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대통령이 오는 11월 열릴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세계적 불안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돈만 밝히는 장사꾼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장사꾼에겐 가치보다 이익이 우선이다. 트럼프는 동맹의 가치보다, ‘이익의 계산을 앞세운다. 돈이 되고 이익이 되면 무슨 일이건 한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취사선택하는 상인이나, 가치관을 세우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가와는 다른 부류다. 그는 집권시절에도 통상분야는 물론이고 안보분야에 까지 장사꾼 기질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유세에서,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며 나토 동맹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돕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에 이들 동맹을 공격하라고 권유하겠다.”고했다. 나토(NATO) 동맹의 존재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새삼스럽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처럼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또한 트럼프는 주한·주일미군 배치에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성장군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실장이, 312일 출간예정인 CNN 앵커 짐슈터의 책 <강대국의 귀환>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도 단호히 반대했다는 주장이 실렸다. 어느 쪽이건 우리 정부로서는 北美관계의 급변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보다 자주적이고 책임감 있는 안보태세를 갖춰야만 한다는 의미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실에 있을 당시 북한의 대남도발 및 대응 시나리오를 100여 가지 만들어 놨다.”고 했지만, 가짓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직면해야 할 위험과 위협의 종류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가 된다. 김실장이나 성김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일 3국 협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우리 입장에선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강력한 북핵 억지력 확보를 위한 두 가지 방안에 대해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중 하나는, 핵무장에 버금가는 강력한 비핵무기의 충분한 확보이다.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지난해 1116‘2023 국방안보방산포럼주제강연에서 북핵·미사일 대응 방안으로 미사일 1만 발 양탄(養彈)’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핵 공격 임박시 한미연합 선제타격체제(Kill Chain)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연동해 발사원점 및 이동표적(TEL)을 수분이내 탐지-식별-판단·결심-타격하는 방식으로 북핵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다양한 핵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서 공격할 경우 사이버·전자전 등 발사의 왼편(미사일 발사준비 단계에서 통제시스템에 사이버 공격이나 전자기파 공격을 가해 미사일을 아예 먹통으로 만드는 공격 방법)’에서 핵 탑재를 식별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대부분 요격할 수 있으며, 핵전쟁 상황시 북핵 피해등가(等價)원칙에 따라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로 대량 응징하되, 고위력 탄도탄 수십 발을 수십 회에 걸쳐 일제 사격함으로써 북핵 2차 공격을 막고 북핵 중심을 마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안보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민간 방산업체들이 속히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는 사안으로 판단된다.

다음은 우리가 자체 핵무장에 나서거나 나토식 핵 공유를 서두르는 방식이다.

변화무쌍한 국제정치의 환경변화를 감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넋을 놓고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자국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냉엄한 국제질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만 한다. 비록 韓美 안보동맹의 중요성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긴 했지만, 지난 1111일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북핵 위협)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가 있다. 이어 27일 신년대담에서도 대통령은 핵개발 역량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비춰 마음만 먹으면 시일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어떤 분은 한국은 북한같이 단단한 화강암층이 없어서 지하 핵실험을 하기 어려워서 곤란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들었다. 종합적으로 우리가 마음을 먹으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 어떤 옵션도 우리가 섣불리 포기하거나 배제할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만반(萬般)의 준비, 단어 그대로 빠짐없이 대비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위기가 만만치 않은 만큼 우리의 역량과 의지를 우리 스스로 제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가까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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