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 고발 나선 한화오션 “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주장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관련 공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환 기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관련 공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글로벌 조선업계 최강자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두 조선사의 공방이 뜨겁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방위산업 분야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군사기밀유출’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 “KDDX 개념설계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의 임원 개입 정황을 찾아냈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고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재판부와 주무 관청인 방사청의 행정조치 등으로 이미 마무리됐다는 입장. 오히려 “해당 사안과 관련 징계를 당해 최근의 수주전에서도 불이익을 받은 바 있다”며 공방 지속에 따른 한국 조선업계를 향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도 하락을 우려했다.

 한화 “계약심의위원회 전달하고자 했으나 전달 못 해 수사 필요”
 HD현대 “사법부 판단 났고, 이미 방사청에서 행정처분 내린 상태”

국내 방위산업계의 비리, 이른바 ‘방산비리’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관습처럼 자리 잡아온 방산비리는 국군의 목표 전력을 달성시키지 못하게 할뿐더러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이는 급기야 적의 도발이나 전투 발생 상황에서 아군에게 어떤 손상을 입히게 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 특히 방위사업청은 주무부처임에도 해당 업계에서 약한 처벌을 내린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피하지 못해왔다. 이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전, 현대중공업) 간의 군사기밀유출 관련 행정 조치를 두고도 같은 맥락에서 언론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DDX 개념설계 유출 등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사실을 수사해달라”라며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당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방위사업청 및 해군본부 등을 방문하면서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탈취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를 공유해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등에 활용까지 했다는 것. 이는 2022년 11월 형사재판부가 해당 직원 9명에 대한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정황을 설명하는 한화오션 붑무팀. [이창환 기자]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정황을 설명하는 한화오션 붑무팀. [이창환 기자]

방사청 ‘제재불가’ “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확인 안 돼”

하지만 이를 두고도 한화오션 측은 오히려 추가적인 고발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처벌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외부 업체와 비인가서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계약을 진행했다”라면서 “내부 직원들에게 공유하며 업무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임원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형사처벌이 확정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수사기록은 열람이 불가했으나, 이들에게 기밀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공무원의 형사판결문 등 증거목록은 공개 열람이 가능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26일 울산지방검찰청 및 국방부검찰단 등의 사건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을 기정사실로 단정했다. 

이튿날인 지난 2월27일은 방사청에서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계약심의위원회가 예정됐던 날이었다. 한화오션은 “해당 내용을 검토해 방사청 계약심위에 참고자료로 전달하고자 했으나, 적기에 전달될 수 없었다”라면서 “결국 현대중공업에 대한 계약심위 결과 행정지도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면서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행정지도 이유를 밝혔다. 한화오션이 주장한 임원 개입 정황에 대해서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제재불가’ 입장을 냈다.

결국 행정지도로 HD현대중공업이 향후 입찰 시 일부 감점 등은 당할 수 있으나, 입찰참가자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화오션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임원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끼리 해당 기밀을 빼내오고, 이를 또 다른 루트(비인가서버 등)를 통해 공유한다는 것이 납득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기자설명회에 몰려든 취재진. [이창환 기자]
한화오션 기자설명회에 몰려든 취재진. [이창환 기자]

두 가지 시각 뒤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

다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은 ‘임원의 지시나 개입 없이 직원들만의 독단적인 기밀 유출 및 공유가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수주를 앞둔 이익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국내 둘 뿐인 해양 방산업체의 독점을 막기 위한 감내 등이다. 

후자부터 풀어보면, 한화오션이나 HD현대중공업은 세계적으로도 수준 높은 함정 등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국내에서도 경쟁구도를 갖추고 있어 상호 발전 및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쪽이 강한 제재를 당하게 되면서 균형이 기울어질 경우의 독점이 우려된다는 시각이다. 물론, 잘못을 묵인해야 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이에 대해서는 HD현대중공업도 할 말이 있다. HD현대 측은 “2020년 9월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기소됐고, 2022년 11월 해당 직원들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라면서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재판에서 판결이 내려졌고 방사청 역시 정차대로 진행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화오션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에 불과하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HD현대는 기술개발 및 수출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업계 일각에서는 추가 고발된 사항에 대해서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고려하더라도 잘못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라면서 “한화오션이 포착한 정보를 토대로 추가 고발이 이뤄졌으니, 경찰의 결정을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오션 법무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고발 대상 임원은 군사기밀보호법 11조 및 12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탐지수입에 대한 공동정범 또는 공범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도 “수사기관의 판단이 우리 생각대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으나, 이런(임원 개입 정황) 사안도 있으니 수사해 주십사하는 입장일 뿐”이라고 답했다.   

한화오션 VS HD현대, ‘확전(擴戰)’ 피할 수 있을까. [이창환 기자]
한화오션 VS HD현대, ‘확전(擴戰)’ 피할 수 있을까.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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