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 이룬 공로로 대통령 표창 수상”
“단지 인기 영합에 휩쓸려 기술인의 길 선택해선 안 돼”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보일러 엔지니어’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최병두 서울경찰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병두 서울경찰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은 6남매 중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시골에서 성장하며 놀이터나 장난감이 없어 나무로 스케이트를 만들고 총도 만들어 놀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랐다.

집안 형편은 넉넉지 않은 편이었으나 딸들이 많은 집안에서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도시로 나와 천안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군에 입대해 논산훈련소에서 4주 기본교육을 받고 김해에 있는 공병학교에서 배관보일러병으로서 10주간 주특기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는 광주에 있는 31사단 사령부 보일러실에서 약 15개월간 근무했다.

군대에서 시작된 보일러 엔지니어 분야 일은 배관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자격증은 사회에서 취업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 그렇다 보니 자격증에 욕심이 생겨 여러 가지 자격증 취득에 도전해 온수온돌기능사, 가스기능사에 이어 배관기능장, 에너지기능장까지 약 7~8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다.

엔지니어 분야는 그의 적성에 맞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자신의 열정적인 애국심과 정의감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공무원 쪽에서 종사하고 싶은 열망을 잠재울 수 없었다. 결국 그의 열망은 종로 혜화경찰서 기계실에서 약 5개월간 근무하게 했고, 그 경력을 발판으로 현재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이 됐다.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 에너지관리기능장과 배관기능장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현재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에너지기술인협회 서울지부장을 맡고 있거든요. 처음 활동할 때 저는 기능사 자격증만 보유했지만 기술인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있었는데 기술과 지식이 뛰어난 상위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 위화감을 조성하더라고요. 그런 데다가 현실적으로도 대형건물이 들어서고 눈부신 기술발전이 이뤄지다 보니 상위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인정받기가 쉽지 않겠는 거예요. 그래서 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취득하고 보니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게 되고 취업도 더 잘되더라고요.

-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에서 현재 맡으신 업무는 무엇인가요.

▲3톤짜리 보일러를 가동해 온수를 공급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내적으로 건물 화장실 외부 문을 비롯한 건물 내부의 다양한 보수 및 수리를 담당하고 있고요. 우리 기동대에서는 냉·난방은 보일러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일러 난방은 가스비도 많이 들어가고 열효율이 떨어져 천정형 카세트인 EHP로 냉난방을 하고 있거든요.

최병두 보일러 엔지니어가 수상한 대통령 표창장
최병두 보일러 엔지니어가 수상한 대통령 표창장

- 대통령 표창 수상자라고 들었는데, 수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모두 자기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고 봉사도 열심히 하면서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저 역시 제 분야에서 최고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기술개발을 열심히 하면서 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어요.

공사나 수리 및 보수는 물론이고 노후보일러 등을 잘 체크해서 관리하다가 교체할 때 되면 제때 교체해서 안전하게 모든 기능이 돌아가게 하는 등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며 업무를 수행했는데요. 그러한 세심한 관리를 통해 전기와 기름을 절약하는 등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그 기록을 백데이터로 뽑아 원가절감을 도모하는 등 지대하게 공헌했다고 저 스스로 자부합니다. 그리고 그 공로를 나라에서 인정한 거죠.

특히 저는 장관상 등 각종 상을 많이 받았지만 그중 2013년도 근로자의 날에 수상한 대통령상이 가장 영광스럽습니다. 이 상은 제가 회사에서 공사할 때 일반 형광등을 LED 형광등으로 다 바꿔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와 에너지 절약을 이룸으로써 받은 거예요.

