협박은 더욱 사나워졌다. 그는 2023년 9월 29일 전군 지휘훈련소를 방문, “원수들의 무력침공을 격퇴하고...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것”라고 했다. 김은 올해 들어선 아예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은 이 정도 겁박이면 윤석열도 유화책으로 돌아설 걸고 기대했는지 모른다. 김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치명적 군사행동” 겁박의 강도를 높여왔다는데 유의, 한국은 김의 의도에 대한 개관적인 분석과 촘촘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김은 군사도발 협박을 하면 할수록 남한 정권이 겁먹고 대북유화로 나섰다는데 재미를 붙였다. 그는 또한 자신의 대북 협박에 더불어민주당이 맞장구치며 유화책으로 나설 것을 압박한다는 것도 잘 안다. 김은 그 밖에도 트럼프가 2017년 취임하자 8월 10일 탄도미사일로 “괌 포위사격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겁주었다. 트럼프는 끝내 김과의 정상회담에 응해주었고 김을 찬양하기에 이르렀다. 김의 전쟁협박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의 핵전쟁 위협은 그의 과대망상증과 예측 불허의 도발성도 반영한다. 김의 과대망상증은 “핵무력을 총동원해 남한 전 영토를 점령하겠다”라고 장담한 데서도 드러났다. 김의 예측불허 충동성은 갑자기 일본의 총리 기시다 후미오에게 “각하”라고 존칭 했다는 데서도 나타났다. 김의 예측불허 충동성은 그가 언제 무슨 짓을 할지 가늠키 어렵게 한다.

그러면서도 김은 겁쟁이어서 승산도 없고 자신도 파멸될 수 있는 핵전쟁 같은 건 일으키지 못하리라고 본다. 김이 겁쟁이란 건 한미연합군이 ‘북한 수뇌부 참수작전’ 훈련에 들어가자 참수당할까 두려워 본인 차를 안 타고 측근차를 타고 새벽에 이동했다는 데서도 입증되었다. 북한은 남북간의 전쟁 폭발은 “폭발전야의 분분초를 다투고 있다”라고 선언했는데, 정말 기습도발 하려면 미리 도발 시간이 분분초로 다가온다고 공표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기습공격할 땐 상대에게 기습공격이 “분분초를 다투고 있다”라고 미리 알려준 사례는 없었다. 김의 할아버지 김일성도 6.25 남침하겠다고 사전에 기습공격이 “분분초를 다투고 있다”고 공언하지 않았다. 반대로 기만적인 평화공세만 폈다. 

여기에 한국이나 미국은 김의 협박에 겁먹고 대북 유화책으로 돌아서선 안 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어서도 아니 된다. 김이 바로 노리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김이 예측불허의 충동성을 지녔다는 데서 국지적 도발엔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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