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텃밭 곳곳서 대통령 시계 논란 과열...결국 경찰 수사行 

대통령실은 2022년 5월 25일 대통령 기념시계를 처음 공개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희망대표 20인에게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했다. 시계 뒷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대통령실은 2022년 5월 25일 대통령 기념시계를 처음 공개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희망대표 20인에게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했다. 시계 뒷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이 50일가량 남은 가운데 정치권의 총선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설 명절 이후 정치권은 본선 무대를 향한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 시계' 공방이 불거진 지역구의 총선 초침은 오히려 반대로 도는 모양새다. 치열한 경쟁에 앞서 공정한 경쟁이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파인플레이' 강조한 홍문표에 강승규 "가짜뉴스"

현역인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과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맞붙는 충남 홍성·예산군은 여권의 텃밭 중 한 곳이다. 홍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홍성·예산군에서만 4선을 달성했다. 이렇다 보니 해당 지역구는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두 유력후보는 지난 1월경 윤석열 대통령의 시계를 두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앞서 충남 홍성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강 전 수석과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등이 대통령실 재직 당시 충남 주민에게 대통령 시계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에 따르면 공직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아울러 공직선거법 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에 따르면 후보자 등은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단체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강 전 수석을 겨냥해 "대통령 깃발을 함부로 남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3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1960∼1970년대 막걸리,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킬 정도로 그 좁은 예산·홍성 바닥에 대통령 깃발이 결혼식장, 출판기념회, 개인 개업 집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통령 시계가 (유포됐다고) 신고가 들어온 것은 25개 정도"라고 주장하며 "이제라도 중단하고 '파인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 전 수석은 지난 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가짜 정치·거짓말 정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전 수석은 대통령 깃발을 사용했다는 홍 의원의 주장을 두고 "우리나라 국회의원, 전·현직 당협위원장, 단체장들이 모두 쓰는 봉황 깃발을 활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강 전 수석은 대통령 시계 논란을 두고 "전국에서 수천 명, 1만 명 가까운 전국의 각종 단체장 주민들이 대통령실에 와서 국정 홍보도 듣고 철학도 공유하고 간담회도 한다. (방문객들에게는) 기념품으로 시계나 손수건 등을 주고 있다"며 "또 우리 행정관들이 현장에 가서 전국에서 50차례 현장간담회를 하면서 또 기념품을 주는데 그걸 가지고 1년 전부터 계속 재탕·삼탕하면서 선관위에다 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충남도당은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실 출신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성과로 경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시계를 이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보이는 것은 무능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그 씁쓸함이 더욱 커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충남 선관위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 시계 유포와 같은 불법적인 선거운동 논란과 관련한 예비후보와 관련자 모두를 조속하게 불러 한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의 심장' 구미서도 대통령 시계 논란, 결국 경찰 수사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 경북 구미시에서도 대통령 시계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현재 구미을은 현역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강명구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허성우 전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신순식 전 군위군수·최진녕 변호사·최우영 전 경북도 경제특별보좌관이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구미시선관위는 지난 7일 국민의힘 구미을 예비후보 A씨를 위해 100만 원 상당의 금품(시계) 및 음식물 등을 제공한 지지자 B씨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B씨가 돌린 대통령 시계는 MZ세대를 겨냥해 특별 제작된 것으로 초록색 바탕에 대통령 이름과 봉황 무늬가 새겨져 있다. 해당 시게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0만~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115조(제삼자의 기부행위제한) 및 공직선거법 257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 등 위반죄)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를 위해 기부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와 관련 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 시계'를 돌린 시점이 A예비후보가 다녀간 직후 이루어진 점과 적지 않은 수량을 단시간에 돌린 정황을 볼 때 대통령실에 근무한 A후보 주도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미시선관위는 구하기 쉽지 않은 대통령 시계가 어떻게 대량으로 유출될 수 있었는지, 누구를 통해서 지지자 B씨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제대로 밝혀 검찰에 넘겼어야 함에도 서둘러 지지자 B씨만 고발한 것은 전형적 꼬리자르기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미시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대통령 시계' 논란은 최근 구미시 경찰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아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수도권인 경기 용인갑에서도 대통령 시계 논란이 불거졌다. 용인갑은 현역인 정찬민 전 의원이 지난해 8월경 뇌물공여죄로 의원직을 상실해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다. 아울러 용인갑은 지난 19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보수정당 후보가 내리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김대남 국민의힘 용인갑 예비후보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재직 중인 지난해 용인 지역 주민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대통령 시계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공직선거법 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2항에 따르면 선거운동기간 전에 이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좌담회·토론회·향우회·동창회·반상회 등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 용인시 처인구선관위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인구선관위 측은 해당 사건과 관련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제보자들의 증언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향후 새로운 근거가 발견되면 조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권 한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대통령 시계 공방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용산에서도 좋게 볼 리가 있는가"라며 "다른 후보들은 바보라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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