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親尹)의 조용한 역습, 국민의힘發 하이브리드식 공천 현황  
원조 윤핵관, 장제원 빼면 다 살았다 
尹 참모 대거 탈락에도 '찐윤' 주자는 양지로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의 공천 작업이 반환점을 돌았다. 그간 정치권은 국민의힘의 공천 작업을 두고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소란도 없고 감동도 없는 공천이란 뜻에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의힘의 공천에는 실속이 있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된 현역의원들의 강세와 함께 찐윤(진짜 윤석열계) 참모들의 양지행이 이어졌다. 친윤(親尹)의 '조용한 역습'이 성공한 하이브리드식 공천이란 평가다. 

'현역 불패, 신인 횡사' 
정치권은 반환점을 돈 국민의힘의 공천 결과를 두고 '현역 불패, 신인 횡사'란 평가를 내렸다. 원조 윤핵관으로 불리는 친윤 주류 인사들과 현역의원들이 대거 생존하면서다. 앞서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월 17일 '원조 윤핵관' 4인방(권성동·이철규·윤한홍·장제원)으로 분류되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마산회원)의 단수 공천을 발표했고, 지난 2월 26일에는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권성동(강원 강릉) 국민의힘 의원의 단수 공천을 확정했다. 당초 공관위원인 이 의원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경선을 자청했으나, 경선 상대인 장승호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건설분과 부위원장이 출마를 포기해 단수공천됐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친윤 핵심 4인방이 모두 생존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장 의원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의 친윤 주류 희생 요구를 수용해 선제적인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중진의원들의 대거 생존도 궤를같이 한다. 3선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와 5선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 4선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서울 용산), 4선인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경기 안성)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아울러 5선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충북 청주상당)과 3선인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충북 충주), 3선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경선에서 승리했다. 충청권 중진의 경우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들에게 적용되는 경선득표율 15% 감점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경선에서 강세를 보였다. 

친윤계(친 윤석열계) 현역의원들의 약진도 이어졌다. 지난 2022년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배현진(서울 송파갑)·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구갑)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아울러 지난해 3.8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린 강민국(경남 진주을)·정동만(부산 기장을) 국민의힘 의원도 단수 공천을 받았다. 

다만 '신핵관'(신 윤핵관)으로 분류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 의원은 앞서 김성태 전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과정에서 불거진 '친윤 공천 개입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현재 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중구에서 김종윤 전 국회부의장 보좌관,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과 함께 3자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현역 불패가 이어지자 이 전 대표의 개혁신당이 여권 낙천자들을 '이삭줍기'하는 상황을 저지하고,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재표결 국면에서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한 수동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월 27일 현역불패 공천이란 지적에 대해 "제가 안 나가지 않느냐"며 "국민의힘의 공천 과정을 보면 어떤 계파나 어디 출신 등 어떤 호오에 관한 방향성이 보이느냐. 안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장제원 의원과 김무성 전 의원이 불출마하는 등 많은 포인트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시선은 지난 2월 28일 국민의힘의 2차 경선 결과로 향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영남을 비롯한 지역구 24곳의 경선과 결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처음으로 현역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 양천갑의 경우 한 위원장의 영입 인재인 구자룡 변호사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을 꺾었다. 이어서 김용판(대구 달서병)·이주환(부산 연제)·전봉민(부산 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 경선에서 탈락했다. 다만 현역 불패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2차 경선 결과 현역의원 18명 중 12명의 공천이 확정됐다. 특히 5선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갑)과 4선인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울산 남을)이 공천을 확정하며 중진의 위력을 과시했다.  

'찐윤' 참모진 속속 무주공산 양지로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용산 참모진의 총선 도전은 희비가 엇갈린 편이다.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서울 동대문갑에서 김영우 전 의원에게 패배했고, 이동석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충북 충주에서 3선인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게 패배했다. 최지우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충북 제천·단양에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패배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에서도 참모진의 패배가 이어졌다. 김찬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경북 구미갑에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패배했고, 성은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대구 서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패배했다. 

다만 영남권에 출마한 일부 대통령실 출신 출마자들의 경우 큰 변수가 생겼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28일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의 일부 공천 보류 지역에 총선 후보를 추천받는 '국민추천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남권의 공천 보류 지역에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출마하는 부산 서·동, 강명구 전 대통령실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과 허성우 전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이 출마하는 경북 구미을이 포함됐다. 

다만 '찐윤'으로 분류되는 용산 출신 참모들은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한 상황이다. 검찰 시절부터 ‘윤석열 사단’에 속한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왕비서관'으로 불렸다. 주 전 비서관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부산 해운대갑에 단수 공천됐다. 

이어서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앞서 이 전 비서관은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양지 출마'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이 전 비서관은 "당에서 험지보다 더한 사지(死地) 출마를 결정해도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 뒤 이 전 비서관은 경기 용인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다만 정찬민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무주공산이 된 용인갑은 지난 19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국민의힘계 정당이 3연승을 거둔 여권 우세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경북 경산에 단수 공천을 받은 조지연 전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도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꼽힌다. 조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근무한 뒤 지난 2021년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 캠프의 메시지팀장을 맡은 바 있다. 조 전 행정관은 경산에서 5선에 도전하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맞붙을 예정이다. 

아울러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경기 성남분당을에서 김민수 당 대변인을 꺾었다. 윤 대통령의 청년 1호 참모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부산 수영에서 현역인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하는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도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와 관련 홍성·예산의 현역인 4선의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강 전 수석과의 경선을 앞두고 돌연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현재 홍 의원은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희비 교차하는 尹 내각 장·차관 공천 성적표

(왼쪽부터)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왼쪽부터)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장·차관급 인사들의 희비는 갈리는 편이다.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전직 장관 8명 중 5명은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명룡대전’을 예고한 원희룡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어서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서울 용산)·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기 수원병)·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대구 달성)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서울 강남을의 현역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지역구를 옮겨 험지인 서울 서대문을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반면 2월 28일 기준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중·성동을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이혜훈 전 의원과 3파전을 펼치고 있다.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부산 중·영도에서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경선을 치르고 있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충남 천안을에서 이정만 전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장과 경선을 벌인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2월 27일 서울 영등포을 경선을 포기하고 경선 경쟁자인 박용찬 전 당협위원장의 지지를 선언했다. 현재 박 전 장관은 수도권 지역의 재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부산 진갑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지도부는 박 전 차관의 수도권 재배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으나, 박 전 차관은 부산 출마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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