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월16일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그가 수감된 야말로-네네츠의 연방교도청 관활 제3 교도소는 러시아 최북단 북극권에 속한 극한 지방이다. 아침 기온이 섭씨 영하 32도로 내려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그곳으로 작년 12월 이감된 지 2개월 만에 4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다. 나발니의 모친은 아들의 시신을 넘겨달라고 했으나 교도소 측은 거기에 시신이 없다고 했다. 나발니 사망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교도소를 방문해 일부 CCTV와 도청장치 연결을 끊었다고 서방 언론들은 보도했다. 러시아의 계획적인 암살을 짐작케 한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는 남편의 자유투쟁을 위해 두려움 없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나발니의 아내와 두 자녀는 망명 중이며 딸 다샤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재학 중이다.

나발니는 이미 2020년 8월 시베리아에서 톰스크로 비행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사경을 헤매던 중 독일로 이송되어 살아남았다. 그는 러시아 인권 변호사로 2011년 반부패재단을 창설, 푸틴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했다. 그의 반푸틴-반독재 연설은 많은 군중의 심금을 울렸고 많은 지지자들을 몰고 다녔다. 그래서 푸틴은 나발니를 가장 위협적인 정적으로 간주했다. 푸틴은 아예 나발니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그를 증오했다. 나발니는 2016년 12월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고 4개월 뒤 괴한의 독극물 투척으로 오른쪽 눈을 다쳤다. 2021년엔 극단주의 행위 등 혐의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고 북극권 교도소로 이감돼 변을 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흉한들이 자행한 결과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푸틴과 그의 정권이 나발니를 살해했다”고 했다. 푸틴 정권은 그동안 많은 푸틴 정적들을 암살했다. 2023년 러시아 용병부대 ‘바그너’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푸틴 군부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후 사면된 듯싶었으나 의문의 전용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2022년 민간 석유회사 회장인 라빌 마가노프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했다가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2013년 반푸틴 가업인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영국 망명 중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2006년 푸틴 비판 여기자 안나 플릿콥스카야는 자택 부근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 망명 중 호텔에서 홍차를 마신 뒤 사망했다.
저와 같이 푸틴 집권하의 러시아에서 푸틴에 맞서다가는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특히 나발니는 이미 여객기 내 독극물 중독과 독극물 투척에 의한 오른쪽 눈 손상을 입었고 다시 체포되면 30여 년의 중형을 면치 못하고 암살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걸 알면서도 그는 2021년 독일에서 러시아로 들어와 체포되었고 30년형을 받았으며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러시아로 돌아온 이유를 지난 1월17일 페이스북에 적었다. “나는 내 나라를 배신하거나 나의 신념을 배신할 수는 없다. 만약 자신의 신념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필요할 경우 자신을 희생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름다운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싸운다고 했다. 그는 여느 나라 민주화 운동가들처럼 집권세력에 대한 투쟁을 권력 잡을 디딤돌로 삼지 않았다. 오직 그는 “아름다운 러시아의 미래”와 자기 신념을 위해 자신을 불태웠다. 나발니는 전 세계에 꺾일 줄 모르는 투쟁의지와 희생정신을 가르치고 40대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다.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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