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나경원·이수진 3자 대결 성사 시 야권 '표 분산' 문제도 관건 
나경원 '숏폼 홍보' 적극 활용에 野 내부서도 "매섭다"

이수진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이수진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수도권의 스윙보트(Swing vote·경합) 지역인 서울 동작을의 22대 총선 판세가 점입가경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의 '빅매치'가 예고된 동작을의 현역인 이수진 무소속 의원이 발끈하면서다. 현재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연일 친정을 향한 칼춤 사위를 펼치고 있다. 반면 나 전 의원은 일찍이 단수공천을 확정 짓고 본선 모드에 돌입했다. 나 전 의원의 적극적인 SNS 숏폼 콘텐츠 활용에 야권 일각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될 정도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이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을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했다. 앞서 동작을은 현역인 이 의원을 배제한 채 추 전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포함한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난 22일 민주당의 결정에 반발해 전격 탈당을 선언한다. 그 뒤 이 의원은 연일 친정인 민주당을 향한 작심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의원은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이 이어지자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이러니 이재명 주변사람들이 자살들을 했구나"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독해진 이 의원의 행보는 동작을의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유튜브 'CBS 지지율대책회의'에 출연해 무소속 출마를 염두에 둔 가운데 제3지대 정당과도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의원 측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민주당이 공천 내홍에 빠진 사이 국민의힘은 나 전 의원의 단수공천을 결정했다. 특히 본선모드에 돌입한 나 전 의원의 히트 상품은 SNS 숏폼 콘텐츠다. 나 전 의원은 밈(meme·인터넷 유행어), 게임, 축구 등을 통한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오뚜기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며 동작을의 칠전팔기 도전을 알린 그는 잔디구장 공약 관련 릴스로 200만 조회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도 본지와의 취재에서 "나 전 의원의 SNS를 보고 '매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통 정치인들이 어쭙잖게 유행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전 의원의 홍보는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홍보 분야에서 특출난 분을 영입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누가 오더라도 분명히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1일 KBS·한국리서치가 실시한(17~19일) 서울 동작을 가상대결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과 이 의원의 양자 대결은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41%, 이 의원의 지지율은 37%라는 결과가 나왔고, 나 전 의원과 추 전 장관의 양자 대결은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44%,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은 33%라는 결과가 나왔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동작을, 또 '표 분산' 싸움으로 가나?  

이에 민주당은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스윙보트 지역인 동작을은 역대 선거마다 야권의 표 분산 문제가 발생한 곳이다. 지난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동작을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나 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기동민 민주당 의원, 정의당의 고(故) 노회찬 전 의원간 3파전이 펼쳐졌다. 

당시 야권은 사전투표 전날 기 의원이 사퇴하며 노 전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를 성공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노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을 상대로 929표 차이의 석패를 기록한다. 이와 관련 당시 재보선의 승패는 야권의 늦은 단일화가 갈랐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동작을은 새누리당의 나 전 의원, 민주당의 허동준 후보, 국민의당의 장진영 후보간 3파전이 펼쳐졌다. 당시 나 전 의원은 43.40%의 득표율을 기록해 31.45%의 득표율을 기록한 허 후보를 상대로 11.95%의 득표율 차이로 승리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의 장 후보가 24.54%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나 전 의원은 야권의 표 분산에 따른 효과를 본 셈이다. 

22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앞서 이 의원은 KBS 여론조사에서도 본인의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1여·2야 구도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의원이 친정인 민주당과 고소전도 불사하는 등 강경한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접전지인 동작을에서 후보 단일화 협상이 요원하다는 점이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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