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됐던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연기하기로 했다. 대통령 순방이 출국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순방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국내 정치,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게 본다. 일단 김건희 여사 동행 문제도 고려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여사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작년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하고 귀국한 뒤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해외순방으로 영부인 리스크가 다시 주목 받으면서 두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엿보인다. 아울러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경제가 어려운데 대통령 내외는 정초부터 해외로 외유 떠나느냐는 국민적 비판이 일 수 있다.

특히나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면서 정권 심판론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고 역으로 이재명 심판론이 힘을 얻어가는 가운데 대통령 내외 국빈방문은 우호적인 선거 분위기에 초를 칠 수도 있다. 다분히 한동훈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위해 외교적 결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순방을 연기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관련 용산과 한차례 충돌하고 화해한 지 얼마 안됐다.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은 여전히 총선에서 승리하기위해선 어떻해서든지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나오는 게 전 정권 문재인-김정숙 해외여행과 특별활동비 유용 의혹을 문제 삼으면서 김건희 특검과 함께 쌍특검을 총선공약으로 내놓아야 하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도 김건희 여사관련 일절 언급을 삼가하고 있지만 결국 총선 승리를 위해서 전향적으로 김정숙 여사와 김건희 여사 쌍특검을 선거전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권내에서 나온다.

그리고 한 장관이 더 큰 꿈이 있다면 윤 대통령과 차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YS가 발탁한 이회창 전 총재가 대통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현재 권력을 밟고 일어나면서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갈 수 있었다. 하물며 잇따른 검사출신 대통령을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허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 장관은 더 힘든 상황이다. 유충이 바로 성충이 되는 불완전 변태(不完全變態)가 아닌 알, 애벌레, 번데기의 세 단계를 거쳐 성충으로 되는 완전 변태(完全變態)를 해야 그나마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하는 일이다. 큰 꿈을 꾸는 사람이 현 권력의 충복으로 비쳐져선 꿈을 절대 이룰 수 없다. 군부정권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쌍특검 제안은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만하다.

그렇게까지 해놓고도 총선에서 패한다면 본인은 현재로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겠지만 잠시 국내를 떠나 해외 유학길에 오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권내 포스트 윤 대통령을 이을만한 사람을 한 위원장을 빼고 찾기 힘들다.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잠시 정치권을 떠나 차기 행보를 위해서 공부 좀 하고 조언도 받고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과는 호형호제에 이심전심 사이라고 하지만 권력이라는 것은 둘로 쪼갤수도 없고 어차피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권력 이너서클에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한 위원장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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