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거주환경을 따질 때 무엇을 중시할까. 최근에 중요 입지 요소 중 하나로 공원이 꼽힌다. 공원을 품은 주거지, 일명 공세권이다. 최근 생겨난 아파트의 이름은 쾌적한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현재의 추세를 대변하고 있다. 공원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파크뷰’(공원), ‘포레’(), ‘레이크’(호수), ‘리버’() 등이 들어간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양천공원 책쉼터.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양천공원 책쉼터.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목동빌딩 숲에 갇혀 있는 도시? 공원 도시!
-리노베이션 파리공원 2023년 서울시 조경 대상

공원은 도심의 허파이다.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하는 여가와 치유, 쉼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연히 양천구 공원에 주목하게 됐다.

지난달 26일이다. 안양천 탐방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목동 14단지 아파트를 지나고 있었다. ‘목동은 빌딩 숲에 갇혀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잘못된 듯했다. 길을 따라 숲이 있고 꽤 많은 나무가 있었다. 인근에 양천해누리체육공원이었다. 체육공원은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았다. 더욱이 유료공원이었다. 체육공원을 지나쳐 버스정류장에 멈췄다. 지하철 정거장(목동역)을 가는 버스를 탈 요량이었다. 한 버스 노선도를 봤다. 양천공원과 파리공원 정류장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공원이 눈에 띈 것은 양천구가 정원 도시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원 도시를 꿈꾸는 양천

정원 도시는 산과 공원, 길을 연결해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양천구는 다양한 테마를 가진 공원을 만들고 리모델링했다. 계남근린공원, 목마공원, 파리공원, 오목공원, 달마을공원, 용왕근리공원, 서서울호수공원, 장수공원, 신트리공원, 도시농업공원, 오솔길공원 신월공원 연의생태공원 넙은들공원 길산공원 양천해누리공원 등이 그것이다. ‘공원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서울시 평균 1인당 공원면적은 16.17. 양천구는 이에 턱없이 부족한 5.92에 불과하다. 공원 면적에는 산과 고궁이 포함된다. 양천구는 주거지가 70%를 차지한다. 절대적으로 공원 면적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정원 도시조성에 나선 것으로 짐작된다.

목동로를 따라 목동 13, 14단지를 지났다. 고층아파트가 솟아 있다. 도로는 넓고 반듯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의 삭막하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름드리 가로수와 아파트 정원이 어우러져 인도조차 산책로처럼 느껴졌다. 양천구청 교차로에 다다랐다. 맞은편에 인공언덕처럼 보이는 숲이 있다. 숲 사이로 꽤 많은 사람이 걷고 있다. 양천공원이다. 공원 속 울창한 숲에는 좋은 냄새가 났다. 공원 광장이 보이는 곳곳의 벤치에 나들이객이 앉아서 쉰다. 숲은 길은 고요하고 숲속의 사람은 평화롭다.

꿈마을 놀이터.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꿈마을 놀이터.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숲길을 빠져나오는 데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숲은 광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이 보였다. 잔디에서는 공도 차고 배드민턴도 치고 있다. 여유로운 일상이다. 저 멀리 우주선 같이 복잡한 놀이시설이 있다. ‘쿵쾅쿵광 꿈마루 놀이터. 디자인, 설계, 시공, 운영까지 주민이 참여해 만들었단다. 야외무대는 놀이터와 무대 기능을 겸하고 있다.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의 지하는 실내 놀이공간인 키지트였다. 키지트 역시 미세먼지, 추위, 무더위를 피해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전국 최초 도시재생형 통합놀이터라고 한다.

양천공원 책쉼터...서거를 형상화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꿈나무 놀이터 옆으로 유선형 건물이 보였다. 양천공원 책쉼터였다. 곡선형 외관은 마치 서가를 형상화한 듯했다. 책쉼터는 자연과 사람, 책이 한데 어우러진 커뮤니티 쉼터라고 한다. 일종의 도서관인 셈이다. 그런데 왜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유리창을 통해 본 책쉼터를 봤다.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일종의 책 놀이터인 셈이다. 이 책쉼터는 2021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과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양천공원을 둘러보고 든 생각이 있다. 공원도 진화한다. 필자 생각으로 공원은 휴식과 운동 공간에 머물고 있었다. 기껏해야 벤치와 퍼걸러 정도의 휴게시설이 배치된 곳으로 생각했다. 이미 양천공원은 열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원이 연결과 융합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인 셈이다.

양천공원을 빠져나왔다. 목동8단지 교차로와 서울출입국외국인사무소 교차로를 건넜다. 목동 SBS 방송사와 CBS를 지나가는 길에 오목공원을 만났다. 오목공원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공원이었다. ‘이런 공원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복층구조의 공원이었다. 위층은 정사각형 회랑으로 꾸며져 있다. 이 회랑을 걸으면서 숲과 도시, 그리고 다양한 조형물을 조망하고 감상할 수 있다. 회랑이 산책로 겸 전망대인 셈이다. 회랑이 오목공원의 중심임은 아래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잔디밭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 아래층은 실내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숲라운지, 책쉼터, 그림쉼터, 식물쉼터, 피크닉 정원 등이 그것이다. 꽃과 책과 그림을 주제로 문화거점인 셈이다. 공원 입구 한편에는 오목한 미술관도 있다. 사람을 유혹하는 미래공원이라고 자랑해도 손색이 없는 색다른 공원이다.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파리공원? 한국과 프랑스 수교 100주년 기념

오목공원과 파리공원은 목동가온길로 연결되어 있다. 목동 중심축인 이 보행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다. 빌딩과 빌딩 사이에 한 줄로 이어지는 가로수와 예술적 가치가 있는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무엇보다 보도블록이 자연 화강석이었다. 목동가온길을 벗어나자 파리공원이 보였다. 파리공원?’ 이름이 독특하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공원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1886년 수교했다. 파리공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공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도시공원이라는 개념이 적용된 공원이다. 도시공원이란 도시계획구역 안에서 자연경관의 보호와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만든 공원이다.

파리공원이 개장된 시기는 1987년이다. 목동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과 함께 만들어졌다. 당연히 현대적 의미의 공원 개념과 디자인이 적용됐다. 목동과 파리공원은 서울 도시공원문화의 개척지라고 할 수 있다. 파리공원 정문으로 들어섰다. 한쪽 편으로 거대한 숲이 있다. 나무는 이미 거인이 되어 있다. 역사가 깊은 공원일수록 좋은 공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데 파리공원의 각종 시설이나 조형물은 물론 안내판도 산뜻했다. 보수공사를 거쳐 지난 2022년에 재개장했다고 한다.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파리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파리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파리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파리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파리공원 정문 오른편에 파리광장이 있다. 이곳에는 프랑스의 상징이 에펠탑이 서 있다. 파리광장을 지나면 한불마당이 나온다. 이곳에는 매우 인상적인 작은 건물이 보인다.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아름답다. 이곳 역시 책쉼터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매점을 도서관을 개조한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 조경상 대상 받아 인기 만발

이 밖에도 여느 공원처럼 분수대, 연못, 야외무대광장도 있다. 숲길처럼 만들어진 공원 둘레길에는 항상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에는 특히 인기가 높은 곳이 있다. 바로 파리공원 분수대다. 리노베이션된 파리공원은 2023년 서울시 조경상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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