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와 딸 VS 큰아들과 작은아들 '충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마찰을 빚는 창업주의 장,차남과 어머니와 딸은 내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판을 볼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너간 갈등은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창업주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딸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배제된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약품그룹에 경영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됐다. 장남과 차남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13일 두 형제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에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올라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두 형제는 자신들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며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주주제안의 목적은 단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그룹의 현 경영진이 고 임성기 회장 작고 이후 밀실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 상정돼 이들을 이사회에 포함할지는 주총에서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두 형제와 배우자, 자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4%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측 지분율 31.9%보다 적다. 여기에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0%)이 모녀 쪽 손을 들어준다면 두 형제는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 재단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형제의 주장이다. OCI그룹은 대기업 집단에 속하고, 대기업지단의 공익법인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다.

두 형제는 보도자료에서 “선대회장 작고 이후, 지난 3년 동안 현 경영진은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 제시는커녕 비합리적이고 불투명한 밀실경영을 했다”며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과 주가 하락은 물론 피인수합병 결정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지주사 지위까지 상실되게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인수합병으로 선의의 주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지분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약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 회장은 중립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 장·차남…"출근도 않더니" 반박

한미그룹 측은 반박 자료에서 "(장 차남의 주주제안은) 예상된 수순으로, 이 같은 행보는 사익을 위해 한미그룹을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종윤 사장이 지난 10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은 데다 그가 사내이사로 있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지난해 상반기 5차례 이사회 가운데 한 차례만 출석하는 등 한미약품 경영에 무관심했다"며 "주주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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