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 출국에 野 '정권 심판' 정조준
與 "이종섭 논란 선거에 악용하려는 생각 버려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호주로 출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향해 항의하기 위해 기다리다 이 전 장관이 몰래 입국심사를 마치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이 22대 총선 최대 뇌관으로 부상했다. 야권은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의 출국을 '해외 도피'로 규정하고 정권심판론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권이 이 전 장관 논란을 선거에 악용하기 위한 심산이라고 반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전 장관이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해병대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결재했으나, 그 뒤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철호 기자]
[박철호 기자]

그 뒤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변수가 발생했다. 외교부가 지난 4일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면서다. 이에 야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은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즉각 해외 출국 금지를 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공수처는 출국금지 여부에 대한 답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 상황은 변했다. MBC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월경 이 전 장관 등 관계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최근까지 기간을 연장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이미 출국금지가 됐다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모를 수가 없다"며 "이를 알고도 대사로 내보내는 것은, 대통령 본인이 이번 해병대 장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의 몸통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공수처는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진 뒤 하루 만에 이 전 장관에 대한 4시간가량의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장관은 대사 임명 다음 날인 지난 5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는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법무부는 지난 8일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해제 이틀 만인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개구멍으로 도망시켰다" 탄핵·특검법 벼르는 野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용선(왼족) 외통위 간사, 유동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종섭 특검법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이 전 장관을 '도주 대사'로 임명하고 개구멍으로 도망을 시키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피의자 이종섭'이 결국 도피에 성공했다. 가히 '런종섭'이라고 불릴만하다"고 꼬집었다. 

야권은 즉각 조치에 나섰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범인도피죄 및 직권남용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같은 날 범인도피죄를 근거로 윤 대통령과 박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2일 이른바 '이종섭 특검법'을 국회 본관 의안과에 제출했다. 특검법은 이 전 장관의 수사 방해 의혹을 받는 대통령실, 관련 부처인 법무부와 외교부 등에 대한 수사를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홍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장관을 포함한 외교부·법무부 관련자 전원을 고발 조치하겠다"며 "관련 장관에 대한 탄핵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0월경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채 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법)은 오는 4월 3일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22대 총선 직후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사건 발생 후 불거진 대통령실·국방부 등에 따른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21대 국회 임기 안에 표결할 수 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져 오는 4월3일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은 4·10 총선 직후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했다.

與 "민주당, 습관성 특검법 발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장관 논란에 대해 "당 대표 입장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이종섭 특검법 발의에 대해 "민주당은 늘 특검법을 발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를 두고 "정치적으로 선거에 악용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났을 때,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을 때 제한적으로 보충적으로 쓰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상식적으로 전직 장관이기도 하고 현직 대사이기도 한데 수사기관에서 부르면 안 올 리도 없고 만약에 공수처에서 그 전에 이미 고발이 접수가 됐고 조사를 했으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전 장관 논란은 이번 선거에 명백하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기초는 채 상병 사건이다. 군 문제는 전체 유권자들이 영향을 받는 주제다. 군대를 갔거나 갔다 올 2030세대는 물론 부모님 세대도 분노할 이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난감한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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