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폄훼논란에 휩싸인 도태우 변호사를 당내 격론끝에 22대 총선 후보 공천(대구 중·)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도 변호사는 임병헌 현역 의원을 경선에서 누르고 당선됐다. 현역을 이길 정도로 경쟁력 있었다기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당시 고문 변호사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태극기 세력 등 강경 보수층으로부터 묻지마식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도 변호사는 5.18 민주화운동 폄훼논란으로 한동훈 위원장의 공천재검토 지시에 따라 심사를 거쳤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했다며 후보직을 유지시켰다. 그 이후 진보단체 및 언론에서는 과거 도 변호사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면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인용해 내가 진실에 가깝다고 보는 (전씨의) 잠정적인 모습은 ‘1987년 높은 단계의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기까지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감당하고 결국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드문 군인 출신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두 가지 논란의 발언을 보면 생각나는 두 편의 영화가 있다. 한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12군사 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과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택시 운전사다. 서울의 봄은 연기력이 검증된 황정민과 정우성씨가 택시 운전사는 송강호씨가 열연을 펼쳤다. 덕분에 각각 1300만명, 1200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한 대국민 흥행 영화가 됐다.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임을 감안할 경우 5명의 1명은 관람을 한 것이고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OTT를 통해서 본 사람들까지 칠 경우 국민 절반은 시청했다고 볼 수 있고 나머지 절반도 소문을 들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두 영화 취지와 별개로 국민적으로 흥행을 이룬 영화와 배치되고 국민의힘 당헌과도 엇박자를 내는 도 변호사 공천을 유지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국민 대다수 정서와 동떨어진 판단으로 보수.강경층만 보듬어 안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다.

과거 정동영 노인 폄훼발언의 후폭풍보다 더 쎄면 쎘지 결코 약하지 않은 도 변호사의 잘못된 인식이다. 이는 텃밭인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려한 1석으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실제로 수도권에서나 호남에서 뛰는 국민의힘 출마자들에게 발에 족쇄를 차고 뛰라는 말과 진배없다. 이번에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호남 지역 100% 공천을 추진하고 있고 실제로 28 지역구중 26곳의 공천이 완료됐다. 그중에는 고향이 곡성이고 광주에서 정치를 시작해 순천에서 지역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지낸 이정현 전 대표도 있다.

파란 운동장에서 빨간 옷을 입고 표를 달라고 하는 국민의힘 호남 출마자들을 생각해보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했다는 표현은 출마자들을 2번 죽이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한동훈 위원장은 공천철회를 지시하고 국민공천으로 하든 재경선이든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 당이 번복이 힘들면 도 변호사가 현 정권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명분을 들어서 자진사퇴해야 한다. 보수 텃밭에서 따놓은 당상인 한 석 때문에 수도권에서 10석 이상을 빼앗길 수 있는 게 도태우식 공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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