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열세에 다급해진 민주, 曺 품었지만 ‘독 든 성배’ 내부 우려 증폭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조국 조국개혁당 대표(우)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조국 조국개혁당 대표(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비주류 공천학살 논란에 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진통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윤(反尹)’ 기치를 내걸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조국혁신당이 최근 10%대 지지율로 예상 밖 흥행을 보이자, ‘조국의 강’에 둑을 쳤던 민주당은 급기야 조국 신당에 손을 내밀며 총선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야권 결집을 통한 국면전환이 절실한 이재명호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세력화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조국혁신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다만 이러한 야권 연대가 양당의 총선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으로선 사실상 위성정당을 자처한 조국신당을 품게 되면 야권 표심을 한 데 묶을 수 있지만, 조 대표의 ‘불공정’ 꼬리표에 사실상 중도 확장성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국 신당의 최근 지지율 약진은 민주당의 친문(친문재인) 탈당 유혈사태와 창당 컨벤션에 따른 착시현상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조국혁신당의 총선 파급력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총선 패배 위기감에 다급해진 민주당이 끝내 ‘독이 든 성배’를 집어 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 5일 회동에서 총선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대여(對與) 공동전선이 꾸려지는 모습이다. 조국혁신당 창당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선거 전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던 민주당은 돌연 조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날 상견례에서 양당 대표는 한목소리로 현 정권을 맹비난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 대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 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했다. 이에 조 대표도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중도파와 합리적 보수파까지 끌어와 지역구에서 1대1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기 바란다”며 “이렇게 (양당이) 협력해야 총선에서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맞장구쳤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조국 신당이 민주당 후보들의 지역구 당선에 화력을 지원하면서 자당은 비례대표를 배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 잇따른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 캐치 프레이즈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내걸었다. 민주 탈당파로 구성된 ‘민주연대’로 유입될 수 있는 야권 골수 지지층의 시선을 돌려세우는 한편, 민주당과 제3지대 사이에서 저울질 중인 샤이(shy) 진보층의 교차투표 심리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과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지민비조’를 밀고 있다. 시너지가 있는 ‘따로 또 같이’ 협업, 역할 분담”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조국혁신당이 지난 8일 합류한 ‘1호 현역’ 황운하 의원을 시작으로 현역 스펙트럼을 넓히게 될 경우, 지역구 의원 배출을 시도하는 등 돌발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친명 체제를 굳힌 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출신들이 구심점인 조국 신당은 반윤 구호를 제외하면 사실상 접점이 전무한 만큼, 모종의 계기로 언제든지 결속이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신임 대표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신임 대표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의 강’ 선 긋던 민주, 曺에 러브콜 보낸 까닭은

4월 총선에서 만큼은 ‘조국의 강’을 건너지 않겠다던 민주당이 급기야 조국혁신당과 선거 협업에 나섰다. 최근 여야 정당 지지율 추이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지지율 37%로 민주당(29%)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면서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우위를 보이는 흐름이다. 동 조사에서 조국 신당은 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4~5일 진행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37%의 지지율로 민주당(35%)에 근소한 격차로 앞섰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5%였다. 

이런 가운데 조국 신당의 지지율이 10%를 상회한다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4일 진행된 메트릭스‧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각각 13%, 15%였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으로선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를 통해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당 대표 모두 사법리스크를 품고 있고, 이로 인해 현 정권으로부터 핍박받고 있다는 프레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조국혁신당 공동전선의 핵심 명분이 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지도부는 최근 내부 보고서 등을 통해 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이 ‘정권 심판론 약화’에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민주당으로 하여금 ‘반윤 선봉대’를 자처한 조국 신당과의 연대 추진 불씨를 당긴 또 다른 요소로 지목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조국혁신당과 합심한다면 중도 표 이탈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야권 표를 확실하게 모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게 지도부 판단”이라며 “지금으로선 조국당 흡수로 반윤 전선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표심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상책”이라고 했다.

민주-조국신당 연대, 野 총선 승부수? 자충수?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조국 신당과의 연대를 우려하는 시선도 엄존한다. 한 친명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나마나 (민주당이) 조국 신당을 위성정당화 한 것을 두고 (여당이) 집중공세를 펼 것이 뻔한데, 지지율 복구에 급급해 중도확장 카드를 내다버린 셈이 됐다”라며 “비명계 탈당 등으로 (야권의) 표 유동성이 커졌는데 조국 신당이 이를 보전해 줄 것이란 발상부터 납득이 안 된다. 여러모로 득보다 실이 크다”고 조국혁신당을 ‘독이 든 성배’에 빗댔다.

이와 함께 당 지도부가 3월2주 발표된 조국 신당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매몰돼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를 너무 섣불리 추진했다는 취지의 내부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 당직자는 “조국혁신당이 이번에 기록한 10%대 지지율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조국 신당) 창당과 친문 컷오프 반작용이 겹쳐 의외의 컨벤션이 나타난 것일 뿐이다. 선거 임박하면 5%대 전후로 거품이 빠질텐데 무당층 포기하고 조국과 손을 잡는다는 건 사실상 총선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역 사거리를 찾아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역 사거리를 찾아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연대 움직임에 날 선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조국신당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한 말을 믿으셨느냐”며 “이제는 정말 이렇게 속내 다 들킨 바엔 그냥 막장으로 가자는 생각”이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도 “단순한 선거연대를 넘어 ‘방탄동맹’”이라며 “이 정도면 조국혁신당을 제2의 민주당 위성정당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상기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