- 소속기관 특성상 많은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실 것 같은데, 현재 맡으신 직무를 수행하며 가장 보람과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애국심과 국가를 위한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 중 한 사람이라 일반 기업보다는 공무직에 헌신하고 싶은 욕망이 강해서 기동대 기계실에 지원해 근무하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도 일반 기능직이지만 여기서 같이 일하는 기동대원들과 같은 국가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기동대원들과 차별할 수도 있을 텐데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경찰복을 착용할 수 있게 하고, 많은 관심과 배려 속에서 대우받고 있어요. 67세라는 나이에 큰 기쁨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좋습니다.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 반대로 기계실 업무를 보시면서 특별한 애로사항도 있으실 것 같은데,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사람도 나이 먹으면 늙고, 늙으면 아파서 병원에 가 치료받잖아요. 기계도 사람하고 똑같아요. 오래되면 노후하고, 노후해서 고장나면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 진단해서 빨리빨리 조치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인데요. 모든 기계나 환경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세밀히 파악해서 문제없이 빨리빨리 돌아가도록 관리하고, 수리하는 게 좀 힘들어요. 하지만 어차피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이 계통 일을 43년간 하다 보니 어떤 문제가 생겨도 한눈에 보고 다 알 수가 있어서 응급조치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는 편이에요.

- 기동대원들의 평안한 업무수행을 위해 기계실 팀장으로서 어떤 업무 환경을 제공해주고 계시나요.

▲우리 조직단체가 기동대원들의 특수집단이잖아요. 데모 같은 민란이 일어나면 진압하고 처리하는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데요. 특히 여름에 얼마나 덥겠어요. 게다가 한번 출동했다 들어오면 땀에 흠뻑 젖어 샤워해야 하잖아요. 겨울에는 꽁꽁 얼었던 몸을 따뜻하게 풀어주기 위해서 꼭 샤워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항상 온수가 끊어지지 않게 따뜻하게 데워서 공급해주는 데 마음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최병두 서울청 기동대 기계실 팀장

- 근무현장에서 갑자기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어떻게 대처 및 수습하시나요.

▲보일러실에서 자동으로 물이 적정하게 오른 후 내리가지 않도록 체크밸브가 제어해 주는데 어느 날 그 체크밸브가 고장 나서 밤에 귀가하다가 돌아온 적도 있어요. 그리고 목욕탕에서는 밤에도 온수를 계속 써야 하니까 보일러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기계실에 예기치 않은 물이 차오를 때가 있어요. 기계실은 온통 전기 전선인데 물하고 전기는 상극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조심하면서 제가 퇴근한 후에는 당직 근무자들이 기계실을 순찰하게끔 조치해놨어요. ‘물이 차서 펌프가 안 돌아가면 발전기를 돌리라’는 식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 기동대원들과 끈끈하고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특별히 더 관심 쏟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43년간 직장생활하면서 항상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친절과 배려를 베풀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나이 먹었다고 사람들한테 대우받으려고 하면 절대 가까워질 수 없어요.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예요.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내가 먼저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누구든지 마음의 문을 열어요. 저는 지나가는 강아지나 들판에 핀 풀하고도 대화할 정도로 정과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

- 근무하실 때 신념이나 소신은 무엇이고, 그것이 형성하게 된 계기나 배경은 무엇인가요.

▲저는 빵까시유로 보일러를 때던 시절부터 보일러에 대해 공부해서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됐는데요. 저는 언제나 보일러 엔지니어로서 최고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생활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남들 앞에서 으스대거나 나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단지 내 분야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기술과 지식을 가졌다는 당당함과 소신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자는 마인드를 가졌을 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보일러 엔지니어’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전에 혜화경찰서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 이 계통에서 일하는 게 보람되고 뿌듯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서울청 소속 기동대 기계실 보일러 엔지니어 모집공고에 지원해 입사했는데요. 제가 단체나 기관에서 이 기술계통에 대한 후배 양성 교육 등을 하면 사람들이 상당히 고무적이에요. 그런데 단지 인기 영합에 휩쓸려 다른 사람 쫓아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하루 배우고는 힘들다며 그다음 날은 안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안 돼요. 요즘 젊은이들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신중하게 생각해서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지구력과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목표를 정하면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은 얼마든지 가져도 좋으니까 끝까지 전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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