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스웨덴 린네대학교 최연혁 교수의 언론인터뷰 기사가 새삼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재조명했다. 최 교수의 주장은, 스웨덴 국회의원은 보좌진 1명도 없는데 한국은 9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스웨덴 국회의원 사무실은 한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4평이 고작이다, 한국 국회의원 특권은 180여 가지라고 하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들에게는 그런 것이 아예 없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국민이 보고 들으면 한숨 소리와 부러움의 탄식이 절로 나왔을 듯싶다.

물론 우리 국회도 앞으로 지금과 같은 특권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 국회의 수준과 의지를 감안할 때 급격한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선거만 끝나면 또다시 슬그머니 묻히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꺼번에 180여 가지의 특권을 박탈하기 어렵다면, 계획을 세워 꾸준하게 개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22대 국회가 해야 할 개혁과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부패범죄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 폐지다. 체포동의안은 당사자의 의사가 아니라 국회의 동의를 묻는 절차를 거치므로 현재로선 개인적 포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법을 개정해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를 기명(記名) 표결로 하고 뇌물,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 없도록 예외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무책임한 입법 남발(濫發) 근절이다.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금년 110일기준 23,340건이다. 그중 원안 그대로 가결된 안건은 고작 338건이다. 법안발의 건수 1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수가 325건인데, 그중 원안대로 가결된 법안은 단 1건이다. 결국 1인 연간 대표발의 건수를 일정량으로 제한하는 입법총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폐지법률안은 발의 제한건수에서 제외). 이와 함께 법안의 경쟁적 발의와 정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타당(他黨)의원 공동발의 참여 의무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셋째. 현재의 숫자 부풀리기식 무차별적 당원모집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 정당 자율에 맡겨 놓으니 이미 사망한 사람이나, 해당 지역에 살지도 않는 사람에게까지 전화 폭탄이 쏟아진다.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은 원천적으로 없애도록 공직선거법에 관련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성당원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고, 정당의 당원이 정치충원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통로가 확대될 수 있다.

넷째.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의 지방선거 및 대통령선거 운동 참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 조직동원식 돈 쓰는 선거운동을 지양(止揚)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자기 돈 내고 정당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겉으로는 참여자가 교통비와 식비를 부담하는 형식이지만, 결국 동원하는 주체(개별 당원협의회)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 당원협의회를 폐지하고 시·도당 중심 체제로 당 조직을 전환하는 방식을 고민해야만 한다.

다섯째. 고비용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현재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는 1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정치자금의 상당액이 의정보고서 제작 및 배부에 사용된다. 연간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 연간 후원금 모금 한도를 5천만 원으로 축소하고, 종이인쇄형 의정보고서 작성 및 배부를 없애고 온라인 의정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여섯째. 국회의원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정당한 사유가 없는 국회 회의(본회의, 상임위 등) 불출석에 대한 패널티를 강화해야 한다. 세비를 삭감하거나, 특정 횟수 초과시 의원직을 박탈하는 강력한 대책도 검토되어야 한다. 아울러 유명무실한 현재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윤리특위를 상설특위로 만들고, 심사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비공개회의원칙을 폐기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윤리특위 자문위원회 의견에 대한 구속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180여 개의 특권을 감안하면 국회와 정치개혁 과제를 한시도 미룰 수 없다. 필요한 개혁을 미룰 경우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다. 그때는 그야말로 혁명적 수준의 국회 개혁이 불가피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국회가 할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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