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점 돌아간 HMM 인수… 정부-산은 책임론 솔솔

HMM홈페이지 캡쳐
HMM홈페이지 캡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유일 국적선사 HMM의 매각이 최종 무산된 가운데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솔솔 불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하던 새 주인 찾기가 실패로 돌아서면서 해운업 재편을 위한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까지 재매각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해운 시황이 불황기 초입에 접어 들어 매각 작업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HMM 우선협상대상자 하림과 매각 협상 결렬…다시 원점으로, 당분간 새 주인 찾기 어려울 듯

업계에서는 자금력의 한계를 일찌감치 보인 '하림그룹'을 끝까지 지켜본 게 우려의 시초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 원에 불과한 하림이 HMM 인수할 경우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하림은 팬오션의 최대 3조 원 규모 유상증자와 2조 원 이상의 인수 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다소 무리수라는 분기였다.

결국 정부와 채권단의 무리한 매각 추진이 국내 해운업이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또한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HMM 일부 경영권을 보유한 채 매각을 시도하려 한 게 결렬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과거 대우조선 매각이 늦어져 제값을 못 받은 사례의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6조3002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산은의 미숙한 일 처리로 매각 기간은 2023년 5월로 15년간 늦어졌고, 매각 가격도 2조 원으로 급락해 산은 무용론이 거셌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달해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여론을 피하지 못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HMM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인 하림그룹과의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영구채 전환, 주식 매각 제한 예외 적용, 이사 선임 권한 등에 대해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협상 말미에는 경영 개입 여부를 두고 서로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림 측은 "매도자 측인 인수 후에도 지속해서 경영 간섭을 할 우려가 있었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산은, HMM 재매각 시간 걸릴 듯

시장에서는 7년 만의 시도가 무산된 데다 해운업황도 좋지 않아 당분간 HMM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MM 재매각이 추진되더라도 산은이 이번에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해결한 뒤에야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운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HMM 재매각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는 회사가 인수전에 뛰어들지도 문제다.

HMM은 당장 실적 악화 국면과 동시에 새로운 해운동맹 구축을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동맹 구축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산은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산은은 관계 부처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재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HMM 재매각 등은 결정된 바가 없다”라며 “관계 부처와 해진공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처리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은 57.9%다. 산은이 29.2%, 해진공이 28.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주식 외에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제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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