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ㆍ지분매각 제한 이견 못 좁혀, 협상 결렬
- 연내 매각 어려울 듯...고심 커진 산업은행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김홍국 하림 회장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던 글로벌 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꿈이 무산되고 말았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7일 하림·JKL컨소시엄과 진행한 HMM(옛 현대상선)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경영권과 지분매각 제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채권단의 고심이 커졌다. 연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매수희망자를 찾는 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 채권단 vs 하림, 막판까지 대립구도

7일 재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이 산업은행 등 매각 측과 지난해 12월부터 7주 동안 진행한 HMM 인수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산업은행측은 “7주간에 걸친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전했다. 양측의 협상은 당초 지난달 23일까지 마감 시한이었으나, 이달 6일로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하림그룹은 김홍국 회장이 직접 지휘하며 인수전을 챙겼지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채권단과 하림은 매각 이후 HMM의 경영 주도권을 두고 막판까지 부딪쳤다. 

채권단은 하림이 HMM의 10조 원 규모의 유보금을 해운업 발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측이 사외이사로 합류해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하림은 경영에 계속 간섭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맞받아쳤다. 

협상 말미에는 하림 측이 그간 요구했던 바를 상당 부분 철회하면서 급물살이 타기도 했지만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하림 측은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안,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하는 안 등을 요구했으나, 매각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하림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매각이 무산된 원인 중 하나였다는 지적도 있다. 하림은 자회사인 팬오션을 통한 3조원 상당의 유상증자,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JKL파트너스의 지원 등으로 6조4000억원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고 향후 매각절차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운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단기간에 HMM 재매각에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하림그룹 "HMM 인수 무산 안타깝고 유감"

하림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림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 등을 통해 제기되었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놓인 이후 7년여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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