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선 전해철 VS 양문석 '양강구도' 뚜렷...與 '용산 출신' 장성민, 단수공천 배제에 위기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석훈 안산상록갑 예비후보, 장성민 안산상록갑 예비후보 [일요서울 DB]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4.10 총선까지 55일 남겨둔 가운데, 여야가 공천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각 선거구에서는 단수공천 및 경선 여부 등을 놓고 여야 예비후보 간 신경전과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경기 안산 상록구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산 상록갑은 여야가 공천 전 내부 교통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5일 상록갑을 단수공천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김석훈 후보와 대통령실 출신인 장성민 후보 간 물밑 경합이 치열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내부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지역구 3선 현역인 전해철 의원이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만큼, '친명'(친이재명) 코드를 앞세운 양문석 후보의 도전이 거세다. 여기에 세대교체를 표방한 박천광 후보가 가세해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 진보당에서도 당 부대변인을 지낸 김도현 후보가 상록갑에 출사표를 낸 상황으로, 큰 틀에서는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민주당 의원, 양문석 민주당 안산상록갑 예비후보 [뉴시스]

민주, '친문 현역' 전해철 VS '수박 타도' 양문석

우선 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 전 의원과 강성 친명계인 양 후보가 당내 경선의 큰 물줄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상록갑 4선' 도전에 나선 전 의원은 지난 12년 동안 상록갑에 깃발을 꽂은 채 지역기반을 다져 온 데다, 민주 공천룰상 3선임에도 '감산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아 여러모로 당내 타 후보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 행안장관을 지내면서 지역구에 소홀했다는 지역 민심도 적잖다는 점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선 현역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당내 최대 경쟁자는 단연 양문석 예비후보다. 양 후보는 그간 '수박(민주당 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 타도' 구호를 앞세워 친명 후보임을 자처하며 전 의원을 향한 강도 높은 견제를 이어 왔다. 실제로 지난해 6월경 양 후보는 한 유튜브 시사채널에 출연해 전 의원을 '수박'에 빚대며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개혁 세력이다. 수박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수위 높은 발언을 한 바도 있다. 양 후보의 경우 그간 경남을 주무대로 정치활동을 펴 온 만큼, 상록갑에서의 지역기반이나 지역민 유대가 얕다는 게 취약점으로 꼽힌다. 양 후보는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민주당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등을 지냈고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한 바 있다. 

이 밖에 민주당 청년위원회 소속이었던 박천광(40) 후보도 '세대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상록갑 예비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현재 '전해철 대 양문석' 양강구도가 깊어진 탓에 당내 경선구도 중심부에서 다소 밀려난 감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박 후보의 경우 안산 토박이에 한국자유총연맹 안산지회장을 지내며 지역 내 청년층 기반을 꾸준히 다져온 것으로 알려져, 당내 경선 약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국힘, '지역 일꾼' 김석훈 VS '용산 출신' 장성민 

국민의힘 상록갑 내부 경선도 경쟁수위가 높다.

당초 과거 안산시의회 의장·부의장과 상록갑 당협위원장은 지낸 김석훈 예비후보와 안산시의원·경기도당 상록갑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정택 예비후보 간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였으나, 용산 대통령실 출신인 장성민 예비후보가 가세하면서 경선 구도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김석훈 후보는 그간 상록갑 당협위원장 활동을 이어가며 일찌감치 4.10 총선을 준비해 왔다. 그는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구 보수정당 시절부터 꾸준히 당내 안산시 지역조직에 몸 담으며 지역구 활동을 이어온 풀뿌리 인사로, 국힘 상록갑 예비후보군 중 지역기반이나 민심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는 정계 입문 전후로 안산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독거노인·결식아동 등 취약계층 대상 봉사활동과 민원해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민심이 두텁다는 게 지역정가 후문이다. 김석훈 캠프에 따르면 당 공천을 앞둔 최근에는 각종 지역행사와 지역현안 해소를 위한 지역민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현재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의 경선 강세를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나아가 일각에선 김 후보 공천 시 민주당 최종 후보와도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아 지역구 탈환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김정택 후보 역시 세 차례에 걸친 지방의회 이력을 토대로 그간 지역현안과 정책 구상에 골몰해 온 인사로, 지역 내 인지도나 신임도에서 김석훈 후보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김석훈 후보에 비해 지역사회 활동 이력이 두텁지 못하다는 점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상록갑 출마를 선언한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출신 장성민 예비후보가 판세에 균열을 불렀다. 당초 장 후보의 상록갑 등판에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공천'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랐다. 그러나 1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상록갑을 단수공천 지역구에서 배제키로 하면서, 이러한 기류는 잦아드는 모양새다.

당 공관위의 이번 결정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공관위의 '시스템 공천' 대원칙의 일환이라는 것이 정가 중평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용산 참모진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는 것은 자칫 민심과의 괴리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공정한 경선에 입각한 공천을 단행하는 것이 표심 이탈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 후보는 김석훈·김정택 후보에 비해 지역사회 이력이나 인지도가 전무한 데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내면서 주도한 '부산엑스포 유치' 프로젝트가 좌초된 것이 뼈아픈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결국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화된 사례도 꼬리표로 작용하고 있어 지역구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당 공관위의 상록갑 단수공천 배제 결정도 지역기반이 전무한 탓에 순수 경선에서 불리한 장 후보에게는 대형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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